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빙계계곡
의성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그만큼 개발의 손때가 덜 묻어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마늘로 유명한 이 지역은 오래 전 부터 내려오던 마늘수확기에는 전국 최대의 마늘장이 서기도 한다. 그 외에 5,10일장인 단촌장은 고추시장으로, 안계장은 조선시대 부터 명맥을 이어오는 우시장이 열리는 곳이다.
국내에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 더위 때면 어김없이 골짜기 돌 틈에서 얼음이 숭글 숭글 맺히는 신비한 현상이 일어나는 얼음골로 알려진 곳이 10여 곳 있다. 알려진 국내의 얼음골 중 의성군 가음면 빙계리에 있는 얼음골은 삼복더위 때면 어김없이 얼음이 얼어 명실상부한 얼음골의 명성을 지키고 있는 곳 중 한곳이다. 빙계계곡은 10여 리에 못 미치지는 짧은 계곡이지만 유순한 주변의 산세와는 달리 계곡 입구에서 상류 주차장이 있는 과수원까지 좌, 우측의 기암괴석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인근에는 최근에 개발된 빙계온천이 있어 산을 하나 사이에 두고 피서와 피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점이 이 곳의 또 다른 매력이다.
삼복더위 때면 어김없이 얼음이 어는 현상을 과학적으로 단열냉각현상이라 한다. 낮은 온도에서 포화에 이른 공기가 갑자기 높고 건조한 대기와 만날 때 급격히 팽창, 증발 함으로서 주위의 열을 빼앗아 온도가 내려가는 현상이다. 한낮의 기온이 올라가면 올라 갈수록 활발한 현상을 일으켜 빙혈 주변의 바위에는 더 많은 얼음이 언다는 설명이다. 화강암으로 만들어진 빙혈 내부에는 조선후기시대 학자 미수 허목의 ������빙산기������가 걸려있다.
“ 이곳을 찾은 선남 선녀들이여/ 여기 만고의 신비를 간직한 세계/ 제일의 빙혈이 있노라”라고 적혀 있어 빙혈에 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선남선녀의 명예를 얻게 되는 것도 재미있다.
빙계팔경으로는 “용추, 물레방아, 풍혈, 어진바위, 의각, 석탑, 빙혈, 부처막 ”등을 꼽을 수 있다.
빙혈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옛 빙계사 터를 지나야 하는데 이 곳에는 신라 하대나 고려 초기의 양식을 띠고 있는 오층석탑이 빈터를 홀로 지키고 서 있어 한때 번성했던 절의 흔적을 엿 볼 수 있다. 석탑 주변에는 벤치가 마련되어 있고, 벤치 뒤편 산사면을 유심히 살펴보면 제법 커다란 돌 틈을 볼 수 있는데, 이 틈에서 삼복더위 때면 에어컨 보다 더 서늘한 바람이 불어온다. 이른바 풍혈이라는 곳인데 풍혈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단열냉각현상에 대한 설명을 어느 정도 이해 할 수 있다. 돌 틈 주변에는 하얗게 서릿발이 앉은 모습을 볼 수 있으며,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삼복더위에는 서리층이 한층 더 두껍게 서려있다.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 있는 현상임에도 그 신비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를 빙계계곡에서 식힌 뒤 색다른 드라이브 길에 나서 보도록 한다. 빙계계곡에서 의성읍을 향하는 길목에는 신라시대 융성했던 불교의 영향을 받은 석탑이 분포되어 있는 곳이다. 목가적인 풍광 속에 우뚝 선 석탑들을 찾아보기 위해서는 약간의 수고가 따라야 하는데 아직도 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아 자가용을 이용한 여행이 필수인 곳이다. 탑리 오층석탑은 벽돌을 쌓아 만든 모전석탑이나 그 형식은 목탑 형식이 결합되어 있는 특색을 띤 보기 드문 석탑이다. 석탑동 석탑은 고구려 시대 돌무덤처럼 생긴 석탑이다. 자연석을 차곡 차곡 쌓아 올린 석탑으로 경사면에 세워져 있어, 앞에서는 5층의 기단을 띠고 있고, 뒤쪽에서는 7층의 기단임을 알 수 있다. 관덕리 삼층석탑은 지대석 위에 2층의 기단과 3층의 탑신을 갖춘 신라말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석탑이다. 삼층석탑 앞에는 사자상이 세워져 있었는데 현재는 국립대구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상층기단 면석에는 사천왕상이 새겨져 있으며 석탑의 전체 모습은 소박함이 돋보인다.
5번 국도에서 고운사를 향하는 길은 오고가는 차량이 드물어 목가적인 분위기를 만끽하며 호젓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길이다. 등운산 자락에 자리 잡은 고운사는 그 이름이 “높이 뜬 구름”이라는 뜻을 갖고 있는 아늑한 사찰이다. 한때 고운 최치원이 기거했던 곳이라 하여 고운의 호를 붙여 불렸다는 말도 전해져 온다. 사찰 내에는 최치원이 승려 여지와 여사와 함께 건립했다는 가운루와 우화루가 눈길을 끈다. 고운사 약사전 안에는 보물 제 246호인 항마촉지인을 하고 있는 석불을 볼 수 있다.
의성의 목가적인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고운사를 빠져나와 멀리 청송을 거쳐 31번국도로 방향을 잡아도 좋고, 의성읍을 중심으로 사곡면과 안덕면을 거치는 지방도를 이용 청송자연휴양림에 하루 여장을 풀어본다. 청송자연휴양림에서는 반경 20km내에 있는 달기약수와 주왕산국립공원을 일정에 넣을 수도 있으며 주말 귀경길에 좀 더 여유로운 일정을 삼는다면 천문대가 있는 보현산을 둘러본다.
여행메모(지역번호 054)
빙계계곡 상류에 위치한 한국애플리즈 제조공장에서 사과와인 시음과 함께 애플와인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한국애플리즈(834-7800)
자가운전 : 중앙고속도로 의성IC → 5번국도로 의성방향 4km진행 후 구미리에서 우회전 → 927번 지방도로 이용 금성면 탑리 도착 → 춘산, 현서방면의 68번 지방도로 → 가음면 양지리 → 현리리 → 빙계계곡
숙박 : 계곡 입구에 야영시설이 준비되어 있다. 청송자연휴양림(청송군 부남면 대전리 870-6530) 빙계온천(가음면 현리 833-6660) 시집못간 암닭(빙계계곡내 832-2242) 해인장( 의성읍 후죽리 832-4114) 산수장(의성읍 후죽리 )
834-5070)
음식점 : 청호가든( 민물매운탕 봉양면 문흥리 833-8005) 남선옥(소머리국밥 의성읍 도동1리 -834-2455) 이화숯불가든(한우고기 의성군 봉양면 화전리 833-77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