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SOUL TRAIN

북한산 의상봉 능선

오체투지해무 2009. 1. 10. 12:10

지난 10월에 있었던 총동문회 우이동 등산대회에서 함께 온 남엽이 아들이 산을 잘타는 것을 보고

언제 북한산 재미나는 코스를 데려가겠다고 약속을 한 적이 있다.

 

그 후 모임에서 남엽이를 볼 때 마다 그때 한 약속이 떠오르곤 했는데,

한가한 토요일 문득 생각나 전화했더니 통화가 되고, 등산계획이 잡혔다

 

휴일마다 산을 찾는 진순이에게 전화하니 생각해보겠단다.

진순이가 가게되면 민종이, 종덕이가 함께 할테고,

이왕이면 여럿이 산에 가는게 단촐하게 가는 것 보다 재미있을 듯 싶다. 

 

약간의 우여곡절 끝에 조남엽, 안종덕, 이진순, 나 이렇게 넷이서 의상봉 능선을 찾기로 했다.

 

25일 운악산 산행을 갔다 8부 능선 위에는 제법 눈이 많이 쌓여,

 아이젠 없이 간 사람들은 하산 길에 고생 했던 탓에 은근히 걱정을 했더니

다행이 북한산 쪽에는 눈이 그다지 쌓여있지 않다.

 

약속시간 5분을 넘겨 만남의 장소에 나타난 남엽이, 이윽고 종덕, 진순이 팀이 주차장에 도착했다는 연락이다.

 

북한산성 입구 만남의 휴게소에서 어묵국물로 속을 따뜻하게 덥힌 뒤, 막걸리와 김밥을 준비하고 출발.

 

원래 남엽이와 둘이 가기로 했던건데, 남엽이 몸이 워낙 가벼워 뒤쳐지기 쉽상이겠다싶어 진순이를 부른 것이다.

안종덕이야 산악부 출신으로 된비알 치고 올라가는 힘은 홍익산방 때 봐서 알고 있는 사실,

진순이와 함께라면 널널한 산행이 될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북한산성 계곡은 수도권 당일 산행지 중 최고의 경관을 품고 있는 곳.

계곡 입구 매표소 또한 일일 산행객 수 또한 최고로 많은 곳이기도 하다.

포장 된 도로를 따르다 우측 산비탈로 접어들자 이내 숨이 차 오른다.

산행 첫 경유지인 의상봉은 해발 504m로 낮은 산이지만, 정상까지 급경사를 이루고 있고,

암벽으로 이루어져 있어 결코 만만한 코스는 아니다.

 

역시 몸이 가벼운 남엽이가 앞서 가고, 숨고르기에 묵묵한 종덕이가 페이스를 유지하며 그 뒤를 따른다.

며칠 전 운악산을 찾기는 했지만, 연이은 술자리에 운동부족이 당장 티가 난다.

숨이 차오르고, 다리에 펌핑이 오면서 머리 마져 어질어질해 온다.

다행히 뒤처져지는 진순이가 있어 체면 유지.

 

바위 턱을 하나 올라 잠깐 숨을 고르기 위해 휴식을 갖는다.

 

" 생각들 좀 하면서 걸어. 무슨 산에 아무생각없이 오르냐."

" 생각은 머리로 하고, 발걸음은 옮겨. 언제 산에 올라 하산하려고 그러냐."

" 그냥 여기서 막걸리나 까지, 산에 꼭 올라야 맛이냐."

 

얼굴에서는 땀이 뚝뚝 떨어지고, 술과 담배에 쩌든 육체가 산의 깨끗한 공기로 정화되는 순간이다.

 

" 올라오면 이렇게 좋은데 말야..."

 

 

 

 

의상봉 첫바위, 철선이 설치되어 있어 초보자도 오르는데 지장 없다.

다른 산악회 팀과 맞물려 약간의 정체를 빚었던 곳, 종덕이와 남엽이는 먼저 올라갔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닭벼슬 같기도 하고, 코주부 아저씨 같기도 한 바위 위에서 이진순.

 

 

종덕이 독사진인데, 일행 모두가 나왔다.

종덕이 독사진이라고 진순이는 숨고 남엽이는 뻘줌하니 떨어져 있는데... 상황이 재미있다.

 

 

다음은 남엽이 독사진 차례, 역시 진순이기 몰래 얼굴을 내밀었다.

 

 

 

코를 붙잡고 단체사진.

 

 

 

 

 

의상봉 대슬랩 초입에서 조남엽.

 

 

 

약 30여 미터의 슬랩으로 고도감이 만만치 않다. 안종덕.

 

 

릿지화가 아닌 워킹용 등산화를 신은 진순이의 발이 산행 내내 밀린다.

 

 

 

대슬랩 바위 상단에서... 저 멀리 일산을 배경으로 조남엽

 

 

이진순

이제보니 아저씨 처럼 목에 빨간 수건을 내내 걸고 있다.

 

 

의상봉 정상에 올라 진관내동 쪽으로 뻗은 능선을 배경으로 안종덕.

 

 

용혈, 용출봉과 저 멀리 비봉능선을 배경으로 조남엽, 이진순.

 

 

의상봉 능선 코스는 겨울에 빙판이 지고, 눈이 차곡차곡 쌓여야 재미있는 코스.

눈이 아직 없는게 섭섭하다.

 

 

 

영취봉, 백운대, 만경대, 노적봉을 배경으로... 이진순.

 

 

안종덕.

 

 

조남엽.

 

 

 

 

의상봉 정상에서 조남엽, 이진순, 안종덕, 나. 이 사진 보니 내가 얼굴이 크기는 크다.

 

 

 

의상봉에서 찐만두, 김밥, 라면, 과일, 막걸리를 먹고 잠시 휴식.

친구들이 만나니 이야기 꽃이 피고 또 지고 또 핀다.

조망이 뛰어난 곳에서 북한산 주능선과 그에 따른 지능선에 대한 설명을 한차례 해준다.

 

" 아 산에 오면 생각들 좀 하면서 등산을 해. 죽어라고 걷지만 말고..."

" 걸으면서 생각하고 빨리 좀 와."

" 그때 그 여자가 말이지..."

 

의상봉 정상에 올랐으니 이만 하산하자는 의견을 여기까지 왔는데 봉우리 세개를 안넘고 그냥 가면,

여기까지 온게 아깝다며 살살 꼬득여 용혈, 용출, 증취봉 세 봉우리를 넘는다.

 

" 힘들기는 해도 이렇게 오니까 좋긴 좋다."

 

지난 7월 용혈봉 정상에서 모산악회 회원들이 낙로를 맞고 현장에서 죽은 사고가 있었다.

번개의 위력은 맞은 자리에서 십여미터 몸을 팅겨나가게 해 시신수습에도 어려움이 있었다는 뒷얘기를 들었다.

산에서는 기후변화에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증취봉을 지나 하산로는 낙엽이 쌓인 오솔길.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낙엽이 적당히 쌓여 무릅에 무리가 적다.

용학사 앞 비석거리에 이르자 하산하는 일단의 등산객들이 줄을 선다.

하산로에 자리 잡은 먹자골목을 뒤로 하고 효자비 입구 음식점에서 간단한 산행 뒷풀이를 한다.

 

돼지고기 한근에 만원, 김치찌게 한 냄비에 만원.

숯불에서 구와져 내오는 돼지고기가 담백하니 맛있고, 김치찌게 또한 얼큰하니 산행 중

추웠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덥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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