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世上萬思

신바람 이박사

오체투지해무 2016. 1. 29. 02:04

90년대 초 이태리에서 유학 중인 친구가 한국에 도착하자 마자 신바람 이박사 테이프 시리즈를 열벌을 샀다. 이태리 마랑고니에 다니고 있었는데 한국 유학생이 우연히 들고 간 이 테이프가 학교 전체에서 엄청 인기라는 것이다.


이런 류의 음악에 관심이 없던 차였지만, 인간시대에 방영된 신바람 이박사의 리얼다큐를 봤던 적이 있어 기억하고 있었다. 관광버스 가이드가 이 사람의 직업이었지만 정식 가이드도 아니고, 흥겹게 놀 수 있게 하는 일종의 바람잽이. 고정 수입은 없고, 그날그날 손님이 기분 내키는데로 주는 돈이 수입의 전부. 인간시대에서 나온 그의 일상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아내는 가난으로 도망을 갔고, 아들과 같이 단칸방에서 사는데 방이 좁아 아들은 방에서 자고 이박사는 다락방에서 잤던 장면을 기억한다.


한번은 북한산 삼천사 계곡 한 음식점에서 단체로 놀라 온 행락객들과 어울려 한판 놀아주고 돈 한푼 받지 못하고 돌아서든 장면은 충격적이기 까지 했다....


신바람 이박사라는 해적판 테이프 시리즈로 전국의 택시 , 버스 기사들이 가지고 있을 만큼 판매량이 대단했지만 막상 이박사 자신은 돈 한푼 받지 못했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그랬던 그가 일본의 한 기획사 눈에 들어 90년대 중후반 일본에서 대흥행을 얻어 일확천금을 벌기도 했다. 아침 프로에 금의환향 돌아온 그의 태도는 그런 자신을 알아주지 않은 고국에 대한 애증과 회한이 짙게 묻어 있었고, 그의 안하무인인 듯한 방송 태도는 진행자 마져도 당황스럽게 할 정도였다.

저급한 문화로 취부했던 그의 음악이 "달파란"이란 음악 기획자를 만나 제2의 전성기를 이루는 듯 했으나 그 인기는 예전만 하지 못했고, 일본에서 번 돈 마저 사기를 당해 무일푼 신세로 전락했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세계적으로 없는 음악 장르, 장터의 장똘뱅이들의 싸구려 음악 취급을 받지만 그의 음악 세계는 재평가 받아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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