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아주친절한여행

연초록 휘장 처진 대자연의 품에 안기어...

오체투지해무 2008. 5. 4. 21:49


꿈인 듯, 생시인 듯,
길을 나섰답니다.

안개 속에 길은 이어지고,
안개 뒤로 길은 사라졌지요.

 

발목에 차갑게 닿는 아침이슬의 간지러움
손가락 사이 빠져나가는 바람결의 가벼움
미간을 조이게 하는 햇살의 눈부심
코끝에 묻어나는 여린 잎의 싱그러움

 

꿈인 듯, 생시인 듯,
길 위에 서 있었답니다.

밝음은 어둠으로 사위었고,
어둠은 밝음 앞에 사라졌지요.

 

그대와 와봤던 곳이었을까
그대와 와보고 싶었을까.
길이 끝나는 곳에서 여행은 시작되네요.
우리가 전에 그랬던 것처럼.

 

 

 

동해로 가는 길
높고 깊은 땅 태백 지나, 쪽빛 동해바다로

 

 

한치재에서 바라본 맹방해변

 

 

 

영동선 스위치백구간인 나한정역

 

 

삼척 죽서루

 

 

 

 

 

월천과 호산해변

 

 

죽변 등대 드라마셋트장

 

 

 

 

햇살은 따사롭고, 바람은 싱그럽다. 꽃샘추위도 완전히 물러나고, 우기가 찾아오기 전, 신록의 5월은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는 그지없이 좋은 계절이다. 백패킹을 하고 갓난아기 손등처럼 부드러운 연초록 잎 가득한 숲길을 걷는 것도 좋고, 고즈넉한 산사 찾아 자신의 심연에 가 닿는 것도 좋다. 비가 오면 오는 데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면 쏟아지는 데로, 눈길 가는 곳에 발길이 가는 무엇을 해도 좋은 계절이 5월인 것이다.

 

Drive, 손수 운전해서 가는 길에는 딱히 목적지를 따로 선정하지 않는 것이 한가로운 운전 그 자체를 즐기는 방법이기도 하다. 운전 실력만큼 여유로운 드라이브를 즐기며 차창 밖에 가까워지고 멀어지는 5월의 풍경을 보는 즐거움은 또 다르다. 주중이고, 주말이고 상습정체지역인 수도권 인근 지역을 벗어나면 그때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한반도의 다른 지역 보다 뒤늦게 찾아오는 강원도의 애 띤 신록을 보기 위해 남다른 코스로 달려보자. 여행지에 들려 국사 공부하듯 고적답사의 사전지식이 필요하지도 않다. 주말이면 밀려오는 관광객들의 복잡함이 있는 유명 체험관광지도 아니다. 오로지 길 위에 내가 있고, 그 길 위로 우리가 가고 있다는 느낌.

 

동해를 가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다. 혹은 설악산 인근을 거쳐 속초 일원에 다다르는 것. 하지만 이번만큼은 아니다. 한적한 국도를 따라 마음 것 핸들링을 꺽다 쪽빛바다에 안겨보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다. 발길 따라 길을 나선다 해도 여행 동선은 있어야 하는 법. 충북 제천까지는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한다. 제천 나들목을 빠져 나오면, 영월을 지나 정선 예미면까지 자동차 전용도로가 새로 개통되었다. 신호 한번 없이 강원도의 깊숙한 곳 정선 땅에 닿게 되는 것이다. 왕복 4차선이던 자동차 전용도로가 끝나는 곳인 정선군 예미부터는 왕복 2차선으로 도로 폭이 좁아지면서 좌, 우측은 공사구간과 중첩이 된다. 때에 따라서는 깊은 코너링과 급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된다.  높고 깊은 땅으로 인도 해줄 38번 국도를 따라간다. 탄가루가 날리던 사북을 지날 때면 거리를 가득 메운 전당포 입간판에 눈길이 갈 수 밖에 없다. 길을 따라 가파르게 올라붙은 된비알로 막힌 시야에 어지럽게 펼쳐지는 풍경은 대한민국에서 이곳만이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형형색색 형광물질로 도색된 간판들이 시야에서 멀어질 때면 귀가 먹먹해진다. 고원도시 태백의 관문 싸리재 터널을 지나게 된다.

 

태백은 국내에서 여름이 가장 짧은 도시. 한여름에도 아침, 저녁으로는 긴팔을 챙겨 입어야 하는 곳이다. 또한 태백에 떨어진 물은 각각 동해, 서해, 남해로 흘러드는 삼수령을 품은 곳이기도 하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용소와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가 이곳 태백에 있다. 드라이버는 운전을 하며 다만 그 사실을 머리에 인식하고 있을 뿐 38번국도를 �아 통리재를 넘는다. 해발 고도 820m의 통리재는 북한산의 높이와 비슷하지만 이미 태백의 해발고도가 700미터에 이르는 탓에 재를 넘는 다는 생각없이 길고 긴 다운힐에 들어간다.

 

통리재를 넘으면 태백의 험준한 산맥을 가르고 오십천이 동해로 이어진다.  맑은 날 통리재 아래 자리한 고원휴게소에서 오십천을 눈으로 �다보면 그 끄트머리에 시퍼런 물감 푹 찍어 놓은 동해바다를 볼 수 있다. 38번 국도 태백에서 도계 방향의 통리 재를 넘으면 제일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이 통리 협곡의 장엄한 풍경이다. 한국의 그랜드 캐년이라고도 불리는 이곳 통리협곡은 그 생성과정이 미국의 그랜드캐년과 흡사하다. 중생대 백악기의 역암층 신생대 초의 심한 단층운동과 강물의 활발한 침식작용으로 인해 V자형의 협곡을 이룬 곳이다. 협곡의 암벽 높이는 어림잡아 300여미터. 협곡 전체에는 붉은색 색조를 띄고 있는데 건조한 기후조건으로 공기 중에 산화되어 비롯된 것이다. 협곡 상류에는 낙차고 30미터에 다다르는 미인폭포가 있다. 폭포의 높이가 오십장이라 하여 오십장폭포라 부르기도 한다.

 

험준한 통리협곡을 따라 철도인 영동선이 나있다. 흥전-나한정역 구간은 국내 유일한 스위치백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곳이다. 스위치백이란(switch back) 산간지방의 급구배를 완화하여, 열차운행을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선로를 Z형으로 설치한 것이다. 통리역과 도계역 사이는 험준한 산악지형으로서 고도차가 435m나 된다. 이 구간을 열차운전의 한계구배인 30/1000으로 철길을 건설하기 위해 철길을 건설하고 그 구간을 역진행하게 되는데 이를 스위치백 방식이라 한다. 열차의 진행 방향에서 스위치백 하는 구간은 나한정역과 흥전역 사이 1.5km 구간. 흥전역(해발 349m) 철로구간은 나한정역(해발 315m) 역사에서 고개를 한참이나 뒤로 제쳐야 올려다 볼 수 있을 만큼 급준한 지형이다. 특이한 철로운송방식에 동해안을 찾는 수학여행단 학생들에게는 현장학습을 위해 잠시 머무는 곳이기도 하다. 나한정은 현재 심포리역 주변에 있는 마을이름이였다. 심포리역사가 있는 마을 뒷 편에는 돈각사라는 절이 있었다. 절의 뜰 앞에서 건너다 보이는 산세가 마치 소승불교 수행자의 최고 경지라는 아라한과 흡사하다하여 유래된 지명이다.

 

오십천의 끄트머리에는 관동팔경 중 하나인 죽서루가 붉은 절벽 단애 위에 자리하고 있다. 이 건물은 창건자와 연대는 미상이나 동안거사집에 의하면, 1266년(고려 원종 7년)에 이승휴가 안집사 진자후와 같이 서루에 올라 시를 지었다는 것을 근거로 1266년 이전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된다. ‘누’란 사방을 트고 마루를 한층 높여 지은 다락형식의 집을 일컫는 말이며, '죽서'란 이름은 누의 동쪽으로 죽장사라는 절과 이름난 기생 죽죽선녀의 집이 있어 ‘죽서루’라 하였다고 한다. 이 누각에는 율곡 이이 선생을 비롯한 여러 유명한 학자들의 글이 걸려 있다. 죽서루 일원은 배용준, 한예진 주연의 영화 ‘외출’이 촬영되었던 곳. 죽서루 인근의 음식점과 여관, 카페에는 영화 촬영지였음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삼척의 새천년 해안도로는 때로는 해변을 따라, 때로는 기암절벽을 따라 나 있다. 해맞이 공원에서 보는 동해 바다도 일품이지만 삼척과 맹방을 잇는 7번국도의 구 도로인 한치재에 보는 바다의 모습이 절경이다. 한치재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치터널을 목전에 두고 좌회전하거나 한치터널을 지나 맹방리에서 구 도로를 따라야 한다. 이어 길은 호산천과 바다가 만나 석호를 이루는 곳을 지나 죽변까지 이어지는 옛 7번 국도를 따르는 것이 해안 절경을 즐기는 방법. 죽변항을 지키는 죽변 등대 뒤쪽에는 드라마 셋트장이 꾸며져 있다.


*여행메모
이번에 소개하는 여행지는 운전 자체를 즐기려는 여행자를 위한 코스이다. 38번 단일 국도노선을 따르는 것으로 특별히 길을 잃을 염려는 없지만, 깊은 코너링과 강원도의 험준한 지형은 초보운전자에게 다소 무리가 따르는 코스이기도 하다. 운전 경력과 연령에 따라 당일 코스로 가능하지만, 체력안배, 동승자의 배려 등을 감안한다면 1박2일 코스로 계획하는 것이 무난한다. 일정에 따라 태백 시내에서 숙박하거나, 삼척시내 죽서루 인근의 여관과 해안도로의 호텔 등을 숙박지로 삼아도 된다.
귀경 코스로는 울진의 불영계곡을 경유해 경상북도 영주에서 중앙고속도로를 이용하거나, 삼척에서 동해를 거쳐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편이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이다.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 영월 방향 38번 국도-예미-사북-고한-태백-삼척으로 이어지는 38번 국도를 오롯이 따르면 된다. 4차선 국도가 구도로와 합쳐지는 예미 인근에서는 도로 확장과 신설공사가 이루어지는 곳으로 운전에 각별히 유의하여야 한다.

 

-. 맛집
태백은 고원지대의 특성상 일등품 한우로 정평이 나 있는 곳, 낙동강 발원지인 황지 주변에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산재해 있다.
삼척의 별미로는 곰치국을 들 수 있다. 한겨울에 만 나는 곰치를 보관방법이 발달되어 사시사철 맛 볼 수 있는 식당이 여럿 있다. 여행의 최종 종착지인 죽변항에는 어시장과 횟집이 발달된 곳으로 먹거리는 풍부하다.

 

 

 서울성곽 도보여행
서울성곽과 백사실계곡을 거닐다.

백악산과 서울성곽

 

말바위 쉼터 탐방안내소

 

숙정문

 

 

북한산 비봉능선이 바라보이고

 

창의문

 

산모퉁이카페

 

백사실계곡

 

한정식 석파정

 

 

1994년 서울 정도 600년의 행사가 있고 그 후 14년의 세월이 더해졌다. 한나라의 수도가 육백년이 넘게 이어진 나라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서울 성곽은 조선 왕조가 개국한 이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한민족의 자긍심이기도 한 것이다. 근대에 와서 성곽의 의미는 물리적인 것에서 추상적인 의미로 바뀌어 왔고 그에 따라 우리의 관심에서 저만치 밀려나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청와대를 품고 있는 서울의 진산으로 보안의 목적상 국민들의 발길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서울 성곽이 주목 받게 된 것은 2007년 사전예약제로 통행이 가능해 지면 서다. 인터넷 혹은 전화로 사전 예약과 통행인원의 제한 등으로 멀어졌던 것이 간단한 신분 확인절차로 통행이 가능해지면서 서울 성곽은 서울시민의 것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의 발길 아래 놓이게 된 것이다.  남산에 오르거나, 북한산 주능선 상에서 바라보던 서울의 전경과는 한층 더 서울 깊숙한 곳을 조망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서울 성곽의 출발지로 잡은 것은 혜화동과 성북동을 넘는 현 서울과학고 자리. 사적 제 10호 임을 알리는 안내판이 왕복 이차선 도로와 성곽 사이 한쪽 곁에 세워져 있다. 이곳에서 출발 자하문고개로 알려진 창의문까지 예정시간은 약 2시간 30분. 인왕산을 넘어 사직공원까지 이어지는 것이 서울성곽 중, 산지 성곽이 차지하는 부분이지만, 인왕산 코스 까지 이으려면 평소 산행으로 단련된 사람이여야 한다. 남산, 낙산, 북악산으로 알려진 백악마루, 인왕산, 안산을 잇는 5개산 종주를 하는 건각들도 있지만 관광이 목적으로 한 이번 여행에서는 서울과학고에서 출발 숙정문을 거쳐 창의문에 이르는 구간만을 소개하기로 한다.

 

성곽의 들머리는 비교적 완만한 오름길의 돌계단과 경사진 흙길이다. 성곽 우측에는 성북동 일대의 주택가들과 먼발치의 팔각정을 품고 있는 스카이웨이가 눈에 들어온다. 와룡공원을 지나면 군부대가 자리하고 있어 성곽 밖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길은 나 있다. 목책계단을 올라서면 숨을 한번 쉬어가야 한다. 목책계단은 전망대 구실도 하고 있어 주변을 조망하기 좋은 위치에 서 있다. 잘 가꾸어진 소나무 숲을 지나면 숲에 가려진 말바위 쉼터가 자리한다. 이곳에서 방문 목적과 인적사항, 신분증을 확인 한 뒤 패찰을 교부 받는다. 패찰은 창의문 쉼터 혹은 홍련사 쉼터 등을 통해 성곽을 빠져 나갈 때 반납하게 되어 있다. 이 이후 창의문 쉼터까지는 한 번의 공중화장실이 있으므로 용무를 볼 사람은 이곳에서 봐야 한다.

 

서울의 북대문이라고 할 수 있는 숙정문까지는 완만한 오름길. 소나무 숲이 우거져 있어 한낮에도 태양을 피할 수 있을 만하다. 숙정문은 남대문인 숭례문(예를 숭상한다는 뜻)과 대비해 ‘ 엄숙하게 다스린다,’는 뜻을 품고 있다. 이 문은 사람의 출입의 목적이 아니라 4대문의 격식을 갖추기 위한 것으로 가파른 산 능선 위에 자리 잡고 있어 평시에는 굳게 닫혀있었다고 한다. 가뭄이 심할 때는 남대문을 닫고, 이 곳 숙정문을 열었다고 한다. 북쪽은 음, 남쪽은 양이라는 의미에서 기우제를 통해 비를 불러들이기 위함이다. 숙정문 성루에 올라서면 요정정치의 산실이었다 음식점으로 거듭난 삼청각이 눈 아래 들어온다.

 

경사는 다소 급해지면서 또 한 번 숨을 쉬어 갈 무렵 좌측에 전망대 역할을 하는 목책이 설치되어 있다. 이른바 촛대바위 전망대. 이곳에서 보는 광화문로 일대의 전망이 새롭다.  멀지 않은 곳에 전망이 가장 뛰어난 지형지물의 이름은 곡장. 스카이웨이의 팔각정이 손에 잡힐 듯 보이고, 북한산의 비봉능선과 보현봉이 저만치 눈에 들어온다. 곡장은 성곽에서 일컫는 치의 일종으로 성곽을 공격하는 적의 선단을 무력화하기 위한 기능을 띄고 있으나 지형 상 그 의미가 다소 미약하다. 곡장에서 바라본 서울성곽의 모습은 사뭇 만리장성의 기세와 흡사하게 느껴진다. 서쪽으로 이어지는 성곽은 북악산으로 알려진 백악마루로 치닫는다. 중간에는 쉼터가 한 번 더 있으며 광화문과 더불어 경복궁, 청와대의 뒷모습을 감상 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한다. 

 

쉼터에서 백악마루까지는 이제까지의 오름길 중 가장 가파른 길. 해발 342미터의 나지막한 높이 이지만 서울의 진산답게 조망이 뛰어나다. 멀리는 동쪽의 천마산, 화악산에서 관악산, 청계산, 서쪽에는 인천의 계양산 까지 수도권 주변의 그 어느 산에서 볼 수 없는 풍경을 보여준다.

백악산에서 창의문까지는 커다란 돌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평소 운동으로 단련되지 않은 사람들은 무릅 관절과 함께 낙상에 주의하여야 한다. 쉼터에서는 주위 경관도 감상할 겸 발품을 쉬어가고, 내리막길에서는 오르막길 보다 더 주의해야하며, 보폭을 짧게 잡는 것이 요령.  탐방안내소 역할을 하는 창의문 쉼터에 패찰을 반납하면 실질적인 서울 성곽 탐방 코스는 종료된다. 쉼터 옆에 자리한 창의문은 서대문과 북대문 사이의 북소문 역할을 한다. ‘올바른 것을 드러나게 한다’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이곳 계곡에서 이름이 비롯된 자하문으로 더 알려져 있다. 태종 때 풍수학자 최양선은 “ 창의문과 숙정문은 경복궁의 양팔과 같으므로 길을 내어 끊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에 문 앞에 소나무를 심고 통행금지를 했다고 한다.

 

창의문이 위치한 부암동 일대는 오래전부터 예술인들의 주거지로 현재까지 작품 활동하는 여러 문인, 화가들이 모여 사는 곳. 그 한쪽 끝에 백악마루에서 발원한 물이 세검정으로 흐르는 백사실 계곡이 은밀하게 숨어져 있다. 북악산 산책로로 이름 지어진 길을 따르면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의 등장인물의 집으로 나왔던 산모퉁이 카페가 자리한다. 카페 초입에는 언제나 노란색 딱정벌레차로 알려진 폭스바겐 비틀이 주차되어 이목을 끈다.

 

주택가에 자리 잡은 자그마한 절 응암사를 지나면 좌로 굽은 길의 반대편 오른쪽 내리막길이 백사실계곡의 초입새. 초행길이라면 놓치기 쉬운 곳에 위치하고 있다. 백사실계곡은 주택가에 자리 잡은 계곡 치고는 일급수에서만 자란다는 버들치가 사는 곳. 입구에는 개구리, 도마뱀, 맹꽁이가 살고 있으니 자연보호에 각별히 주의해 달라는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계곡을 내려서면 잠깐 사이 심심산골에라도 들어 온 듯 새소리, 바람소리 외에는 들려오지 않는 조용한 계곡이다. 암반을 흐르는 물은 상류에 오염원이 없어 깨끗하고, 북서향인 탓에 습기가 많아 암반과 바위 위에는 이끼가 서려있다. 오솔길을 따라 내려서며 숨을 크게 들이쉬면 삼림욕장이라도 온 듯 맑은 공기가 폐부에 가득 차 옴을 느낄 수 있다. 

 

계곡 주변의 암밤 위에는 越巖, 白石洞天이라는 한자가 새겨져 있고 이 일대가 사적 제 462호로 지정 보호 받고 있다. 항간에는 백사 이항복과 관련된 지명이라고는 하나 이를 뒷받침 할 만 한 자료가 남아있지 않다. 길을 따라 내려서면 연못과, 건물의 주춧돌로 짐작되는 석조물과 집터가 있어 그 규모를 짐작하게 해준다. 길을 내려서면 호우 시 제법 큰 낙차를 이룰만한 암반 위로 물이 떨어지고 주택가로 길은 이어지며, 계곡 탐방은 끝이 난다.


*여행메모
성곽을 찾는 방법은 크게 말바위 쉼터(와룡공원)과 홍련사 쉼터, 창의문 쉼터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이 중 창의문 쉼터를 이용하는 것은 초입이 돌계단으로 이루어진 급경사로 추천하지 않는 편이다.  각 쉼터에서는 방문카드를 작성한 후 신분확인을 거친 후(필히 신분증 지참) 패찰 착용 후 탐방. 지정된 장소 이외 촬영이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의 지참은 가능하나 음주와 흡연은 절대 금지하고 있다.

개방시간 하절기 09:00-15:00, 동절기 10:00-15:00
홈페이지 www.bukak.or.kr 에 가면 부대행사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백사실계곡은 창의문을 나와 북악산 산책로를 따라 산모퉁이 카페를 지난 뒤 주택가 막다른 구멍가게 대각선 방향의 좁은 길을 이용해야 계곡으로 들어 설 수 있다.

말바위 쉼터(와룡공원)
지하철 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 마을버스 종로02번-성균관대 후문하차 - 와룡공원까지 10여분
지하철 4호선 혜화역 1번출구- 마을버스 종로 08번 종점 - 와룡공원까지 10분

홍련사 쉼터
지하철 4호선 한성대 6번출구 -지선버스 1111번,2112번 종점 하차 후 도보 10분

창의문 쉼터(자하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 - 지선버스 이용 자하문고개 하차

탐방문의
말바위 쉼터 02-765-0297, 홍련사 쉼터 02-747-2152, 창의문쉼터 02-730-9924

 

 

 청평사와 실례마을
평양공주와 상사뱀의 전설, 김유정의 ‘봄봄’ 그 이야기 속으로

 

오봉산 청평사 전경

 

평양공주와 상사뱀

 

 

구성폭포

 

 

 

청평사관광지구 선착장

 

 

 김유정역

 

 김유정 생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북한강 물줄기를 따라 난 46번 국도를 경춘가도라고 불러왔다. 그 옛날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던 MT라는 명목의 일박이일 여행지로 대성리, 청평은 현재까지도 각광받는 장소. 수도권에서 대학을 나온 사람이라면 경춘가도에 대한 추억 하나쯤은 누구나 갖고 있을 것이다. 신록이 짙어가는 계절이나, 단풍이 짙어가는 계절이면 대성리와 청평은 젊은 학생들의 행렬로 이어진다. 그보다 조금 더 먼 곳, 춘천은 당일 데이트 장소로 지금도 손색이 없는 곳. 춘천에서 차로 채 한 시간이 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은 오봉산 청평사는 조금 더 추억을 간직한 여행지로 기억하고 있다.

 

동양 최초의 사력댐인 소양강 다목적댐이 건설되고, 청평사는 오로지 뱃길로만 가 닿을 수 있는 육지 속의 섬이 되고 말았다.  여행이 보편화되기 이전인 20 여년을 훌쩍 거슬러 올라가면 소양호를 품에 안은 청평사는 열정을 품은 젊은이들의 애틋한 밀애장소이기도 했던 곳. 지금은 중장년이 되었을 당시의 청춘남녀들의 하룻밤 연정을 품은 여행지로 당시 회자되기도 했었다. 지금은 오봉산과 부용산 사이 건천령이라고도 하고, 배치고개라고도 하는 곳에 구절양장 같은 포장도로가 개설되어 전설 속의 여행지가 되었다.  고속화 국도인 46번 국도가 배후령 앞까지 뚫려 있어 길은 한결 더 가까워졌다.

 

청평사 관광지구 내 주차장에 차를 파킹하고 청평사매표소가 있는 곳까지 느린 걸음으로 1시간. 콧등에 땀이 송글송글 맺힐 때 쯤, 계곡 옆에는 선녀의 옷차림으로 몸을 칭칭 감은 구렁이의 머리를 가여운 듯 바라보는 동상이 하나 세워져 있다. 청평사에서 예로부터 전해져 오는 평양공주와 상사뱀의 전설을 형상화 한 것. 전설에 의하면 신라시대 당나라 황제의 딸이라고는 하나 청평사의 창건연대가 고려 광종 때로 되어 있어 어딘지 앞뒤가 맞지 않는 듯하다. 중국 황제의 딸의 미모가 너무도 출중하여 그를 보고자 하는 남자들이 줄을 잇고, 그들 중 하나인 산동지역 지방관 벼슬의 아들이 평양공주를 보고 그만 상사병에 걸려 시름시름 앓다 죽었다고 한다. 그 아들은 한을 품고 뱀으로 환생했다. 환생한 뱀은 공주의 몸을 칭칭 휘어 감았다. 고려의 한 스님이 청평사 인근에 와 불공을 드리고 있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이야기를 전하자 황제는 공주를 이곳에 보냈다.  아홉 가지 소리를 낸다는 구성폭포에서 목욕을 하기 위해 공주는 몸을 휘어감은 뱀에게 잠시 몸에서 떨어 질것을 사정하여 그 청을 들어줬던 뱀은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그만 익사하고 말았다고 한다. 물에 빠져 죽은 뱀을 본 공주는 너무도 측은하여 뱀을 이곳에 묻어주었다는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그 옛날 머나먼 중국 땅에서 이곳 까지 병치레를 하기 위해 황제의 딸이 강원도 첩첩산중에 오게 된 것이나, 상사병에 걸려 죽은 젊은이가 뱀으로 환생했다 비운의 죽음을 맞게 된 것이나,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이나 전설을 미루어 짐작하자면 절의 창건역사와 당시 중국 황제와는 인과관계가 있었던 듯하다.  깍아지른 바위 위에 기운차게 솟아지는 구성폭포를 지나면 청평사 가람과 병풍처럼 둘러 처진 오봉산의 암릉이 기세 좋게 자리하고 있다. 드넓은 절의 뜨락 앞에는 쭉 뻗은 잣나무 두그루가 절의 입구를 지키고 있다. 정면에 보이는 문이 보물 제 164호로 지정된 회전문이다. 현대 건물에 설치된 회전문을 연상하기 쉬우나, 문의 이름은 윤회전생이라는 불교용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한국 동란에 불탔던 것을 복원한지 얼마되지 않아 고풍스러움은 찾아보기 힘들지만 어느 절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건축양식을 띄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대웅전 뒤에 자리한 극락보전 한쪽 옆에는 수령 800년의 주목이 자리한다.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은 고산지대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절 한쪽에 자리 한 것이 특이하다.

 

절 뒤편의 오봉산은 암벽과 소나무가 어우러져 병풍에 그려진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부용산과 더불어 실버산행 코스로 정평이 나 있으나, 정상 주능선은 암릉으로 이루어져 있어 주의를 요하는 산행코스다.


고려시대의 사찰인 청평사는 고려 광종 24년(973) 영현스님이 창건했다. 이곳은 또 거사불교를 대표하는 청평거사 이자현이 능엄선 수행을 하며 주석했던 곳으로 유명하다. 문수원이라 불렸던 이곳이 청평사란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조선 명종5년(1550) 보우선사가 이곳을 다시 세운 후부터다. 보물로 지정된 회전문은 16세기 중엽의 건축양식을 연구하는데 중요한 사적지이며, 구성폭포 인근의 영지는 고려 정원의 축조 형태를 짐작해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유적지이기도 하다.

 

오봉산을 산행하지 않을 관광객이라면 청평사 일원을 둘러 본 뒤 김유정 문학의 산실 실례마을을 둘러 볼 차례. 경춘선 신남역이었던 역명이 김유정역으로 바뀐 것은 2004년. 역 인근의 김유정 생가가 복원되고, 문학촌으로 거듭 나면서 역명이 바뀌게 된 것이다. 실례마을은 김유정이 나고 자란 마을이다. 김유정 문학촌에는 정자와 연못, 생가와 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다.  실례마을은 김유정의 소설 30여 편 중 10여편의 주요 무대가 되었던 곳으로 마을 곳곳에는 소설 ‘ 봄봄 ’ 의 실제 배경지를 복원 또는 위치 표시를 해놓아 소설을 몸소 체험 할 수 있게 해놓았다.
개관시간 동절기: 09:30-17:00 하절기: 09:00-18:00
김유정문학촌 문의 033-261-4650

 

*여행메모
-.자가운전
경춘가도 46번국도를 타면 고속화 국도로 배후령 들머리까지 가 닿을 수 있다. 접속도로를 나와 배후령을 넘은 뒤 오봉산 휴게소 사거리에서 우회전 하면 배치고개 가는 외길이 나온다. 구절양장 같은 고개를 내려서면 청평사 관광지구 주차장이 자리한다. 호반 드라이브를 즐기고 싶다면 추곡 터널 지나 추곡리에서 우회전 청평사 방향 이정표를 따르면 오항리를 거쳐 청평사 관광지구에 이르게 된다.


-.대중교통
경춘선 열차 이용시 남춘천역에서 하차하면 소양강 선착장까지 수시로 운행하는 12-1번 좌석버스. 시외버스를 이용 춘천버스터미널에서 춘천시내를 거쳐 소양강댐에 이르는 시내버스 수시 운행.
청평사 033-244-1095 소양댐 선착장 033-242-2455
입장료 도선료 포함 성인 5,000원 어린이 2,500원


-. 맛집
소양강댐 입구 세월교 이르기 전 삼거리 샘밭식당은 강원도 토속음식의 맛이 정평 난 곳. 몇 해 전 건물을 신축하면서 시골스러운 맛은 없어졌지만, 누룩을 많이 넣어 빚은 막걸리와 감자전, 막국수의 맛은 여전하다.


 

 

 

 

 대우자동자판매(주) 웹진 M-city 5월호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