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돌산 갓김치

오체투지해무 2009. 4. 23. 17:40

 

 

갓김치에 대해 얘기하기 전, 갓김치의 맛을 알게 된 계기에 대해 먼저 말을 해야되겠다.

광주가 아버님 고향이고, 고흥이 어머님 고향인 친구네 집은 넉넉한 인심 탓에

항시 친구들이나 후배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았다.

 

나 또한 그 친구네 밥 꽤나 축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친구 어머니는 한식집을 하셨을 만큼 음식 솜씨가 좋으셨다.

항상 많은 식구 음식을 하던 탓에 친구들 7~8명의 아침상은 문제도 아니었다.

 

어찌나 자주 이집에서 밥을 먹었던지, 어느해 동짓날에는 왜 팥죽 새알 먹으로 오지 않느냐고

친구 어머니가 걱정스레 안부를 물으셨을 정도이다.

 

남의 집이라고 눈치 주는 일 없이 식사를 챙겨주시는 친구 어머님의 큰손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전라도 김치. 젓갈이 듬뿍 들어갔을 뿐이 아니라, 생선이 통채로 들어가 있는 김치는

비린것 먹지 못하는 나에게 너무도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색을 할 수 없는 일, 거의 김치에 손을 대지 않다가, 꼬들빼기와 갓김치의 맛을 안것이다.

간혹 곰삭지 않은 젓갈이 입안에 걸려들어가 곤욕을 치루기도 하지만,

서울이 고향인 부모님을 둔 탓에 좀처럼 맛보지 못했던 꼬들빼기와 갓김치의 맛을 이친구네서 맛을 알게 된것.

 

지금도 젓갈류는 입에 잘대지 않고, 젓갈이 삭지 않은 김치는 쳐다보지도 않는데도, 꼬들빼기와 갓김치는 용감하게 손이 갈 수 있는 이유로는 전라도 음식 맛 제대로 낸 친구 덕분인 듯 하다.

 

십 수년 전, 여수 향일암 여행길, 절에서 일출을 보고 내려오는 길에 맛뵈기로 내놓는 갓김치의 맛은

어릴때 친구네서 먹었던 그 갓김치 그대로의 맛이었다.

매콤하고 톡쏘면서, 젓갈의 비린맛을 적당히 덮어주어 목 뒤로 넘겨 주게 하는, 싱싱한 갓김치.

사회생활하며 십여년을 넘게 먹어 보지 못했던 친구네 갓김치의 맛이 향일암 주변 노점상이 내놓는 갓김치에서 그 맛을 찾아간다.

갓김치를 내주시던 친구 어머니는 오래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나셨지만, 어머님이 남겨주신 손맛은 내 혀끝에 아직도 살아있다.

 

'SOUL TRAIN > 맛따라멋따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식요리점 사와 강남점  (0) 2009.04.26
아! 순천만의 밑반찬  (0) 2009.04.23
의정부 평양면옥 물냉면  (0) 2009.04.18
옥천냉면 고기완자  (0) 2009.04.14
이천 옛날쌀밥  (0) 2009.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