다시 떠나는 날 다시 떠나는 날 - 도종환 -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개짓 멈추지 않는 새들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 하지만은 않기로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 두기로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10.10.30
실망했던 세상 - 이생진- 실망했던 세상 - 이생진- 누구나 한번쯤은 실망했던 세상을 그래도 달래가며 살아가는 것은 기특하다. 어지러운 틈새로 봄이 순회처럼 들어오면 꾀꼬리 걱정을 하고 나뭇잎이 푸르르면 내 몸매도 유월로 차리던 사람 일시불을 꺼내주며 이 세상 끝날 때까지 살라고 졸라도 살아가기 막막한 때가 있겠..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10.10.29
만월 - 김초혜- 만월 - 김초혜- 살아온 날들이 다 그립다. 만리가 그대와 나 사이에 있어도 한 마음으로 달은 뜬다. 오늘밤은 잊으며 잊혀지며 사는 일이 달빛에 한 생각으로 섞인다. 2010. 한가위 보름달.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10.10.02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 백창우 2011. 6. 인사동 나무화랑 소주 한잔 했다고 하는 얘기가 아닐세 / 백창우 울지 말게 다들 그렇게 살아가고 있어 날마다 어둠 아래 누워 뒤척이다, 아침이 오면 개똥같은 희망 하나 가슴에 품고 다시 문을 나서지 바람이 차다고, 고단한 잠에서 아직 깨지 않았다고 집으로 되돌아 오는 사람..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10.09.25
폐허 2003. 6. 충남 오천성 - 신경숙 인간에게는 자신만의 폐허가 있기 마련이다. 나는 그 인간의 폐허야 말로 그 인간의 정체성 이라고 본다. 아무도 자신의 폐허에 타자가 다녀가길 원치 않는다. 이따금 예외가 있으니 사랑하는 자만이 상대방의 폐허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폐허를 엿본 대가는 얼마나 큰가..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10.03.17
담쟁이 담쟁이 - 이경임 내겐 허무의 벽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세상으로 통하는 창문인지도 몰라 내겐 무모한 집착으로 보이는 것이 그 여자에겐 황홀한 광기인지도 몰라 누구도 뿌리내리지 않으려 하는 곳에 뼈가 닳아지도록 뿌리내리는 저 여자 잿빛 담장에 녹색의 창문들을 무수히 달고 있네 질긴 ..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9.11.10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9.10.23
金縷依 金縷依 - 無名氏 勸君莫惜金縷依, 그대 비단옷 아끼지 말고 勸君須惜少年時. 그대 젊은 날 꽃다운 시절을 아끼게나 有花堪折直須折, 꺾을 만한 꽃이 있으면 그 당장 꺾으시게 莫待無花空折枝. 꽃 질 때 기다렸다 빈 가지 꺾지 말게 2009. 10. 선운사 꽃무릇.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9.10.21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 이 원 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꽃 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9.10.21
해가 질 때 해가 질 때 -김용택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나무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강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지면 나는 날마다 산에게로 걸어간다 해가 질 때 나무와 산과 강에게로 걸어가는 일은 아름답다 해가 질 때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산그늘처럼 가는 일만큼 아..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9.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