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전주 술꾼의 아침, 콩나물국밥

오체투지해무 2009. 5. 22. 10:53

 

 

 전주한옥마을 인근 책방골목에 자리잡은 왱이집의 콩나물국밥.

 

89년 전라북도의 지방도 설계용역을 맡아 출장을 자주 다닐때의 일이다.

객고를 달랜다고 마신 술이 과음을 했던지 이른 아침 순창군청을 가기 위해 나선 길이 숙취로 어지럽다.

이 지역에서 대학을 나온 직장동료가 권해주는 해장국은 버스터미널 인근 허름한 음식점에서 몇백원하는 보기에도 썰렁한 콩나물국밥.

한참 때인지라 해장을 해도 고기가 듬뿍 들어간 갈비우거지탕이나 내장탕을 즐기던 나에게 계란 하나 띄운 콩나물국밥은 먹기도 전에 허기가 져 오는 듯 했다.

 

버스 시간에 맞추느라 부랴부랴 쓰린 속에 몇 숟가락 집어넣으니, 제대로 속이 풀리는 느낌이 온다.

정말 시원하다. 그때 먹어 본 콩나물국밥의 맛을 한참이나 잊고 있다.

그 맛을 일캐워준 곳이 왱이집이다.

 

한옥마을 인근 책방골목은 그야말로 책방이 들어서 있던 골목인데, 대형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잠식해 들면서

책방은 문을 닫고 그자리에 음식점이 들어섰으니 왱이집의 역사는 채 10년이나 될까?

벌떼처럼 왱왱거리며 몰려다니 듯, 손님이 모이라고 그렇게 지었다는 후일담이 있다.

음식점 안에는 왱이집, 웽이집,엥이집,엥이집... 모두 유사상표로 법에 저촉되니 사용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문이 눈에 띈다.

 

왱이집의 국밥은 여늬국밥처럼 뜨겁지 않다.

바쁜 아침 시간 국밥이 나오자 마자 입에 가져 갈 수 있을 정도로 뜨뜻한 온도로 나온다.

물론 뜨거운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뜨겁게 해달라고 하면 된다.

여기에 각종 한약재를 넣어 빚은 모주 한 잔이면 술꾼의 아침으로는 그만이다.

 

사진에 나와있지는 않지만, 잰김을 한봉지 주는데, 그 김을 찢어 수란에 넣어 먹던가, 국밥에 넣어 먹는 용도이다.

김이 짜서 새우젓을 넣던가, 김을 넣던가, 양을 조절해야 한다.

농구감독 허재가 스포츠프로에 나와 전주비빔밥 운운하는 상대팀 감독의 말에 전주는 비빔밥 보다 콩나물국밥이 훨씬 맛있는데,

뭘 모르는 소리를 한다며 아는 척하지 말라며 응수 한 적이 있다.

 

전주의 비빔밥은 맛있다. 맛있을 뿐 아니라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이고, 세계의 음식이 되었다.

그에 따라 가격도 많이 비싸졌지만, 십수년 전 만 못해졌다는 평이다.

하지만 전주콩나물국밥은 그렇지 않다. 가격이 올랐지만 맛은 두,세종류의 전주식 콩나물 국밥의 계보를 그대로 이어나가고 있다.

 

전주에 가면 술값이 싸다. 아니 술값이 싸다기 보다 저렴하고 맛깔스러운 안주가 지천으로 널려있는 술꾼의 천국이다.

밤새 술을 퍼마셔도 전주의 술꾼이 버텨 나갈 수 있는 힘은 바로 콩나물국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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