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꽃 백담사 2007. 10. 그 꽃 고은 내려 갈 때 보았네. 올라 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옮긴이 주 : 백담사 고은의 시비를 처음 본 것은 2003. 2월. 시비의 전문과 다른 것은 아마도 시인 고은의 윤문이 있었지 않나 짐작해본다.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9.05.13
河口 -사이토우 마리코 모든 강은 욕망이다. 머물고 싶다는, 그러나 흘러 닿고 싶다는. 하구에 닿을 때 가장 고요한 비명 소리가 들린다. 그것이 어젯밤에 내가 들은 어머니의 잠소리이다. 모든 물살은 욕망이다. 비밀을 숨겨야 한다는, 그러나 말해버리고 싶다는. 하구에서 바다에 들어간 다음에 그것이 또 하나의 강에 불과..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9.02.13
지렁이의 말 지렁이의 말 -최승호 눈이 없었기 때문에 나는 어떤 우상도 두지 않았다. 팔이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나는 구제하지 않았다. 그리고 먹고 사는 일만으로도 충분히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고행보다는 잠을 선택했다. 2008. 1. 수원 장안문 인근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9.02.13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2006. 12. 술이 떡이 되어 들어간 날 아침, 식탁 위의 편지 여보시오― 누구시유 ― 예, 저예요 ― 누구시유, 누구시유 ― 아들, 막내아들 ― 잘 안들려유 ―잘. 저라구요, 민보기 ― 예, 잘 안들려유 ― 몸은 좀 괜찮으세요 ― 당최 안들려서 ― 어머니 ―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 ― 두 내우다 그..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8.12.30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 용 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8.12.30
그해 겨울 2003. 10. 고래불 신도 구원하기를 단념하고 떠나버린 우리를 그 어떤 것이 구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러나 갈매기는 날아야 하고 삶은 유지돼야 한다. 갈매기가 날기를 포기했을 때 그것은 이미 존재가 아니다. 받은 잔은 마땅히 참고 비워야 한다. 절망은 존재의 끝이 아니라 그 진정한 출발이다. 소설 '..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8.12.30
바닷가에 대하여 바닷가에 대하여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8.12.30
어란진에서 어란진에서 곽재구 바람처럼 이곳 바다에 섰네 어깨너머로 본 삶은 늘 어둡고 막막하여 쓸쓸한 한 마리 뿔고등처림 세상의 개펄에서 포복했었네 사랑이여, 정신없는 갯병처림 한 죽음이 또 한 죽음을 불러일으키고 더러는 바라볼 슬픔마저 차라리 아득하여 조용히 웃네 봄가뭄 속에 별 하나 뜨고 별 ..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8.12.30
제비꽃에 대하여 제비꽃에 대하여 안도현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을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뒤적여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 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 거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빛을 톡 한번 건드려봐 .. 오래된사진관/photopoem 2008.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