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흘구곡과 청암사
아름다운 경치가 드리워진 한적한 길을 따라 달리는 여행은 운전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게 되는 즐거움이다. 지도에 익숙하고 길눈이 밝은 운전자라면 같은 목적지를 가더라도 이왕이면 교통량이 적은 곳, 수려한 풍경이 펼쳐지는 곳으로 돌아가는 요령이 있다. 이런 사람과 동행을 한다면 여행의 즐거움이 배가 된다. 흔히 사림 문화가 꽃 피운 여행지라면 다분히 역사유적을 둘러보는 다소 딱딱한 여행지로 여겨지는 편도 있으나 성주댐을 중앙에 두고 X선 형태로 연계된 이번 여행지는 달리는 차안에서 보는 기쁨과 산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기쁨, 고풍스런 서원을 둘러보며 옛 선인의 발자취 등을 두루 갖춘 여행지이다.
코스의 첫번째 경유지는 회연서원이다. 영남 오현의 한사람으로 꼽히는 한강 정구를 추모하기 위해 세운 서원으로 인조 5년(1627년)에 세워진 곳이다. 회연 서원 뒤에는 한강 정구선생이 주자의 무이구곡을 본 받아 봉비암을 시작으로 대가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아름다운 풍광 아홉곳을 골라 무흘구곡이라 하고, 칠어절구의 시로 그 경치를 칭송 하였다. 그 중 1곡에서 5곡까지는 행정 구역상 성주군에 속해 있으며, 6곡에서 9곡까지는 김천시에 속해 있다. 대부분의 경치가 30번 국도 변에 위치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그 풍경을 감상하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다.
회연서원에서 서남쪽으로 향하는 59번 국도를 따라가면 가야산 정상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백운동 계곡을 만나게 된다. 백운동 계곡은 해인사 쪽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곳이지만 가야산 종주 등반의 기점과 종점 역할을 하는 곳으로 등산애호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최근에는 계곡미가 빼어난 용기골 코스와 암릉미가 일품인 만물상 코스가 등산로로 개발되어 있다. 인근에는 숙박시설과 음식점이 들어서 있어 관광코스로도 손색이 없는 곳으로 변모하였다. 백운동에서의 하룻밤을 묵어갔다면 왔던 길을 되돌려 성주 댐에서 성주읍내로 방향을 잡는다.
성주 읍에는 수령이 5백년이나 되는 떡버들 숲이 천연기념물로 보호되고 있어 성주군민의 휴식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인근의 한개마을은 성산 이씨들이 대를 이어오는 집성촌이다. 경주의 양동마을이나 안동의 하회마을과 같이 고래등 같은 고택이 즐비한 것은 아니나 북비고택, 교리댁 등의 고가들과 민가가 적당히 어우러져 잊혀졌던 고향의 옛길에 대한 정취를 일깨워 주는 곳이다.
다시 발길을 돌려 성주댐으로 향하는 길에는 최근에 들어선 음식점들이 저마다 특색있는 음식을 내놓고 지나가는 여행객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음식점들이 들어서게 된데에는 한강 정구선생이 칭송한 무흘구곡의 아름다움에 반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나날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무흘구곡 중 제 4곡인 선바위는 그중 제 4경인 선바위는 국도 변에 인접해 있으면서 지형적 특성상 민가가 보이지 않고 물가에 앉아 있으면 마치 선경 속에 들어 선 듯한 풍경을 자아낸다. 30여 미터의 바위가 꼿꼿이 서 있으며 바위 중간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이 소나무에는 오래 전 학이 살았다 하여 소학봉이라고 불린다.
구곡 중 제1곡 봉비암과 제2곡 갓말소의 절벽만 성주댐 아래쪽에 있고, 나머지는 모두 30번 국도가 지나는 성주군 금수면과 김천시 증산면에 나뉘어 있다. 제3곡 배바위(금수면 무학리), 제4곡 선바위(금수면 영천리), 제5곡 사인암(영천리), 제6곡 옥류동(증산면 유성리), 제7곡 만월담(증산면 평촌리) 제8곡 와룡암(평촌리) 등은 30번 국도를 따라가며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마지막 제9곡인 용소는 청암사의 부속암자인 수도암 가는 길목에 위치한 수도리에 있다.
무흘구곡의 상류지역인 청암사는 비구니의 기도도량으로 한적한 숲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면 단아한 모습의 사찰 건물을 볼 수 있다. 주차장에서 일주문까지는 한낮에도 햇볕 한뼘 찾아보기 힘든 울울창창 우거진 숲길이다. 일주문의 현판은 근세의 명필 성당 김돈희의 글씨. 청암사는 신라시대 헌안왕( 859년) 도선국사가 창건한 이래 여러번의 화재로 소실되었다 근세에 재건되었다. 청암사의 사적비는 동국대학교 초대 총장을 지내신 퇴경당이 비문을 지었다. 비석을 이고 있는 비좌를 가만히 들여다 보면 새 한 마리, 꽃가지를 새겨놓은 담담한 수묵화를 보는 듯 하다. 청암사 경내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두구역으로 나뉘어 있다. 극락전과 육화류, 진영각을 둘러보다 문득 마주치는 스님의 합장은 무더운 복 더위를 잊게 해주는 단아함이 그득하다.
청암사의 부속암자인 수도암을 가기 위해서는 음식점이 모여 있는 삼거리에서 좌회전 수도리 마을 쪽으로 가야 하거나, 청암사 극락전을 지나 약 1시간 40여분 산길을 따라 가야 한다. 차량 이용 시 수도암 까지는 비록 비좁은 포장도로이기는 하나 해발 900여 미터까지 포장이 되어 있다. 다만 불교행사가 있는 날이나 단풍철 관광객들이 붐비는 계절에는 수도리 마을에서 차량을 통제한다. 청암사는 비구니 사찰의 단아함이 볼거리라면, 수도암은 뜨락에서 바라보는 경치가 뛰어나다. 수도암 대적광전 앞 뜨락에는 서삼층석탑과 동삼층 석탑이 멀리 가야산의 육중한 공제선을 바라보고 있다. 수도암 경내에응 보물인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석불좌상이 모셔져 있다.
여행정보(지역번호 054)
경부고속도로 김천 나들목에서 59번 국도를 타고 성주댐으로 향하는 길과 대진고속도로 무주나들목에서 30번 국도를 타고 동진 무주의 나제통문과 덕산재를 지나 접근하는 방법이 있다. 성주시에서 성주댐 방향으로는 전원가든과 모텔이 즐비하다.
숙박 : 가야산 국민호텔 성주군 수륜면 백운리 (931-3500), 김천파크호텔 김천시 대항면 향권리 (437-8000) 김천 그랜드 호텔 (433-9001) 무흘산장 금수면 영청리( 932-2164),
음식점 : 장욱이식당 보리밥 성주군 수륜면 신파리 (932-9685), 장수식당 메밀묵 성주군 금수면 봉두리(932-5173) 수도산식당 산채비빔밥 증산면 유성리(437-0009) 산중고을 더덕구이 한정식 김천시 대항면 향천리 (436-6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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