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아주친절한여행

맑은 물, 푸른 산, 청주로 떠나는 여행

오체투지해무 2010. 3. 31. 16:23

 

淸風明月의 古都, 淸州

격무로 쌓인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개개인의 취향마다 다 다르다. 토요일 출근길에 등산배낭이나 낚시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오르는 샐러리맨들을 이따금씩 찾아 볼 수 있고, 차 뒤 트렁크에 각종 레저장비를 싣고 다니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이다. 주말의 휴식 시간은 조직 내 파묻어 두었던 자아를 마음껏 들어내고, 활기찬 새로운 한 주를 맞기 위한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 위한 것이다. 또한 주말 시간은 소홀했던 가족들과 함께 하며 못 다한 가장으로서의 몫을 해내는 시간이기도 하다.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주말의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야외생활 중, 여행이란 여가활동만큼 만족을 줄 수 있는 공통분모도 찾기 힘들다. 좀 더 꼼꼼한 가장이라면 주중 신문이나 매스컴을 통해 알려진 여행지를 스크랩하고 나름대로 계획을 잡아 본다.

벼르고 별러 온가족이 즐거운 마음으로 거리에 나와보니, 저마다 따스한 봄볕을 즐기기 위한 상춘객들이 고속도로와 국도로 쏟아져 나온다. 주5일제 근무 시행 이후, 주말의 도로상황은 토요일 오후 귀경길 정체라는 새로운 교통문화를 만들기 이르렀다. 목적지에 도착하고 여행을 즐기기도 전, 귀경길 교통정체가 걱정된다. 주중 출퇴근길 교통정체에도 신물이 나는데 모처럼 갖는 소중한 자기시간을 길에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면 애초에 집에서 TV나 볼 것을 하는 후회가 앞서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이러한 경험을 갖고 있는 독자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다. 주중 교통체증에 진저리가 난 사람들에게 권하는 여행지가 이번에 소개할 청풍명월의 고도, 청주이다.

청주하면 흔히 중원 땅에 자리 잡은 교육의 도시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다. 드라마나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멋들어진 가로수길이 이번 국도 기행지인 36번 국도 구간 중, 중부고속도로에서 청주까지 이어지는 길이라는 것을 아는 독자라면 여행작가의 소질이 다분하다.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이 만들어 진 곳이 청주시내에 위치한 흥덕사이고, 이외에도 무심천, 성안길, 상당산성등은 청주에서만 찾아 볼 수 있는 특이한 볼거리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 보다 한달 앞서 다녀온 필자와 함께 청풍명월의 고도 청주 그 역사와 전통의 거리를 찾아 길을 떠나 보자.

주말 대중교통을 이용한 당일 여행지로도 적격
서울 강남에서 출발하는 고속버스를 이용 청주 터미널에 도착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20분이 소요되었다. 평일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짧은 시간이 걸렸다.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나들목을 빠져 나와 시내로 이어지는 가로수 길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나지 않았지만, 독자가 이 글을 읽고 가로수 길을 찾을 무렵이면 마치 갓난아기의 앙증맞은 손처럼 피어나는 연초록빛 나뭇잎이 봄바람에 나부낄 것이다.

청주에 도착 첫 번째로 찾은 여행지는 산성동에 위치한 사적 제 212호인 상당산성이다. 신시가지에 들어선 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한시간 간격으로 산성을 오가는 버스시간을 확인한 뒤,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관광안내소에 들려, 무료로 배포하는 청주시내 안내지도를 받아들었다. 상당산성까지의 요금은 800원. 시간은 약 20여 분이 소요된다. 상당산성을 찾는 길 중간에는 국립청주박물관, 우암어린이회관, 청주동물원이 위치해 있어 산성을 들려 나오는 길에 들려 본다면 어린 자녀들이 즐거워 할 것이다. 상당산성 버스정류장에는 오래 전부터 산성 내에서 살았던 민가를 개조해 만든 음식점들이 즐비하다. 산성 내에서 만든다는 대추술은 청주가 자랑하는 명주이다. 잘 정비된 사적지임에도 입장료와 주차요금을 징수하지 않는다. 들어가는 길목에는 벚나무가 심어져 있어 4월초에는 벚꽃의 화려함이 기대된다.


산성돌기하며 세가지 소원 빌어보세요.
산성돌기는 우측의 계단식으로 된 성곽을 올라서면서부터 시작된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보화정으로 명명된 동장대가 들어서 있고, 성곽을 따라 올라서면 진동문을 거치게 된다. 보화정에서는 청주 시민의 날 세 가지의 소원을 비는 행사가 치러지는 곳이다. 첫 번째는 구국융성, 두 번째는 청주발전, 세 번째는 가정화평이다. 이 행사에서 연유된 상당산성의 신통함이 전해온다. 

산성돌기를 하며 세 가지 소원을 빌면 그 중 한가지는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한다. 다소 가파른 성곽을 따라 돌면 해발 고도 500여 미터에 이르는 비교적 낮은 산이지만 청주 일대가 훤히 내려다보인다. 외옹성이 눈길을 끄는 미호문, 전시에 외부로부터 물자를 들여오기 위해 세워진 암문의 형태 하나하나를 관찰해 보는 것도 산성돌기를 흥미롭게 하는 것이다.

성의 정문이라고 할 수 있는 공남문에서는 시에서 문화유산해설사를 두어 산성을 둘러보고 생긴 의문점에 대해 답변을 해주고 있다. 공남문 천장의 화려한 단청문양, 성문에 그려진 도깨비그림, 성벽에 고이는 물을 밖으로 배출하기 위해 설치된 누조석등은 성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이는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볼거리이다. 산성을 둘러보고 찾은 다음 목적지는 고인쇄박물관이다.


흥덕사지와 고인쇄박물관

상당산성에서 버스를 타고 종합운동장 정류소에 내리면 예술의 전당과 세계 문자의 거리를 지나게 된다. 세계문자의 거리에는 24개국의 언어를 한눈에 알아 볼 수 있게 각국의 언어를 비석에 새겨놓았다. 이는 아마 청주의 흥덕사지에서 발견된 금속활자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뜻과 의사소통의 수단이 곧 문명의 발전을 의미함을 나타내고자 한 상징물인 듯 하다.

예술의 전당 주차장에서 천·지·인의 의미를 담고 있는 특이한  형상의 육교를 건너면 고인쇄박물관이다. 현대적 감각과 유구히 내려오는 전통문화가 융화되어 세련된 외관을 지닌 고인쇄박물관은 금속활자본이 발견된 흥덕사지에 세워져 있다.




박물관 내부에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실물모형의 인형이 실제 움직이고, 말하며, 당시의 금속활자 주조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목판과 금속활자의 차이점을  비교해 놓아, 금속활자의 발명이 문명발전에 어떻게 기여했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주고 있다. 이 곳에도 문화유산해설사 두분이 고정 배치되어 관람 중 의문 나는 사항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얻을 수 있게 해준다. 관람을 다 마치고 나면 당시 직지심경의 금속활자 인쇄과정을 시연해 볼 수 있는 금속활자본과 도구가 준비되어 있어 누구라도 참여 할 수 있다.


청주를 여행하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품고 있던 의문사항이 하나 풀렸다. 당시 즐겨 보던 소년중앙, 어깨동무 등에서 금속활자는 독일의 구텐베르그가 발명했으나, 국내에서 이보다 이백년 앞서 고려시대 금속활자가 발명이 되었다는 사실을 읽게 되었다.  당시의 교과서에서는 독일의 구텐베르그가 금속활자를 최초로 발명한 사람으로 배웠는데, 어린이 잡지의 내용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상이해 혼동을 야기했다. 중, 고등학교 시절 국사교과서에서는 세계최초의 금속활자가 고려시대 만든 직지심경이라고 정정되었지만, 금속활자 발명시기에 대한 혼동은 고인쇄박물관을 찾아 역사자료를 읽고 나서야 해소되었다.

고인쇄박물관 건너편에는 청주 공예관이 들어서 있어 우아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공예품을 전시, 판매하고 있다. 공예품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잠시 시간을 내어 둘러 볼 것을 권한다. 고인쇄박물관 인근에는 신봉동 백제고분군이 있어 청주가 오래 전부터 문화의 중심에 있었음을 입증해 주고 있다.


청주의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 무심천과 성안길
청주를 예전부터 아는 사람이라면 무심천 포장마차를 빼놓지 않고 얘기하는 경우가 있다. 무심천의 지명 유래는 고대로부터 홍수 때면 여지없이 범람해 이 일대를 물바다로 만들어 하늘도 무심하다 하여 이름이 비롯됐다고 한다. 포장마차는 강변도로의 개설과 함께 철거되었고 포장마차의 옛 영화는 강변에 즐비한 음식점에서나 찾아 볼 수 있다.





청주 시내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는 성안길은 바닥이 온통 타일로 되어 있어 이 곳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이색적인 거리로 인상에 남는다. 거리에는 젊음이 넘쳐나고 규모 면에서는 서울의 명동거리를 따라갈 수 없지만 화려함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새로이 단장된 쇼핑 룸과 이색적인 카페가 즐비하여 밤거리를 거니는데 눈요기 거리를 제공한다.


그렇다고 성안길에서 21세기 첨단 신세대의 모습만 찾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청주백화점 옆 의 넓은 공터에는  국보로 지정된 용두사지 철당간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다. 두개의 화강암 지주와 당초에는 30개의 철통으로 세워져 있었으나, 현재에는 20개의 철통으로 이루어져 있다. 당간의 밑에서 3번째 단에 당기가 양각되어 있어 조성 년도(고려 광종 13년, 962)를 명확히 알 수 있다. 성안길의 끝에는 중앙공원이 자리하고 있다. 공원 내에는 압각수, 척화비, 충청도병마절도사영문, 조헌전장기적비, 서원향약비 등 볼거리가 많다.

삼화령 목재 문을 밀고 들어서면
이처럼 전통문화와 유적이 살아 숨쉬는 21세기의 성안길에는  전통차만을 고집하는 줏대강한 찻집이 한 곳 있다. 그 이름도 삼화령. 불국토를 이루고 있던 경주 남산의 삼화령에는 신라 36대 경덕왕  충담이란 스님 한분이 삼짓날과 9월 9일 미륵불에게 차를 올렸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청주의 삼화령이라는 이름은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성안길과 상반되게 허름한 건물들이 들어선 중앙공원 뒷길. 청주의 삼화령을 예찬한 산문 한 편을 읽게 되어 청주에 가면 꼭 들려 보리라 마음먹고 있었다.  물어물어 찾아 간 곳은  낡은 건물 앞. 일순 기대했던 바와 달라 실망을 갖게 된다. 고가는 아니어도 마당의 초립문이라도 밀고 들어서면 적산가옥 창틀에 호롱불이라도 밝혀 있으리란 기대는 혼자만의 추측이었을 뿐.


 짐작했던 기대와는 전혀 딴판이라 실망하는 것도 잠시. 콘크리트 건물 이층에 자리 잡은 찻집" 삼화령 " 올라가는 목재 계단에서 막연히 기대했던 삼화령의 깊은 멋을 발견 하게 되었다. 목재난간과 함께 삐걱거리는 소리는 내는 계단은 닳고닳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음을 얘기해주는 듯 하다. 목재계단과 어울려 나무로 만든 문을 사진에 담고 있는 사이, 찻집 안에서 개짓는 소리가 사납게 들린다. 순간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판단이 서지 않는데  머리를 조금 길렀을 뿐, 절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스님의 인상을 닮은 캐주얼 차림의 남자 한분이 문을 열어준다.


 30여 평 넓지 않은 공간에 테이블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꾸며져, 보는 각도에 따라 실내가 다양한 모습으로 보인다. 한쪽 구석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낡은 풍금은 아직도 소리를 낸단다.
문을 열어주었던 조기원선생이 이 곳에 최초로 찻집을 열었던 분이다. 서울 대학로의 찻집 "삼화령"도 조기원선생이 6년 전 열었다고 한다. 악양에서 따온 찻잎을 직접 덖어 만든 세작은 한잔, 두잔 잔수를 거듭할수록 입안 가득 다향이 퍼져 나가고, 입안 가득 퍼져 나가는 다향 만큼이나 청주의 다원 "삼화령"의 그윽한 인상은 마음 속 깊이 자리한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43)
-.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서청주 나들목 -> 36번 국도 가로수 길 -> 청주시내 진입
이 이후 청주관광안내소에서 배포하는 청주시 관광안내도를 참조 여행 경유지 일정을 잡는다.
-. 대중교통
청주시외버스터미널 앞에서 상당산성, 성안길, 고인쇄박물관을 가는 버스 수시 운행
상당산성행 1시간 간격 운행 요금 800원. 택시 15,000원
-. 맛집
성안길 내 두부요리 전문점 초당식당 222-2728. 충청회관 한우등심, 삼겹살 253-6669
청주 종합운동장 인근 흥덕구청 후문에는 주차시설을 갖춘 음식점이 다수 있다.
-.숙박업소
신시가지 버스터미널 주변 모텔 다수 산재
청주관광호텔 264-2181. 리호관광호텔 233-8800. 명암파크호텔 257-7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