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봄바람이 부는 어느날 여주를 찾았다.
때 마침 여주장이 섰으나, 이십년 세월에 비해 변함없는 시내 풍경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개장수, 닭장수 구경하고, 닭꼬치, 떡꼬치 먹어보고...발길을 남한강변 백사장인 금모래 은모래로 향했다.
여주와 문막을 잇는 42번국도 현장에 일년 간 근무했으면서도 이쪽은 처음 찾았다.
가족단위나 단체야유회 오기 좋은 곳으로 공원 어디서나 바베큐를 해먹을 수 있는 시설이 되어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아직은 더 그리운 계절, 미친년 속치마 같은 바람에 머릿결을 맡긴다.
강 건너편의 신륵사 석탑을 바라보는 시선 사이 커다란 골프우산이 데굴데굴 바람에 굴러간다.
굴러온 방향을 되집어 본 시선에 들어오는 지긋한 나이의 남녀한쌍.
바람도 막을 겸, 뭇사람의 시선도 피할 겸 뽀뽀삼매경에 빠져 있다 아연실색 우산을 주우러 달려간다.
그 광경을 바라보는 우리는 웃음을 터트리며 대학시절 불렀던 구전가요가 생각났다.
봄 봄 봄 봄이러구나 봄봄
처녀총각 키스하는 봄이라구나 봄봄
이쪽에서 쪽, 저쪽에서 쪽.
야 야 침튀긴다야.
여름 여름 여름이러구나 여름
처녀총각 옷을 벗고 수영하는 여름
이쪽에서 풍덩, 저쪽에서 풍덩,
야 야 물튀긴다야.
가을 가을 가을이러구나 가을
처녀총각 무를 먹고 설사하는 가을
이쪽에서 쫙, 저쪽에서 쫙,
야 야 똥 튀긴다야.
겨울 겨울 겨울이러구나 겨울
처녀총각 옷을 벗고 이를 잡는 겨울
이쪽에서 찍, 저쪽에서 찍,
야 야 피 튀긴다야.
대학시설 불렀던 구전가요을 부르며 또 한차례 까르르 웃는다.
그 와중에 우산 속 중년 남녀는 우산대를 부여잡고 애무삼매경에 젖어든다.
봄햇살이 눈살을 찌푸리게 해서인지,
허무해 보이는 중년남녀의 애정행각이 서글퍼 보여서인지,
콧등이 시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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