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란진에서
곽재구
바람처럼 이곳 바다에 섰네
어깨너머로 본 삶은 늘 어둡고 막막하여
쓸쓸한 한 마리 뿔고등처림
세상의 개펄에서 포복했었네
사랑이여, 정신없는 갯병처림
한 죽음이 또 한 죽음을 불러일으키고
더러는 바라볼 슬픔마저 차라리 아득하여
조용히 웃네
봄가뭄 속에 별 하나 뜨고
별 속에 바람 하나 불고
산수유 꽃망울 황토 언덕을 절며 적시느니
2004년 11월 해남 어란진 방파제에서 달마산을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