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지축역 경남식당 아구찜

오체투지해무 2008. 12. 30. 05:36

주말과 공휴일의 구파발 전철역 주변은 북한산을 가기 위한 산행객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곳이다.

그많은 사람들이 대다수는 4~50대의 중장년층.

구파발에서 집결하는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북한산성계곡 통제소를 거쳐 산행들머리를 잡는다.

 

북한산성계곡은 수도권 당일 산행지로써는 최고의 수량과 절경을 간직한 곳이다.

주위의 암봉과 어우러진 풍경은 가히 설악산과 비교할만하다.

유럽의 알피니스트들이 북한산을 찾았다 격찬을 금치 못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이제는 주말과 공휴일 뿐만 아니라,

조기 은퇴한사오정에서 산에서 삶의 새로운 기쁨을 찾은 전업주부들까지 평일이라도

 북한산, 도봉산 주변은 산을 찾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산악회원들과 혹은 직장동료, 학교동창들과 어울려 산행 후 뒷풀이로 파전에 막걸리, 도토리묵 만한 것이 없다.

그런데 매주 산행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그마저 식상한 메뉴가 되고 만다.

 

북한산성계곡에는 여름 한철 피서객을 상대로 하던 음식점이 70년대부터 자리잡은 곳.

이들 메뉴가 대부분 토종닭, 파전, 도토리묵이다.

몇 해 전 바비큐 삼겹살 메뉴가 추가되어 그 기름타는 냄새가 산행 후 허기진 등산객들의 후각을 자극하지만

냉동 삼겹살을 쓰는 탓인지 자극적인 후각 만큼 맛을 보장하는 곳이 없다.

이러다 보니 산행 뒷풀이 장소로 지하철과 대중버스의 연계지인 불광동과 연신내 일대까지

맛있다는 음식점에는 산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구파발 삼거리에서 일영방향, 지축역과 연계된 지방도로에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꽤 오래된 음식점들이 도로를 사이에 두고 띄엄띄엄 들어서 있다.

그들 중 한곳인 경남식당, 아구찜, 낙지찜, 꽃게찜을 내놓는데 단연 대표메뉴는 아구찜이다.

 

아구찜의 유래야 마산에 가서 알아 볼 일이고, 경남식당 아구찜은 맛 자체로만 이야기 해보자. 

원래 경남식당은 지축역 인근 화훼 생산이 생업인 지축리 일대 주민들이 찾던 곳이다.

지금도 본점은 지축역 인근에 주차장도 없음에도 번호표를 받고 줄서서 먹을 만큼 이 근처에서는 유명해졌다.

차를 가져왔다면 일영 가는 지방도 한쪽에 자리 잡은 분점을 찾는다.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식당안은 안방, 건너방, 거실 등에 식탁을 차려놓아 마치 시골의 식당을 찾은 느낌이 든다.

인원 수에 맞게 특대, 대, 중으로 구분된 찜을 주문하면 반찬이 먼저 나온다.

 

좀처럼 맛보기 힘든 매생이전, 각종 나물, 가오리찜 등이 한지를 깔아놓은 상 가득 반찬이 차려진다.

반찬 하나하나 마다 깔끔한 맛을 내, 주빈인 찜요리가 나올때 까지 심심함을 덜어 주는데 충분하고도 남는다.

 

원형접시에 수북이 담겨 나온 콩나물 무침을 먼저 맛본다. 아삭아삭하면서 통통한 나물의 육질이 씹는 순간 잇몸에 그대로 전해져 온다. 입안이 화끈하게 달아오르고, 목안이 칼칼할 때 쯤 복슬복슬한 아구 한덩어리를 입안에 가져다 지그시 베어 문다. 기호에 따라 껍질이 많은 부분을 좋아하는 취향과 흰살만을 좋아하는 취향으로 나뉘겠지만, 매운 맛을 덜어주는데는 역시 흰살 만한 것이 없다. 이곳의 아구는 생아구를 사용하지 않고 반건조한 아구를 사용한다. 바닷가 인근의 음식점과 다른 지리적인 이유도 있지만 반건조 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생화학적 작용이 아구의 씹는 맛을 더하게 해주고 있다.

 

 

 

 

 

 

이곳을 찾은 것은 여름이 막 시작할 무렵. 세상일이 다 시답지 않고, 뜻한 대로 움직이는 것은 하나도 없어 여러 날을 시름에 빠져 급기야 입맛을 잃었을 때이다. 음식을 먹어도 단지, 쓴지. 매운지 짠지 모르는 날이 여러 날. 입소문만 듣고 찾아 간 집에서 제대로 매운맛을 보고, 그 매운맛을 제대로 풀어주는 아구를 먹어보고 입맛이 돌아왔다. 그제야 입맛을 찾는 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 커다란 기쁨 중 하나를 잃었다 찾게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가 삶의 지향점을 잃고 엄동설한 숭어 눈에 덮인 지방처럼 초점 잃은 눈동자를 만나게 되면, 지축역 인근 경남식당에 데려가 아구찜 한판을 먹여야 한다. 밑반찬 먹고, 찜요리 먹고, 거기에 밥 뽁아 먹고, 입가심으로 내주는 식혜 한 사발 남김없이 마시고 나면, 잃었던 입맛 돌아오듯 살아가고 싶은 희망을 찾게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