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종로오가 닭한마리

오체투지해무 2007. 8. 6. 12:19

 

 

찜통 같은 무더위라는 말이 실감나는 복더위.
장마전선이 드리워진 가운데 습기마져 높아 불쾌지수 최고.

이런 날 맛있는거 먹자고 불러주는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종로5가와 동대문 사이.
아직도 1970년대( 내 기억으로는)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에
일본의 식도락가들에게도 알려져 명성이 자자한
먹자골목이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 대한 추억은 1978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등학생들 사이에 멋을 좀 부린다는 날날이들 사이에서는
스모루라 불리는 군용염색 바지가 한벌씩은 다들 있었다.

 

육이오 이후 어려웠던 시절,
국방색 군복을 검정색으로 입고 다니던 것이
20여년이 지난 그때까지도 학생들의 로망으로 이어져 왔었다.

 

친구 추일승과 코끝 찡~하게 추운 어느 겨울날
이곳으로 스모루 바지를 사러왔었다.

 

당시 스모루바지 한벌의 가격은 제품상태에 따라
2,000원에서 3,000원
이 가격대의 스모루 바지는 공고생들이 실습복 대신으로 입던 것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이미 키가 180이 되던 일승이에게 맞는 스모루바지는
찾기 힘들었다.

그중 크다는 바지를 입어봐도
바지 앞부분을 여미게 되어 있는 단추를 가까스로 채워도
허벅지가 굵어
단추가 발딱 서는 웃지 못할 일이 생겼다.

정통 스모루바지라는 미군 군복바지는
그때 당시에도 고가였던것 같다.

아쉬운데로 2,000원하는 스모루 바지를 사입고
그 허름한 골목을 빠져 나왔다.

 

또 한친구가 있었는데
자칭 종로신사 나병엽이다.
 종로5가에 산다는 이유로 수시로 동대문시장의 군수품 가격변동사항등을
우리에게 알려주고 어느 어느 집에 가면 물건이 있다고 알려주곤 했다.

 30여 년 전의 일이다.


그 이전의 모습이야 어찌 되었는지 알 수 없지만
종로5가 등산장비점과 식당용품을 만드는 가내수공업식의 공장과
군수품을 야매로 팔던 그 거리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변함이 있다면 허름했던 등산장비점이 레져인구가 저변확대 되면서
리모델링을 거쳐 조명과 디스플레이등이 삐까번쩍 변했다는 것과
삼류극장이었던 동대문극장,
5,60대 갈곳없는 청춘(?)의 애환이 서려있는 캬바레 건물이 헐리고
무슨 건물이 들어서려는지 공사 중이라는 점이다.

 

처음 볼때 부터 낡아있던 건물들이라
30여 년이 지난 세월에도 그때와 별반 다를바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런 모습에 안도감 마져 든다면 난 과거지향적인 사람일까.

 


 

30여 년전과 변함없는 뒷골목의 모습

 

 

곱창집 사거리
어떤사람들이 찾는지 지금도 노점상점들 위에는
미군용 물품들이 세월을 잊고 진열되어 있다.

7~8년 사이 이 일대는 곱창볶음으로 유명한 골목이 됐다.
민물매운탕, 보신탕을 잘한다고 소문난 집도 몇집 있다.

 

어른 셋이 겨우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을 수 있는 좁은 골목.
생선굽는 냄새가 사시사철 끊이지 않는다.
맞은편에는 찌그러진 양은함지박에 끓여내오는 닭한마리집이 즐비하다.

 

 

 

어느 골목이나 원조란 있기 마련
서로들 원조라고 주장하는 간판을 내세운 것은 이곳도 마찬가지이다.
그중 진할매 닭집이 원조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이곳의 맛과 가장 흡사하게 내는 곳이 좀더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서 진보신닭이다.

이 골목에는 여러집의 닭한마리집들이 있지만
끓여내오는 육수와 양념장의 맛이 이 두집만 못하다.

진할매집은 좁은 골목길에 들어가려 줄은 선 사람들이 20여 미터에 이른다.

이럴때면 잽싸게 진보신닭집으로 향한다.

 

거의 7~8년을 이집과 그집이 한집인지 알았다.
진할매집을 두번째인가 찾았을 때 이곳을 가라면서
같은 주인이 하는 곳이라고 일러줬었던 기억인데
작년이던가 확인해보니 아니란다.

 

 

뭐가 잘못됐는지는 모르지만 진할매에 자리가 없으면
진보신으로 발길 돌리는 것은 언제부터 철칙이 됐다.

다른 집 두어곳을 가봤는데 모두 이집들만 못하다.

 

 

자르기 전의 닭한마리 모습.

처음 이곳에 왔을때는 무슨 개밥그릇 같은데 김치 같지도 않은 김치를 내어주나 했다.
근데 그게 아니다.
김치는 그냥 먹을때는 맛이 없지만,
끓는 닭물에 넣어 익혀 먹으면 그 맛이 일품이다.
삼겹살 구워먹을때 신김치 구워먹는 맛과는 다르지만 그런 격이다.

 

국물이 끓을 동안 할일이 있다.
입맛에 따라 떡사리를 시키던가
황기,인삼,대추 한접시를 시키고
(닭국물에 넣은 인삼, 대추는 먹는것이 아니다. 고기에 들은 풍끼를 약재가 담기 때문)
위쪽 사진 왼쪽 상단에 다데기장 같은 것을 자기 앞접시에 적당히 덜어낸다.
거기에 입맛에 맞게 겨자, 식초, 간장, 다진 마늘 등을 가미해 저어놓는다.

닭은 다 익혀 나온다.
물이 끓으면 그때 부터 고기를 건져먹기 시작한다.
이때 저 허여멀건한 김치를 넣어 먹으면 입맛이 개운해진다.

식성에 따라 다데기장을 닭국물에 넣어 벌겋게 먹는 사람들도 있는데
내 식성에는 안맞다.

닭을 다 건져먹었으면 국수사리를 양껏 시켜먹는다.
주의할 것은 닭국물이 쫄아 짭짤하므로 육수 추가는 필수.
국수사리는 한번이상 추가가 안된다. 돈 낸대도 안된단다.

 

 

겨자와 식초, 간장의 혼합비는 제마다 다 틀리다.
이것에도 황금비가 있으니
이 혼합비를 잘 맞추는 사람이 손맛이 좋다는 걸 알게되기 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허열먼건한 닭한마리용 김치
보기보다 맛있다.

 

 

 

 입가심용 요구르트아이스크림 레드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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