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신촌 수제비

오체투지해무 2008. 2. 25. 11:47

 

수제비 한그릇 먹자고 추운날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먹겠다는 집념이 재미있다.

밀가루 반죽에서 떼어내 사골국물에 던져지는 수제비를 보느라 시간 가는지 모른다.

 

 

수제비에 얹져진 고명

 

 

 아삭아삭 환상의 깍뚜기

 

 

 

어려울 때 먹던 수제비가 이제는 별미음식으로 등장했다. 별미라... 그렇다 나에게 수제비는 집에서 먹는 음식이지, 밖에 나와 돈 주고 사먹는 음식은 분명 아니다.

수제비 잘하기로 소문난 수제비로는 당연히 삼청동 수제비를 빼놓을 수 없지만, 가격과 명성, 맛과는 별로 상관관계가 없음을 그 집 수제비를 먹고 재삼 확인하게 되었다. 뭐 강남에서 일요일이면 그집 수제비를 먹기 위해 온 가족이 아침잠을 설치는 가정풍토를 자랑하는 사람도 있으니 다들 내 입맛 같지는 않은가 보다.

여하튼 수제비는 돈주고 사먹을 만한 음식은 아니라는 지론은 지금도 변치않고 있다. 더구나 밥값과 버금가는 가격대의 수제비는 비록 내 돈 주고 먹지 않아도 아�다. 수제비를 음식으로 취급하지 않는다고 할까. 수제비, 우동, 칼국수에 관한 한 그렇다. 칼국수는 예외로 하자.

신촌에서 만나던, 종로에서 만나던, 몇년 사이 강남에서 약속이 있어 본 적은 없지만 강남에서 만나던, 때가 되어 뭐 먹을까 물어보는 질문에 언제나 나에게서는 같은 대답이 나왔다.

" 삼겹살."

그런지 알면서 뭐 먹을까 물어본다.

" 소금구이."

또 물어본다. 양보하는 척

" 돼지갈비."
" 난 양념한거 안좋아하잖아. 오늘은 우동먹어."
" 우동 먹으면, 그거 먹고 따로 술 한잔 하려면 돈이 더 들어가는데... 삼겹살에 소주, 공기밥 하나 그게 싸게 먹힐껄."

결국은 삼겹살이나 소금구이이다. 큰맘 먹고 일년에 한번? 가쓰오 우동 정도. 근데 먹고 싶은것 아무리 하찮은 음식이더라도 그거 못먹는 마음 상하는게 보통이 아니라는 걸 알게됐다. 남자들이야 술자리 하면 의례것 고기 아니면 회지만... 남자들 끼리 밥만 먹은 적은 에......또...... 과음으로 이튿날 해장하느라 콩나물국밥정도.

이제껏 밖에서 수제비 사먹을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어쩌다 먹게 되는 수제비는 맛이라고는 찾아보려해도 찾아 볼 수 없는 음식들이었다. 삼청동 수제비가 그러하고, 개밥 같은 얼큰이 수제비가 그러하고, 그 중 기억 나는 수제비가 지금은 없어졌지만 사동면옥 골목에 있던 바지락육수로 끓여 내온 항아리 수제비가 기억에 남는다.

수제비는 얻어먹고도 속으로 욕하는 그런 음식 축에도 못드는 음식이다. 삼겹살 먹을 때 옆에서 보고만 있다가 나와서 따로 우동을 먹은 적도 있으니까.

신촌수제비는 좀 다르다. 맑은 사골국물에 고명을 살짝 얹고, 호박과 당근, 감자가 들어가 있는데 재료 각각의 맛이 있는 듯 없는 듯 수제비 고유의 맛을 배가 시켜준다. 밀가루 반죽의 씹히는 맛은 매끌매끌 쫄깃쫄깃. 성치 않은 노인네들 먹기에 딱이다.

같이 나오는 반찬은 두가지 깍뚜기와 파인애플이 아니고 노란무. 이집 깍뚜기의 맛이 절묘하다. 약간 단맛이 나는 깍뚜기의 크기는 칵테일 용 열대과일 통조림 속의 과일 보다 조금 더 크다. 아껴먹으라는 뜻일까? 하여튼 맛있어서 숟가락으로 퍼먹는다. 새콤달콤 입안에 들어가 씹힐때면 아삭아삭소리가 난다. 이집 깍뚜기는 깍뚜기라고 부르기 보다는 아삭이라고 불려야 할 듯 하다.

분명 사골을 우려낸 국물인데, 기름기 하나 떠 있지 않고, 오래된 사골에서 나는 꼬리한 맛이 전혀 없다. 사골국물 싫어라 하는 사람도 아무 부담 느끼지 않고 먹을 수있다.

좁은 실내에 테이블은 십여개. 주문을 받으면 그제서야 수제비를 띄워내 육수에 던져 넣는다. 혹 기회가 있으면 음식을 기다리며 이 장면을 꼭 보도록 하자. 할머니 두분이 수백만번, 수천만번을 반복 했을 손놀림. 밀가루 뭉치에서 똑같은 두께로 눌러, 적당한 크기로 띄워내는 군더더기 하나 없는 솜씨는 음식 기다리는 지루함을 일거에 날려 버리고 만다.

손으로 빚은 수제비. 입안에 씹히는 수제비의 보드라움과 쫄깃함은 사랑하는 여인의 뜨겁게 달구어진 혀가 입안에 빨려 오는 느낌이다.

위치 : 지하철 2호선 신촌역 현대백화점 정문에서 우측으로 50여 미터.
수제비 4,000원, 김밥 2,000원 둘이 먹기에 충분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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