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12. 술이 떡이 되어 들어간 날 아침, 식탁 위의 편지
여보시오― 누구시유 ―
예, 저예요 ―
누구시유, 누구시유 ―
아들, 막내아들 ―
잘 안들려유 ―잘.
저라구요, 민보기 ―
예, 잘 안들려유 ―
몸은 좀 괜찮으세요 ―
당최 안들려서 ―
어머니 ―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 ―
두 내우다 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 ―
예, 죄송합니다 안들려서 털컥.
어머니 저예요 ―
전화끊지 마세요 ―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 ―
두 내우다 예, 저라니까요!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 어머니. 예,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안어들머려니서 털컥.
달포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네
어머니가 자동응답기처럼 전화를 받았네
전화를 받으시며
소 귀에 경을 읽어 주시네
내 슬픔이 맑게 깨어나네 함민복의 시집 " 미안한 마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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