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통인시장 기름떡뽁기

오체투지해무 2009. 3. 6. 08:19

떡뽁기는 어린이들이 간식으로 길에서 사먹는 먹거리쯤으로 취부됐지만,

그렇게 먹고 자란 어린이들이 커서도 찾게되어, 이제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먹는 음식이 되었다.

남대문시장 떡뽁기, 신당동 떡뽁기, 정독도서관 앞 먹쉬돈나, 천호동 로데오의 즉석떡뽁기.

사람들이 모이는 거리라면 맛있다고 소문난 떡뽁기집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번에 소개할 떡뽁기는 흔치 않은 떡뽁기이다.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과 자하문 터널 사이에 자리잡은 오래된 동네 통인동.

입구에 시장 간판이 걸릴만큼 오래된 통인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재래시장 개발붐을 타고 일찌감치 캐노피를 얹은 이곳은 시장이라니까 시장이려니 하지

시장이라고 하기에는 어쩐지 쓸쓸한 구석이 많은 곳.

 

입구에서 4~50미터 시장거리의 가운데 쯤에 간판도 없이 각종 전류가 좌판에 펼쳐져 있다.

보통의 떡뽁기처럼 커다란 떡뽁기판에서 익어가는 모습을 연상한다면 지나치고 말 곳.

주문을 받으면 그제야 솥뚜껑 엎어 놓은 듯한 철제후라이판에 고추장에 버무린 떡뽁기를 얻고,

식용유를 끼얹어 볶아낸다.

 

고추장국물로 맛을 낸 떡볶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고추장 떡뽁기와 간장 떡뽁기 두종류가 있다.

일인분에 3,000원. 방앗간에서 직접 낸 쌀로 만든 쌀 떡볶기로 그 양은 일인분이라고 하기에는 적은 듯.

순대도 팔고, 오뎅도 팔고, 빈대떡에 각종 전류도 함께 판다.

특히나 빈대떡이 맛있어 두장이나 주문해 먹었다.

 

 

 

고추장 기름떡볶기

 

 

명절 때면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는 빈대떡과

하단 사진의 각종 전류.

간으로 만든 전을 오랜만에 본다.

 

 

경복궁역 2번출구로 올라와 진행 방향으로 첫번째 골목으로 들어가면,

두세사람이 어깨를 비켜 가야 할 정도로 좁다란 골목에 유난히도 복잡복잡한 음식점과 노점상이 붙어 있다.

이름도 생소한 체부동시장.

 

경복궁역 근처에 기름떡뽁기로 유명한 집이 있다 하여,

 들어선 첫번째 골목에서 좌판이랄 것도 없이,

 낮으막한 화덕 하나에 볶아내는 떡뽁기를 하는 할머니 한분을 만났다.

 

육이오 동란으로 홀홀단신 남하에 그자리에서만 육십년을 장사하신다는

할머니. 옹색한 자리에 앉아 떡뽁기 한접시를 먹은적이 있다.

 

가슴 서늘한 눈매를 지닌 여자가 할머니에게 이것저것 물어본다.

 

" 할머니 저도 본적이 체부동이에요. 아버지 고향이 이 근처 어디에요."

 

먼지를 꼬박 뒤집어 쓰고 만든 떡볶기여서인지, 문득 떠오른 가족 생각에 목이 메어서인지,

얼마 안되는 양의 떡볶기를 먹지 못하고 얼굴에 살짝 그늘이 드리워진다.

어제 일인듯 아주 오래전 일인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