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 이른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서는 배낭을 짊어지고 높은 산을 찾는 수고를 감수해야만 한다. 산 높고, 물 깊은 땅, 강원도는 여타의 다른 지역에 비해 한 발짝 먼저 가을이 찾아 든다.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려는 등산객들로 국립공원 설악산을 비롯 천미터가 넘는 산들로 이어지는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 이번에 찾을 동강과 새비재는 등산을 하지 않고도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며 계절이 옷을 갈아입는 과정을 즐겨 볼 수 있는 코스이다.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을 나서면 주변 풍광은 도심에서 찾아 볼 수 있던 뒤늦은 녹음은 찾아 볼 수 없다. 진부에서 정선을 향하는 59번 국도는 오대천과 함께 남으로 향한다. 한창 여름철이면 계곡에서 래프팅을 즐기는 물놀이객들의 함성이 터져 나왔을 오대천 주변은 갈수기를 맞아 그 수량이 눈에 띄게 줄었다. 눈길은 계곡 좌, 우측 산능선 암벽 위에 울긋불긋 물든 단풍에게 향한다. 절벽을 뒤덮고 있는 소나무 사이로 한 마리 거대한 백룡이 올라가는 듯 장관을 이루는 곳에 이르면 정선 땅이다. 해발 높이 1,170m인 백석봉의 이름을 딴 백석폭포의 높이는 계곡 하단으로부터 117m. 백석봉에서 발원한 물줄기를 돌려 만든 인공폭포지만 도로에서 바라본 폭포의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정선 읍을 통과하는 날짜가 2,7일이라면 읍내 장터에 반드시 들려 볼 일이다. 정선장은 장날 풍경을 보기 위해 단체 관광객들이 각 지역에서 찾아 올 만큼 지역 특산물과 먹거리가 풍부한 대규모 장터이다. 특히 이 지역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장터 곳곳에서 찾아오는 이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준다. 옥수수가루로 만든 올갱이국수, 김치 속을 넣거나 배추잎을 넣고 부친 메밀전병, 수수부꾸미와 빈대떡, 구황음식이었던 곤드레나물밥 등은 그 어느 지방에서 흉내 낼 수 없는 토속적인 맛으로 구미를 만족시켜준다.
42번 국도를 타고 용탄을 지나 내리막 길과 하천이 만나는 곳이 광하교, 동강 드라이브의 시점이다. 입구에서는 환경보호비 명목으로 일인당 1,500원씩의 통행료를 징수한다. 매표소를 통과하면 동강의 물줄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길은 나있다. 좌, 우측에 발달된 절벽은 뼝대라고 일컫는다. 동강 드라이브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깍아 지른 절벽에 붉은 페인트 칠이라도 한 듯한 붉은 뼝대이다. 동네의 이름은 가수리 인근에는 전교 학생수가 30여명도 채 안되는 가수분교가 자리하고 있다. TV CF나 드라마에서 익숙한 장소이다. 학교 앞 느티나무는 수령 680년이나 된 것으로 높이 40m, 둘레 7m에 이르는 노거수이다.
위풍당당한 뼝대의 풍경이 즐비한 곳이 만지산을 중심으로 윗만지산과 아랫만지산으로 나뉘는 곳이다. 몇해 전 까지 나루터가 있던 곳에 콘크리트 다리가 강을 건넌다. 첫 얼음이 얼기 전 놓여지던 소나무가지와 흙을 얹어 만든 섶다리를 대신한다. 다리 한가운데에 서서 바라보는 동강의 풍경은 강변도로에서의 모습과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선다. 길은 그렇게 강줄기와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며 하류로, 하류로 달린다. 화려한 단풍에 물들거나, 물안개에 휩싸여 있거나 동강의 뼝대는 아름답기 그지없다. 동강의 뼝대가 펼치는 풍경을 중국의 계림이나 베트남의 하롱베이에 비교하고는 하는데 그것과는 규모도 규모이거니와 뼝대 아래를 휘휘돌아 나가는 물 흐름이 판이하게 다르다.
동강 래프팅의 출발지인 운치리를 지나 고개를 오르면 나리재에 서게 된다. 발 아래 펼쳐진 동강이 크게 휘돌아 나가는 곳이 나리소. 뼝대가 펼치는 절경의 극치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나리재를 넘으면 우측으로 영화 “ 선생 김봉두”를 촬영했던 연포분교와 고성리 고성산성으로 향하는 길이다. 일정이 허락하면 한번쯤 들려 볼만한 여행지이다.
유문동 고개를 넘어 38번 국도를 만나게 되면 신동읍. 영월로 향하다 첫 번째 삼거리에서 좌회전 하면 태백선이 다니는 예미역을 지난다. 탄광이 번성했던 흔적을 간직한 예미를 지나치면 영화“엽기적인 그녀”의 촬영지를 알리는 커다란 이정표가 세워져 있다. 이 길이 고랭지 채소밭인 백운농장으로 향하는 길. 사륜구동차가 아니면 이 이정표만 따라가다 인적도 드문 산길에서 낭패를 보는 수가 있다. 지상고가 낮은 승용차나 RV차량 여행객이라면 두위봉 등산로의 들머리로 향하다 새비재로 향하는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가는 것이 안전하다. 나는 새들도 쉬어 갈 만큼 높은 이 마을 일대는 온통 고랭지 채소밭을 일구던 곳.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복더위에 이곳에서는 배추가 한창 나는 곳이다. 지대가 높은 만큼 계절도 빨리 찾아와 10월 초순이면 벌써 일손을 놓고 그 넓은 들녘이 온통 텅 비어 있다. 넓은 고랭지 밭에는 드문드문 소나무가 여기저기 자라고 있어 저마다 아름다운 배경을 품고 있다. 그중 영화 촬영지였던 소나무는 백운농장 입구 초입에 자리하고 있다. 지자체에서 이정표를 세워놓고 주차장도 마련해 드넓은 고랭지 밭에서도 찾기는 쉽다.
엽기적인 그녀 소나무 아래 앉아 주위를 둘러보면 영화보다 더 극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거침없이 뻗어나가는 시야, 그 끝에는 강원도의 고산준령이 파도가 일렁이듯 꿈틀되며 멀어져가고 가까이 온다. 들리는 것은 자연이 간직한 소리 뿐. 평소 애청하던 음악이 있다면 이어폰을 통해 들어 볼 일이다. 아마 다음부터 그 곡을 듣게 되면 어디에 가도 이때 보았던 강원도의 태산 준령이 발 아래 펼쳐져 보인다.
여행메모
찾아가는 길.
영동고속도로 진부 나들목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정선까지 온 뒤, 정선읍에서 42번 국도 평창으로 방향을 잡는다. 광하교 앞에서 좌회전하면 동강 강변도로가 시작되는 곳.
동강 드라이브 중에는 이렇다하게 식사 할 곳이 없다. 정선에서 식사를 해결하거나, 예미까지 가야 식당이 있다. 예미역 인근에는 송어회와 두부전골을 잘하는 식당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태백선 기차를 타고 예미역에서 하차 후 새비재까지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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