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世上萬思

PM 11:23

오체투지해무 2009. 2. 12. 17:39

막차 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하철 개찰구로 내려가는 계단

난간에 기대어 잠든 셀러리맨을 발견했다.

나이는 삼십대 후반, 결혼은 했을것이며, 구두에 광이 나는 것으로 보아

규모있는 회사의 사무직으로 보인다.

 

술을 즐겨마시는 타입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두주불사의 한량 스타일이라면 아직 집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향할 시간은 아니기 때문이다.

 

회사에서의 회식?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의 회포를 푸는 술자리?

여자에게 이별이라도 통보 받았을까?

술 마시는 이유야 어찌됐던 술자리의 유형은  10가지 이하로 분류된다.

 

도시인에게 있어 정장과 화이트 셔츠, 넥타이, 검정색구두는 전투복이다.

그 전투복의 브랜드에 따라서 입고 있는 사람의 전투력을 평가하게 된다.

사기를 치는 사람이던, 수출에 이바지하는 산업역군이던...

 

제껴진 고개를 세워주고 계단에 앉히기라도 해야 겠다는 것은 생각으로 그쳤다.

 

그의 얼굴에서는 괴로운 듯, 행복한 듯 딱 꼬집어 표현 할 수 없는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어쩌면 야자수 그늘 아래 단잠을 자고 있다거나,

사막 위를 걷고 있다거나,

파고가 이는 바다 위를 항해하는 꿈을 꾸는 건지 모른다.

 

한 가정의 가장이 술에 취해 지하철 난간에 기대 잠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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