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世上萬思

백령도에서 근무 했지말입니다.

오체투지해무 2009. 2. 12. 17:45

93년 뒤늦게 백령도에서 해병 생활을 4개월여 한 때가 있었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은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이 안풀리거나, 스트레스가 몹시 쌓일때 군대에 재입대 하는 꿈을 꾼는 경우가 있다.

분명 군대를 제대했는데도 불구하고 서류 상의 잘못이나, 어떤 이유로 해서 억울하게 군대에 다시 끌려가는 꾸는 꿈은 억장이 무너진다고 할까? 육군병장으로 제대한지 십여 년이 가까이 되는데, 백령도에서 그것도 해병 생활이라니. 의아해 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살짝 귀뜸을 하자면, 국가보안에 관련되는 일이라 정확한 사실을 밝힐 수는 없지만 군과 관계 되는 일로 여름 한철 피서 간다온다 생각하고 몸은 편하지만 마음은 괴로운 섬생활을 했었다. 당시의 이야기이다.

감독관은 소령이었고 그에게는 따까리라 부르는 직책 상 전령이라는 사병이 있었다. 대구 출신의 이 김해병은 체격도 좋지만, 성격도 유순하다. 예나 지금이나 애들과 노는것을 좋아하는 탓에서인지 감독관 보다는 나하고 더 친했다. 김해병의 일은 극히 단순한 일이어서 하루에 1시간 정도만 소일하면 나머지는 젊은 혈기의 청년이 지내기에 무료하기 짝이 없는 시간이었다.

김해병의 취미는 자기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남에게 들려주는 것. 아무리 긴 이야기라도 듣는 사람이 지루하지 않게 해주는 요령을 알고 있었다.

김해병의 신병 때 일이다.
백령도에는 유난히 도마뱀이 많다. 사무실 앞 풀숲에 한발만 발을 들여도 초록색 도마뱀이 도망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 크기는 커봤자 약지 손가락 만한 것으로 간혹 육지의 산에서 볼 수 있는 정도의 도마뱀이다.

김해병이 자대배치 받은지 얼마 안돼 훈련을 나갔다. 십분간 휴식 시간에 갓 자대배치 받은 이등병은 고참들의 장난감.

" 김해병, 도마뱀 육지에서 봤나?"
" 못봤습니다."
" 해병이 빠른가 도마뱀미 빠른가 잡아온다. 실시."

난생 처음 본 도마뱀을 한마리 잡아오자 고참의 분부기 떨어진다.

" 도마뱀을 먹는다. 실시!"
" ......"
" 도마뱀을 먹는다. 실시!"
" 못 먹지 말입니다."

잠깐 뜸을 들이던 고참이 김해병의 바로 윗고참을 부른다.

" 도마뱀을 먹는다. 실시!"

불려나온 김해병의 바로 윗고참은 지시를 내린 고참의 말일 떨어지기가 무섭게 잡아온 도마뱀을 꿀꺽 삼킨다.

" 봤지. 네가 한먹으면 네 바로 윗 고참이 또 도마뱀 먹어야 돼. 이래도 안먹어."

이등병때 가장 무서운게 병장, 상병이 아니고 악랄한 바로 윗고참이 가장 무서운 법.
고참의 먹으라는 지시가 내리자 차마 손 윗고참에게 또 도마뱀을 먹이게 할 수 없어 두눈 딱 감고 도마뱀을 입에 가져 갔단다.

도마뱀은 양서류라 냉혈동물 한 그래도 입안에 이물감이 전해오는데 도마뱀의 축축하고 차가운 피부가 혀에 닿자 꿈틀거리기 까지 하자. 제깐에는 이빨로 숨통을 끊어놔야 겠다는 생각에서 꼬물거리는 도마뱀을 질끈 씹어 목 뒤로 넘겼단다. 입안에 퍼지는 비린내를 꾹꾹 참고 입을 딱 벌려 다 먹었음을 고참에게 확인 시키자

" 그놈 비위 좋네. 도마뱀 첨 먹어보면 토하기 마련인데..." 하고 무사히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복 귀 했단다.

그 날 저녁.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 길에 어금니 사이에 뭔가 끼어 있어 우물우물 거리다 새끼손가락으로 이 사이에 끼어든 이물질을 빼내어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오후에 훈련 나갔을 때 먹었던 도마뱀의 손이 걸려나오는 것이 아닌가. 도마뱀은 손이 작아 개구리 처럼 손가락 사이에 막이 없고, 어찌 보면 사람 손과 똑같아 보이기 까지 한다. 그런 도마뱀 손이 이제 저녁 먹고 나온 뒤에 어금니 사이에서 나왔으니 도마뱀을 씹을 때의 그 촉감과 비린내가 뇌리에서 다시 떠오르고 새끼 손톱에 찍혀 나온 통통 불은 도마뱀의 손목가지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위장의 모든 것을 다 끄집어 내기에 충분했다.

김해병은 그날 이후 3일간을 음식을 입에 대지 못했단다. 첫 휴가를 나가 군에서 격었던 고충을 집에 가서 무용담 처럼 늘어놓는데 듣고 있던 어머니 하시는 말씀.

" 도마뱀 몸에 좋다는데 더 많이 잡아 먹지."


이야기 둘.
김해병이 어느 정도 고참이 됐을 때의 일이다.
갓 전입해 온 이등병을 후임병으로 맞아 전우조를 짜게 되었다. 선임병은 후임병이 군대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형처럼 잘 챙겨주고 타일러주고 가르쳐주라는 제도이다.
 훈련을 나간 어느날 후임병이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얼굴이 벌개져서 김해병 뒤에서 끙끙거리는 폼이 뭔가 불편한게 있었나 보다.

" 야, 너 왜 그래."
" 저 말입니다. 오줌이 마렵지 말입니다."

군대에서는 '요'짜로 끝나는 말을 해서는 안된다. 뭐뭐했어요로 끝나면 아직도 사회물이 떨 빠졌다고 엄청 뺑뺑이를 돌리단. 또 엄청 군기 들어 있는 이등병은 일일이 고참의 명령에 의해 움직이다 보니, 생리욕구도 자기 마음대로 풀지 못하게 마련인다.

" 마, 그런건 네가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지. 대충 아무데서나 해결해."

말이 떨어지기기 무섭게 이등병은 허리춤을 풀으며  숲 속으로 달려간다. 그 뒷모습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외치는이등병의 비명소리.

" 뭐 뭐야 왜그래."

후임병에게 이상이 생기면 선임병에게도 그 영향이 가기 때문에 긴장을 하고 있어야 한다.
쉬를 하고 있는 이등병에게 달려가 보니 꼬추에 메달려 있는 비암.
어찌하다 발 밑의 뱀을 살펴보지 못하고 급한 김에 방사를 하는 바람에 뱀이 뛰어 올라 그 곳을 문것이다. 비명소리와 함께 어찌 어찌하여 뱀은 떨어져 나가 숲 속으로 사라지고 남은 것은 엄청난 통증 뿐.

" 으으으~ 으으으~."
" 많이 아프나?"
" 참을 만 합니다."
" 알았다 빨리 의무대에 가서 치료 받자."
" 근데 말입니다.그 뱀 독사는 아니지 말입니다?"
" 독사, 그 글쎄 자세히 못봐서..."

순간 김해병의 머리에는 상상하기 싫은 장면이 떠올랐다.

" 으으으~ 으으으~. 그래도 말입니다. 혹시 모르니 말입니다."
" 모 모르긴 뭘 몰라."

" 한번 빨아주시지 말입니다."

 

                                                                                  -1993년 여름 백령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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