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역 맛집 쟁반집에서 겪은 일이다.
바닥 부터 천장까지 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자리에서 고교동창과 술을 나누고 있는데 왼쪽 창가 넘어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모자를 쓴 초등학교 고학년쯤으로 보이는 남자아이가 우리들이 먹는 것을 뚫어지게 쳐다 본다. 느낌이 좋지 않아 못 본 척하고 이야기 중인데 앞에 앉은 동창이 신경 쓰이는지 창밖에 눈길을 준다.
나에게 아는 사람이냐고 묻자, 이내 아는 척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직감에 가출소년인데 눈길을 마주친 후 식당에 들어와 얻어 먹겠다는 심산인가 보다.
이 친구와는 고교 졸업하고 동창회에서 몇번 봤을 뿐 술자리는 처음 있는 일. 객적은 일로 방해 받고 싶지 않았다.
창가를 떠난 이가 식당에 들어서고 나에게 곧바로 달려 오다 싶이 한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 밥이라도 시켜줘야 하나 잠깐 고민하는 찰라, 알지 못할 말을 횡설수설하더니 내 팔을 부여 잡는다.
맞은편 앉아 있던 친구는 나와 아는 사람인지 알았다. 나도 아는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행동에 거침이 없다.
검정색 야구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하고 있었으나 눈매가 선하고 딱 보는 순간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정색 점퍼에 무릎까지 붙다 발목에서 살짝 넓어진 나팔바지에 흰양말을 신은 발목도 날씬한 것이 몸매도 빼어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핏 평범해 보이지만 계란형의 맑은 얼굴에 눈매가 서늘한 것이 어쩌다 눈길이라도 마주치면 마음이 설레일 타입이다. 나이는 이십대 초중반쯤.
그런 여자애와 눈길이 마주쳤다 나는 단호하게 무섭게 쏘아 본 뒤 종업원을 불러 내쫒으라고 했다. 종업원과 주변의 사람들이 여자애와 나를 번갈아 보다 내가 여자에게 못된 짓이라도 하지 않았나 살피는 분위기.
어서 내쫓으라고 종업원을 다그치자 그제야 여자를 막아선다. 여자는 내가 아닌 내 친구 앞으로 가더니 오른손바닥으로 친구의 뒤통수를 퍽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친구가 어이 없어 하자. 종업원 둘과 식당 주인 여자가 합세해 식당 밖으로 내몰았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다.
여기서 내가 그 여자애 몸에 손을 대면 자칫 일이 커 질수도 있어 종업원을 다그칠 수 밖에 없다.
식당 바깥에 나간 종업원과 다시 들러오려는 여자 사이에 잠시 옥신각신이 있더니, 여자애는 서서 담배 피는 두명의 남자의 옷을 붙잡고 실갱이를 하다 고성이 오간다.
직감에 여자는 환각제나 마약을 복용한 듯 싶다. 실갱이를 하던 남자가 경찰을 불렀는지 순찰차가 도착했으나 여자애는 어디론가 사라진 뒤. 창밖으로 보이는 상황은 남자 둘이 출동한 경찰에게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듯 싶었다.
잠시 뒤 소방차와 요란한 소리와 함께 몇대의 소방차와 경찰차가 뒷골목을 향했다
얼마 안지나 내가 앉은 창가 자리로 누가 들여다 보기에 그 여자애가 다시 왔나 싶었는데 자동차회사에 다니는 동창이 달력과 다이어리를 전해주러 온 것이다.
그 여자애는 어떻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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