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 388

엄마의 기도방.

엄마의 기도방 2005. 7. 기형도 ' 엄마 걱정.'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힘겨루기

문을 열어 준 그녀 뒤로는 이웃집토토로에서 나온 마쿠로쿠로스케라 불리는 스스와타리와 같은 것들이 등 뒤에 포진해 있다 내가 디딘 걸음에 거실과 방 이곳저곳 더 어두운 곳으로 흩어졌다. 잠 잘 곳과 씻을 곳을 알려준 그녀는 잠을 자기 위해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어두운 곳에 흩어져 있던 스스와타리들이 나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 하는 듯 했다. 그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던 외로움과 우울, 제한된 금욕과 방탕함,그외에 알 수 없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들이었고, 나는 그것들과 어쩔수 없는 힘겨루기를 해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Riding Through Time: A Century of Australian Motorcycling by Jim Scaysbrook

4년 전 도서관에서 봤던 책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스마트폰으로 대충 촬영한 것이라 선명도는 떨어지지만 호주의 모터싸이클 역사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 Let me introduce the contents of the book I saw in wollongong library four years ago. Although it is not clear because it was roughly taken with a smartphone, data that shows Australia's motorcycle history.

김치와 분리수거

분리수거하라 탄 엘리베이터 안. 고교생 아들과 엄마도 분리수거 하러 가는 길이었나 보다. " 아빠는 왜 김치를 못담아?" " 어디 있다는 건지 모른다는거지." " 김치야 김치냉장고에 있잖아. 나도 아는데." "할 줄 몰라서 그래. 하기 싫다는거지." " 아빠는 집에서 가만히 있고 심부름만 시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내렸다. 등 뒤로 두 모자의 시선이 내 등뒤와 들고 있는 분리수거백에 꽂히는 것이 느껴진다. #분리수거

식당에서 겪은 황당한 일.

노원역 맛집 쟁반집에서 겪은 일이다. 바닥 부터 천장까지 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자리에서 고교동창과 술을 나누고 있는데 왼쪽 창가 넘어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모자를 쓴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우리들이 먹는 것을 뚫어지게 쳐다 본다. 느낌이 좋지 않아 못 본 척하고 이야기 중인데 앞에 앉은 동창이 신경 쓰이는지 창밖에 눈길을 준다. 나에게 아는 사람이냐고 묻자, 이내 아는 척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직감에 가출소년인데 눈길을 마주친 후 식당에 들어와 얻어 먹겠다는 심산인가 보다. 이 친구와는 고교 졸업하고 동창회에서 몇번 봤을 뿐 술자리는 처음 있는 일. 객적은 일로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창가를 떠난 이가 식당에 들어서고 나에게 곧바로 달려 오다 싶이 한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 밥이라도 시..

거리의 청소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3살이나 됐을까 싶은 꼬마가 들기에도 힘이 겨운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 가게 앞 은행잎을 열심히 쓸어 담지만... 화원 일이 바쁜지 한참을 지켜봐도 아이를 돌보러 나온 아이엄마가 안보인다. 꼬마 얼굴에는 일에 대한 성취감이 뿌듯하고... 쓰레받기에 담기지 않는 비질을 열심히 하고 있는 꼬마를 보고 있노라니, 식탁에서 행주질 하는 할머니를 돕겠다며 의자 위에 올라가 식탁을 딱느라 열심이던 요만한 때의 조카 지니가 생각난다.

" Françoise Hardy."

서촌의 팔레드 서울에서... 전시를 보며 걷고 있는데 잔잔하게 들려오는 음악에 자꾸 귀가 간다. " 저 이곡 여기서 틀어놓은건가요?" " 아뇨 갤러리에서 아마 직원분이..." 층을 올라가도 같은 곡이다. " 저 여기 직원분이세요? " 네 " " 지금 들려오는 곡 누가 부른거죠? " Françoise Hardy." ' 헉~ 아주 오래 전 가래 끓는 소리를 내야 발음 된다는 그 음절을 듣게 되다니' 갑자기 동공이 수축됐다 풀어지고 허벅지에 힘이 풀린다. ' 아 어떡하지. 이 여자 내 눈을 봐버렸네.' " 적어드릴까요?" " 네." 전시장 한쪽에 마련된 사무실에 들어가 포스트잇에 가수에 이름을 적어 준다. 짐짓 당황하지 않은채하며 " 유학 갔다 오셨나 보죠." 말하는 내 얼굴이 따끔 거린다. 가수의 이름을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