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크리스마스의 추억.

오체투지해무 2015. 12. 25. 11:54

이거 뭐 크리스마스이브 밤인데

얼마 전 봤던 나의 화려한 장례식이라는 단편 드라마를 이 시간에 보고 있으니..

 

뜬금없이 드는 추억

고1 크리스마스 이브 장위동 친구네서 밤을 보낸다는데 집에서 외박 허가를 못받았다.

 

자는 척 하다 열두시 쯤 집을 나와 미아리까지 걸어갔는데 눈은 오고 날은 춥고 마침 크리스마스 이브에 한해 심야버스가 다녔다.

 

이때의 기억은 두고두고 꿈의 소재로 등장하더니 오십대 이후 한번도 꾸지 않았다.

 

버스는 다니는데 차비가 없었던 터에 내 또래 남자애가 골목 어딘가에서 나와 내 앞을 지났다.

 

낮은 목소리로 얼마 있니 물어봤는데 주머니의 돈을 다 털어서 나에게 주고 뒤도 안돌아 보고 도망갔다.

 

이삼천원 정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차비 정도 빌리려던 내게 참 황송한 금액이었고. 금액이 커지니 내 행동이 범죄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아무튼 그 늦은 시간에 미아리 옥돌한의원에서 버스를 타고 장위 파출소까지 갈 수 있었고 난생 처음 크리스마스 이브 외박을 하고 새벽 일찍 집에 돌아가 가족들은 외박하는지도 몰랐다.

 

문득 눈 오던 밤 덩치도 나 보다 큰 또래애가 군소리 없이 돈을 내준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이전에도 이때 추억이 떠오르곤 했는데

그때 마다 죄책감이 들곤 했는데 나이가 드니 뻔뻔해진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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