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시장과 오뎅식당 주인 아주머니와 테이프 커팅식을 하는 사진이 걸려 있던 곳이었는데,
언제 바뀌었는지. 아치형의 입간판은 나름 모양새를 갖춘 조형물로 바뀌어 있다.
전국의 중,소도시와 관광지의 먹자골목을 다녀봤지만,
의정부에 유일한 것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대한민국 어딜 가나 찾아 볼 수 있는 원조 간판을
이곳에서는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의정부나 동두천 시장에는 미군에서 흘러나온 미제물건들을 야매로 파는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한편 미군들이 즐겨먹던 햄과 소시지, 고기 등이 비정상적인 경로로 일반인들에게 유통된 것이다.
때로는 폐기처분되는 쓰레기장에서 유통기한이 초과한 캔 종류를 가져다 먹기도 했는데,
미군 내에 있는 존슨이라는 양키놈이 물건을 빼돌려 고가로 팔아 먹었나 보다.
그러다 문제가 생겨 존슨이라는 양키놈이 법망에 걸려들고,
빼돌린 햄과 소시지, 고기로 김치찌게를 끓여 먹던 것에 코쟁이의 이름이 붙어 존슨탕이 되었다고 전한다.
여하튼 빼돌려진 햄과 소시지를 솥뚜껑 위에 구워 먹다, 거기에 김치를 얹고, 두부와 파, 마늘을 얹어 끓여 낸것이 부대찌게의 시작으로 보고 있고, 의정부의 오뎅식당에서는 아예 일반인을 대상으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60년대 후반까지 청계천에서 주변에 팔았다는 꿀꿀이죽과는 또 다른 음식임에는 분명하다.
오뎅식당이 잘되는 것을 보고 사장의 형네가 그 옆자리에 형네식당이라는 이릉으로 개업해 이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오뎅식당의 부대찌게 맛에 가장 근접하게 내는 것이 형내 식당의 부대찌게이다.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오뎅식당의 손님이 너무 많아 기다린다 싶으면 그 옆의 형네식당을 찾기도 했다.
하지만 그 미묘한 차이는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없다.
허영만의 만화 "식객"에서도 미국에서 성공한 재미교포인 한 교수가 대통령의 청와대 만찬 초대를 거절하고
이곳 오뎅식당의 부대찌게를 먹고 눈시울을 적셨다는 대목이 나온다.
십 수년 전, 연로하신 큰아버님이 집에 들렸다 오뎅식당의 찌게를 드시러 모셨는데,
삼복더위에 에어컨 없이 장사 하는 통에 땀으로 범벅을 하면서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 옆에 다른 식당들은 에어컨 빵빵하게 가동해도,
그 좁은 좌석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먹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하고도
오뎅식당의 자리는 빈틈이 없었으니, 그 이유는 입맛을 아는 사람들이 찾는다는 것이다.
간혹 매스컴의 맹점을 이용, 음식맛 보다는 마케팅에서 성공한 음식점이 있기 마련인데
그런 곳과는 확실히 다르다.
그 이후였는지, 부대찌게 골목에도 변혁의 바람이 생겼다.
주차장 없이 영업하던 식당들이 주차장 부지를 확보하고, 이층으로 건물을 재건축하고,
깔끔한 외관의 식당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이 무렵 외지에서 이곳으로 이사온 사람에게 부대찌게를 대접 받은 적이 있는데,
듣보잡, 보영식당으로 안내를 하는 것이다. 물론 그 앞 주차장의 편의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안내한 이 사람 말이 가관이다.
" 이 곳이 의정부 부대찌게의 원조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지만, 음식점 잘못 안내했다고 사람 잡을 일은 아니니 모른척하고 넘어갔다.
부대찌게에는 송탄식 부대찌게와 의정부식 부대찌게로 크게 나뉜다.
명동에서 유명하다는 부대찌게는 송탄식과 의정부식에서 의정부식에 가깝고,
사람 붐비는 곳이면 어디나 자리잡은 놀부부대찌게는 송탄식 부대찌게에 가깝다.
의정부식 부대찌게는 신김치와 파, 마늘, 햄, 소시지, 다진고기만으로 , 맛이 강한 반면에
송탄식 부대찌게는 마카로니, 콩통조림 등이 들어가 들큰한 맛이 난다.
의정부 부대지게 골목에 변혁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보영식당.
축제라고 거리에 무대를 세워 초청가수의 공연이 벌어졌다.
시식회에 나와 있는 초원식당의 부대찌게.
오뎅식당의 그것과는 달리 버섯이 들어가 있다.
입맛은 천차만별이어서 어느 것이 맛있다고 강요 할 수는 없다.
이제까지 20 여 년간 의정부에 살면서 오뎅식당에 손님을 데려가 불평을 들은 적은 딱 한번.
명동 부대찌게의 맛에 길들여진 사람이 이곳 맛은 너무 강하다며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유일하게 먹자 골목 중 원조 임을 내세우지 않은 먹자골목, 의정부 부대찌게 골목.
칼칼한 국물에 햄과 소시지 안주 삼아 소주 한병 비워내면 속이 든든하다.
찌게에 넣어 먹는 라면사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국그릇에 담겨 나오는 밥에 국물과 건데기를 언저 비벼 먹어야 제맛이다.
격식 따지고, 분위기 따지는 사람은 절대 오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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