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방학동 華商 水晶宮

오체투지해무 2010. 5. 4. 14:28

방금 올라탄 택시 안,

 

"어디로 모실까요"

" 방학동 수정궁이라는 중국음식점 아십니까? 거기로 가주세요."

"방학동 수정궁에요?"

"친구가 좋은 술에 맞춤 안주집이 있어서...."

"그거 참, 무협지의 한 장면입니다.

좋은 술이 있다 불러주는 친구, 그 친구의 부름을 받고 달려가주는 친구,  멋집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수요일 저녁시간.

겉은 허름하지만, 오향장육을 제대로 내온다고 소문난 수정궁 산채에서 친구들이 만났다.

 

빠이주로 불리는 백주의 한종류인 백년완주.

네모난 깡통에 들어있어 캔 따듯 따야 병의 실체를 볼 수 있다.

인증서와 함께 독특하게 생긴 병마개를 딸 수 있는 금색 오프너.

원래 빠이주는 돗수가 높을 수록 고급주.

하지만 국내에서는 50도 이상의 독주 보다는 그 한급 아래인 42도 빠이주가 인기.

 

 

짠슬이라는 콜라겐이 잔뜩 들어있는 젤라틴 장에 오향장육을 찍어먹고,

어릴때 먹어봤던 중국집 군만두 그대로의 맛을 가진 빠삭한 만두도 먹고,

물만두, 고기튀김을 맛본다.

빠이주로 시작했으니 빠이주로 끝을 보자고,

공인호가 자기 집안 술인 공부가주 대짜를 골라잡는다.

 

성룡이 주연했던 영화 "취권"으로 더욱 유명해진 공부가주.

작은 고량주 잔에 한없이 나오는 술을 용호는 석잔이나 원샷으로 들이킨다.

 

편갈라 당구도 한게임치고,

노래방에서 목청껏 소리도 질러봤다.

 

좋은 술이 있다 하며 모인 친구들, 무협지 소설의 한 장면 같다며 부러워 하던 택시기사의 말대로

즐거운 추억의 술자리가 지나갔다.

 

2009년 8월의 어느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