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브란트전시회를 시작으로 이주째 주말에는 짧은 산행과 전시회 관람이 이어졌다.
짧은 산행이라지만 꼬박 두시간 여를 서서 관람해야 하는 전시회 특성 상 산행과는 또 다른 피로가 겹치기 마련이다.
지난 주에는 영화관람을 했다.
영화관을 찾은지 꽤 오래된 탓에 근래 무슨 영화가 상영되는지 조차 알지못하는 가운데,
추천영화는 독립영화로 제작된 '워낭소리'
몇년 전 찾았던 광화문 시네규브에서 첫회를 보기로 했다.
웹서핑을 통해 잠깐 알아본 정보로는 연세드신 부모님 손을 잡고 많이 찾는다고 한다.
일요일 첫회인데도 표를 구하지 못해 다른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릴 만큼 영화는 매진이다.
얼굴이 익히 알려진 유명인들도 삼삼오오 짝을 지어 입장한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얘기로는 ' 예술영화 운운' 한다.
시네큐브가 예술영화(확실한 개념은 모르겠지만)전용관이니 그런 말도 나올 듯 하지만,
이 영화는 다큐영화다. 있는 그대로 기록해서 제작했다는 얘기이다.
영화의 첫장면은 청량산 야외법당에 마련된 석탑에서 죽은 소의 영혼을 축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몇 년 전 찾은 청량산 청량사 석탑의 사진은 안타깝게도 필름으로 촬영되어 이곳에 올리지 못한다.
영화의 첫장면과 같은 위치에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영화는 할아버지와 소, 할머니의 뒤를 쫓고나 먼발치에서 바라보거나, 옆에서 묵묵히 지켜보며 앵글에 담았다.
어떤 장면 뒤에는 지레짐작으로 혹시 영화의 흥행을 목적에 두고 드라마틱하게 편집이 되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 있기도 했지만, 감독은 기록에 중점을 두고 묵묵히 그들의 생활을 담아갔다.
감독의 깔끔함을 엿볼수 있었다.
할머니의 푸념 같은 넋두리에 간혹 웃음이 일기도 했지만, 영화 내내 지속된 감정이입으로 얼굴은 상기됐고,
목울대를 넘어오는 울음을 참아내느라 몇 번이나 끅끅거려야 했다.
영화가 그렇게 감동적이었냐는 질문에 확실히 대답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요즘 나는 지극히 사소한 일에 감동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아져서이다.
요즘 상영관이 다 그런지 모르겠지만, 시네큐브는 자막이 다 올라갈 때 까지 관람석의 조명을 꺼놓는다.
영화의 감동에 좀더 충실할 수 있게 해주는 국내 유일한 영화관으로 알고 있다.
자리를 일어서는 몇몇에게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
" 너무 기대를 했나." " 예술영화라는게 말야..."
워낭소리는 다큐멘타리영화다. 그 속에서 극적인 대목을 즐기려는 관람객에게는 밋밋할수 있지만,
오랜만에 접한 이 영화에서 너무도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아직도 기대를 하고 찾아오는 관객이 있지만, 사람들은 극적으로 연출된 영화나 드라마에 식상해 있거나,
생활을 정직하게 담아내는 다큐라는 장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안목이 생겼거나 한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오래전 보았던 퐁네프의 연인들을 보고 나왔을 때의 이해 할 수 없다는 관객의 반응도 보게되었다.
막상 자신은 감동 받지 못했는데, 영화가 감동적이라더라는 사전교육을 받고 온 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현상.
담담하게 그려내는 내 여행이야기가 사람들에게 읽힐까라는 계산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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