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 388

크리스마스의 추억.

이거 뭐 크리스마스이브 밤인데 얼마 전 봤던 나의 화려한 장례식이라는 단편 드라마를 이 시간에 보고 있으니.. 뜬금없이 드는 추억 고1 크리스마스 이브 장위동 친구네서 밤을 보낸다는데 집에서 외박 허가를 못받았다. 자는 척 하다 열두시 쯤 집을 나와 미아리까지 걸어갔는데 눈은 오고 날은 춥고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해 심야버스가 다녔다. 이때의 기억은 두고두고 꿈의 소재로 등장하더니 오십대 이후 한번도 꾸지 않았다. 버스는 다니는데 차비가 없었던 터에 내 또래 남자애가 골목 어딘가에서 나와 내 앞을 지났다. 낮은 목소리로 얼마 있니 물어봤는데 주머니의 돈을 다 털어서 나에게 주고 뒤도 안돌아 보고 도망갔다. 이삼천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차비 정도 빌리려던 내게 참 황송한 금액이었고. 금액이 ..

이 추운날 호랑나비.

아버지가 심어 놓은 화초들. 이버지는 돌아 가셨어도 물만 줘도 잘자란다. 산에서 퍼 온 낙엽을 넣어 분갈이를 해줘야 할텐데 하는 순간, 창문 유리로 호랑나비 한마리가 창유리에 붙어 한참 날개짓을 한다. 날이 풀렸다고는 하나 한밤중에는 영하의 기온. 어떤 연유로 나비가 저렇게 애절한 날개짓을 하며 창가에 날아 드는 것일까? 아버지의 화신, 그런 생각이 들자 울컥해진다. 문 열어놓으면 들어 올까 싶었는데, 창틀에 앉아 있던 호랑나비는 어디론가 날아가 버리고 망연자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