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世上萬思

명동 통기타카페 ' JAM '

오체투지해무 2009. 2. 18. 14:38

특정한 장소가 그리워 질때가 있다.

대부분 마음 속으로 그리워 하다 말지만,

그 근처를 지날때면 그리워 했던 장소를 찾아가거나 먼 발치에서 그곳을 바라보는 버릇이 어렸을 때부터 있어왔다.

 

추억을 떠올리며 찾는 장소는 같은 길이어도 그 느낌이 사뭇다르다.

명동거리의 동쪽 입구 카톨릭회관 건너편의 오래된 건물들은 변화하는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예전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그 건물 이층에 자리잡은 카페 ' jam '

카페라고 하기에도 옹색한 다섯평이 채 안될 공간에 주방이 함께 있는 협소한 카페.

은밀한 얘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나눌수 없는 좁은 장소이지만,

그곳을 찾는 손님들은 남을 의식하는 일없이 자기얘기, 자기 시간에 충실하다.

하기사 남의 눈치 보는 사람들이 그런 장소를 찾아 올리 만무하다.

 

명동의 동쪽입구에는 손님이 직접 연주할 수 있께 통기타를 가져다 놓은 카페가 몇있다.

' 섬 ' 이 그러하고 라이브 카페 ' feel ' 이나 ' 무아 '가 그렇지만 나름대로 각기 개성이 다르다.

그 중 잼의 제일 먼발치의 기억은 93년 즈음인것 같다.

카톨릭 신자도 아니였으면서 명동성당을 자주 찾았고, 근처에서 생맥주를 즐겨마셨다.

노래가 부르고 싶으면 이곳을 찾아 때로는 혼자, 때로는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과 통기타 반주에 맞춰 합창을 하고는 했다.

창가에 둘이 겨우 마주 앉을 만큼 작은 테이블이 두개,

신발을 벗고 올라가야 하는 다락방에 5~6명이 둘러 앉을 만한 공간.

비슷한 취향의 손님들이 찾아서인지, 술이 거나해져 남의 이야기에 끼어들어도,

통기타를 잡고 목청 높여 노래를 불러도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분위기는 오히려 화기애애해지는 그런 곳이다.

 

그렇고 그런 시절을 보내고, 나는 다른사람의 인도로 같은 장소를 찾게됐다.

 

' 이 사람이 이곳을 알고 있다니...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는 이곳을... '

 

같이 온 사람은 그때의 그사람이 아니었지만, 잼은 오래전 추억 속의 그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이었다.

기억력의 한계로 몇몇 장면들은 시제의 불일치를 보이며,

그녀와의 기억이던가, 또 다른 그녀와의 기억이었던가 혼동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시제의 일치가 불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순간 그다지 큰 의미가 되지는 못했다.

 

같은 장소에 다른사람과 찾은 곳이 여러곳이지만,

이곳 만큼  통과의례를 치룰 만큼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면 찾았던 적도 없는 것 같다.

친한 사이여서 이곳을 찾게 되는지,

이곳을 찾게되면 이곳 만의 묘한 분위기로 인해 친해지는지에 대해서는 이 또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사진을 본격적으로 찍으면서 충무로와 남내문 사진기자재 상가를 자주 출입하면서,

명동입구는 필연적으로 거쳐가야 하는 길목.

 

한동안 잊고 있던 이 장소에 대한 애착이 가게 된것은 주위의 건물들이 헐려 더 크고 화려한 건물이 올라간다

는 것을 알고 서인 듯하다.

 

그 허름한 몇충짜리 상가들이 그대로 그렇게 있어줄것 같지 않아서이다.

들고 있던 디카로 잠시잠깐 옛추억이 떠올라 담아놨었다.

 

얼마 전 그 길을 거닐다, 카페의 안위가 궁금해 그 위치에서 바라봤던 카페는 없어지고, 음악기획사 간판만이

그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순간 나는 내 살점의 한 곳이 베어나가는 것같은 짧지만 강한 통증을 느꼈다.

나와 그 장소에서 함께 했던 여러명의 사람들이 그때의 그 시간을 더 이상은 기억하지 못하리라는...

나만 기억하고 추억하는 현실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망각의 강에서 떠내려가는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안감힘을 쓰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다.

 

사람들은 쉽사리 잊고 산다.

나와 이곳을 찾았던 사람들의 대부분은 이 앞을 지나치며 이런 장소가 있었다는 것 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지나치고 말것이다.

나는 왜 이토록 과거에 집착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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