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SOUL TRAIN

수원에서 일박이일

오체투지해무 2009. 4. 6. 22:13

 의정부에서 구리시를 거쳐 수원 북문까지 직행버스를 타고 꼬박 2시간이 소요된다.

북문에 도착하니 저녁 7시가 넘었다. 얇게 입은 탓에 버스에서 내리자 수원의 꽃샘추위가 한겨울 같다.

수원 성곽 방화수류정 인근에 허름한 막걸리집에서 내놓는 반찬이 하나 같이 맛깔스럽다.

언제인가 이곳에 들려 먹어본 막걸리를 맛보러 친구 태휘가 가끔 찾는 곳,

 

일년 전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전날 숙취를 이집 국물로 풀었던 기억이 새롭다.

몇개의 골목을 지나온 끝에 간판도 없던 곳에 버젓이 ' 골목집 '이란 간판 까지 해달았다.

안에 들어서니 태휘가 먼저와서 기다리고 있다.

 

" 추워... 뭔 봄날씨가 이렇게 춥냐."

 

한달에 한, 두번은 술자리를 가졌었는데... 술 먹자는 연락이 없기에 많이 바쁜가 보다 해더니, 역시나 일이 많은가 보다.

사실 이날도 억지로 시간을 내지 않았으면 만들어 지지 않았을 술자리였다.

나 또한 어머니가 갑자기 아침에 쓰러져 나올 입장은 못되었지만, 다행히 동생이 와주기로 해 시간을 낼 수 있었다.

 

수원 오는 길 버스 안에서 철수의 재촉 전화를 두번이나 받았는데, 막상 제일 가까운 철수도 감감무소식이다.

반찬이 차려지고 살얼음 덮혀있는 막걸리 한 주전자가 상 위에 올려진다.

 

 

2009. 4. 3.

골목집의 깔끔한 반찬과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인 민물새우수제비던질탕

 

 

 

오랜만에 상섭이 안경 벗고 한장,

 

 

 

동창회 공식적인 모임자리 말고 상섭이와 술자리는 처음인 듯 하다.

안쓰던 안경을 쓰고 나와 나이는 속일수 없다는 화두가 술자리를 장식한다.

친구들끼리니까 할 수 있는 농담에 안그러던 태휘가 슬쩍슬쩍 약발이 오른다.

그러려니하고 듯던 태휘가 제대로 맞받아치는 자세가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나보다,

이럴때는 얘기 들어주는게 친구로써 할 몫이다.

 

국내산 고사리에 콩나물, 짠지 안주로 막거리 잔을 잘도 비워낸다.

육식 좋아하는 나로써는 있을 수 없는 술자리지만 태휘와 함께니까 가능한 일이다.

 

사실 건강에는 태휘의 식습관이 좋다.

오후 간식으로나 먹는 국수로 점심을 먹는다거나,

구워 먹는 음식은 가급적 멀리하거나,

맛있는 음식이 있다해서 과식을 하는 일이 없는 것은 습관 들이기 나름이지만,

타고나는 것이 분명하다.

맛있는 음식 앞에 두고 살찔까봐 궁기낀 눈빛으로 음식만 바라보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친구니까 할 수 있는 얘기. 친구라도 할 수 없는 얘기... 구분 없이 오가는 술자리가 된다.

3월 초로 삼성맨이 되었다는 철수가 20년차 까마득한 선배 삼성맨인 상섭이 한테 한 수 배운다.

일박이일로 놀러가자는 말도 구체적으로 나온다.

 

" 다 갈 생각하지 말고, 시간되는 친구들끼리 한 차던 두 차던 되는데로 가자고..."

" 갈 시간이 없고, 갈 사람이 없어서 그렇지 갈 때는 얼마든지 있다."

 

꽉차 있던 자리가 9시를 넘기니 휑덩그러니 우리만 남게 된다.

뒤늦게 한 잔 거나한 취객이 건너 테이블에 앉아 무료한 듯 우리들의 대화를 이따금씩 전해듣고,

웅담을 소주병에 탄 주인여자가 철수 곁에 앉아 술을 청해 그야말로 약주 마시듯 아껴 먹는다.

 

무슨 할 얘기들이 그리 많은지 종업원이 퇴근한 10시가 넘고, 11시가 넘어도 자리에서 일어날줄 모른다.

주인여자의 눈총 받기를 몇차례, 눈가가 발그레해지고서야 자리에서 일어난다.

 

 

 

 

철수가 전화 받는 사이 안경쓴 친구들끼리 한장.

 

 

 

태휘가 일차자리를 계산하고 골목집을 나와 골목길을 어깨를 맞대고 거닌다.

소담스럽게 핀 목련꽃이 여관 간판의 조명을 받아 붉은 듯, 푸른 듯 머리 위에 드리워진다.

철수의 사무실이 있는 큰길로 나오니 수원성곽 가장 높은 곳에 자리 잡은 서장대가 화려한 조명을 받고,

우뚯 솟아 있다.

 

한잔 들어가면 언제자 철수의 스킨쉽은 시작되고...

 

 

못다한 이야기가 많아 2년 전 초등학교 동창들과 함께 했던 술집에서 맥주 한잔씩... 

사람 많은 동창회 모임보다 아무래도 이런 자리가 자기 속내를 들어내거나,

좀처럼 뜸한 친구들의 근황을 듣기에 적당하다.

이튿날 일찍 강원도로 가야 하는 철수가 오히려 안절부절.

이곳에서 하루 자야 하는 나나, 내일 쉬는 상섭이, 늦은 시간에도 사무실에서 전화 오는 태휘는 오히려 느긋하다.

 

얼굴 큰 나를 위한 배려로 태휘의 지시대로 모델 배치하는데만 5분은 족히 걸린 듯,

심혈을 기울인 탓에 세명의 얼굴 크기가 비슷하게 사진에 나왔다.

 

 

손님들 탁자에 놓여 있어야 할 막걸리 주전자가 썰렁한 경기 탓인지 한쪽벽을 가득 채워 장식하고 있다.

 

 

맥주 한잔 하자는 자리가 자정을 넘겨 1시를 넘기고서야 술집을 나섰다.

기분좋게 취한 상섭이가 이차 계산을 하고 한 방향인 태휘와 함께 대리운전을 부른다고 세워둔 차를 향해 가고,

철수의 강압에 철학관에 차려진 법당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산신각 옆에서 비박을 한 적은 있지만, 만물상이 가득한 법당에서 자보기는 처음.

가위 눌릴 것 같다는 말에 윤도사에게 한소리 듣고서야 깔아 준 이부자리에 몸을 뉘인다.

 

베게에 머리가 닿자마자 코를 고는 철수.

난감한 법당 분위기 보다, 철수의 코고는 소리에 이북에서 탱크라도 밀고 내려 온 듯 하다.

수면 중 무호흡이 걱정되는 숨 끊기는 소리와 탱크 지나가는 소리는 새벽 알람시간까지 이어졌다.

 

막상 바쁜 철수보다 코고는 소리에 밤새 시달린 내가 더 급하다.

몇 번을 깨워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철수를 앞장세워 동네 목욕탕으로...

7시 까지 약속장소로 가야 한다고 술자리에서 걱정하던 것 과는 달리,

욕탕에 들어가서도 느긋한 철수.

 

오히려 내가 급한 마음에 철수를 보내놓고 수면실에서 모자란 잠을 자려다 자리를 털고 목욕탕을 나섰다.

 

 

수원성 장안문 인근의 녹연철학관

 

 

새벽 공기가 차다.

빈속에 가벼운 옷차림이니 몸에 한기가 들어온다.

5~6년 전 수원 성곽 사진을 찍으러 왔다 알게된 보영만두집의 만두국을 기대했는데,

오전 10시나 되서야 장사한단다.

 

적당히 마신 술이라 숙취는 없지만, 추운 날씨 탓에 뜨끈한 국물이 아쉽다.

 

 

철학원 인근 벌써부터 눈여겨 봐둔 장작구이집.

 

 

장안문의 위용은 그 앞에서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다.

 

 

수원역에 자리한 애경백화점 쇼윈도우

 

수원역에서 꼬박 40여분을 기다려 용주사행 버스(46번)를 탄다.

차 간격이 뜸해 환승할인 혜택을 받지 못하는 아픔이 따른다.

버스 노선이 많다보니 자세한 노선 안내도에도 불구하고 용주사행 버스를 찾지 못했다.

북측 정류장 노점상에게 물어 남측 정류장으로 왔지만, 알려준 버스번호는 용주사행이 아니었다.

정류장에서 몇 명의 행인에게 물어봤지만, 말하는 사람마다 다 틀리게 알려준다.

얇은 옷차림을 뚫고 봄날의 아침 차가운 공기가 뼈 속 같이 찾아든다.

 

이윽고 찾은 용주사

 

용주사 대웅전 뜨락

 

용주사는 억불정책을 펼치던 조선 중기에 지어진 절이다.

사도세자를 아버치로 둔 정조가 폐위된 아버지의 묘자리를 융건릉에 모시면서,

그 제사를 모시기 위해 지어진 절로 알려져 있다.

 

사찰 내에는 보물 121호로 정해진 동종의 형태가 신라시대 말기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용주사가 지어지기 전 다른 사찰에서 가져 온것이 아닌가 추측을 해본다.

 

천보루 누각 아래에서 바라본 용주사 대웅보전

 

융건릉과 용주사 인근의 도로가 확장공사를 하느라 어수산 한 탓인지, 산사의 고풍스러운 모습은 찾아 보기 힘들지만,

왕의 위업을 명 받아 지어진 사찰 답게 건물의 위치와 구조의 짜임새가 있어 보인다.

 

사천왕상의 발 밑에 깔린 요괴의 모습이 제대로다.

 

 용주사 뒷산에는 듬성거리기는 하지만 소나무가 제법 숲을 이루고 있다.

일부러 찾을 만큼 운치를 느낄 수 있는 절집은 아니지만, 지나는 길이라면 한,두시간 시간 내어 꼭 들려 볼 만한 절.

브로콜리와 꼬들빼기 김치가 입맛을 돋우는 점심공양을 하고 발걸음을 서울 인사동으로 향했다.

 

공갤러리의 기획전에서 눈길을 한참이나 잡아 끌던 이우림의 작품.

갤러리 내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지만, 허락을 얻어 담아봤다.

 

 

이주전 기획전 그림이 그대로 전시되어있은 그림손갤러리의 현관.

 

 

민가다헌 돌담 옆에 핀 수선화.

 

 

 

전시회 보다 뜨락이 좋아 꼭 들리게 되느 경인미술관.

목련과 매화와 산수유화 활찍 피었다.

 

 

 

쌈지길과 인사동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