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아버지의 눈물.

오체투지해무 2017. 11. 15. 07:09

정윤배

아주 어렸을 때 밤 늦은 시간 귀가 하시는 아버지에게 밤길이 무섭지 않느냐고, 귀신이 무섭지 않느냐는 그만한 나이의 아이가 가질 의문에 대해 아버지는 밝은 웃음을 보이며 "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니?" 하셨다. 이 나이때 까지 귀신을 본 적은 없지만 귀신의 실체에 대해 모르고 있으니 그것...이 더 무서운데, ' 세상에 귀신이 어디있어.' 담담하게 얘기하시는 아버지는 슈퍼맨 보다 더 멋있어 보였다.
또 한가지 어린시절 아버지가 우시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본적이 없었다.
아 딱 한번 여동생이 시집간날과 그 다음날 아버지는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술을 많이 마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외삼촌 두분과 연이틀을 술을 마셨다. 두째날 일어나자 마자 해장국에 술을 드시고, 아끼는 음반을 턴테이블에 걸고 또 한 잔, 작은 외삼촌은 술이 약해 가시고 술고 힘도 장사이신 네째삼촌이 아버지의 술친국가 되어주었다. 집안에 있는 술이 거의 바닥이 날 무렵 대성통곡하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시집간 여동생을 그리워하는 울음이었다. 위로를 하는 어머니과 네째 외삼촌, 어째해야 할 지 난감해 하는 나. 처음 본 아버지의 눈물 앞에 여동생에 대한 질투심이 삐죽삐죽 날을 세웠고 그렇게 서글피 우시는 아버지에게 어떻게 그렇게 동생과 나에대해 편파적으로 대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너는 아직 여자에 대해 모른다, 사랑을 받아 본 사람이 사랑을 받으려면 어떻게 행동하는지에 대해 안다. 너는 내 곁에 있을 것이지만 여동생은 남의 식구가 될 사람이다. 그래서 사랑을 많이 줘야 하고, 그래야 사랑 받으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안다고 했다.
그말에 삼십년 가까운 가족생활 중 가진 여동생의 편애에 대해 이해를 하고 납득을 하게 됐다.
요즘 아버지는 자주 눈물을 흘리신다. 식사를 하시려고 식탁에 앉아서도 휴지로 오른쪽 눈을 훔친다. 티브를 보시다가도 오른쪽 눈에 휴지를 대고 눈가를 훔치신다. 시도때도 없이 흐르는 아버지의 오른쪽 눈물.
슬픔과 관계 없이 흐르는 눈물이지만, 눈물을 보는 순간 만큼은 가슴이 먹먹해진다.


페북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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