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구석구석/서 울

대남문 그때 그자리

오체투지해무 2009. 3. 9. 22:58

대남문을 처음 찾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 친구 영상이와 함께였다.

정릉 청수장 코스로 올라 성곽을 타고 대남문을 거쳐 세검정으로 내려온 흑백사진이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사진이 아니라면 기억하지 못했을 수도 있는 아주 오래전의 산행.

당시의 북한산성은 일부는 흔적만 대부분의 성곽도 허물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었다.

대남문에 누각이 세워지고, 형식적이지만 철문이 세워진지 그렇게 오래된 세월이 아니다.

 

대남문은 인왕산, 안산, 노적봉과 백운대에서도 그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북한산에서 가장 큰 구조물.

성장기 때는 대남문을 훌쩍 뛰어 올라 보현봉과 문수봉 사이 세검정 계곡을 날으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나는 꿈을 꾼다는건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분 좋은 일이다.

날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내 몸이 지상에서 발을 떼고 공중으로 부양하는 그 기분이란...

대남문에 서면 그 때의 기억이 생생히 기억된다. 아니 실제 체험했던 것인양 몸이 기억하고 있는 듯한 강렬한 가상체험의 기억.

 

 

 

 

사진 속 그 자리 그 모습 그대로...

 

 

 

문수사 뜨락에서 바라본 보현봉.

벤치에 한참을 앉아 있어야지 마음만 먹고, 춥거나, 덥거나, 하산 길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러지 못했다.

몇 해전 발을 다쳐 입원 해 있을때 가장 하고 싶은 일이 공원에 앉아 여유롭게 책 한권 읽는 것이었다.

퇴원한지 3년이 넘었지만, 공원에 앉아 책을 읽기는 커녕 담소를 나눠 본 적도 없는 듯 하다.

 

 

 

 

석굴 입구에 지붕을 얹고 문을 해단지도 십년쯤 되었을까.

뻥뚫려있떤 석굴이 어느날 문을 해달았다.

 

보현봉이 자연휴식년제로 묶이기 이전

일요일이면 보현봉 쪽에서는 기독교인들의 산상기도가

문수사 법당의 스피커에서는 불경소리가 세검정 골짜기를 시끄럽게 들쑤셔 놓는 해괴망칙한 일이 벌어졌었다.

몇 년을 모르고 지나쳤는데 석굴 앞 뜨락의 지하를 등산객들의 휴식처로 절에서 제공하고 있다.

 

200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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