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간밤의 꿈

오체투지해무 2016. 4. 2. 23:41

십여평의 후끈한 주방실,

오후 서너시가 되면 등허리에 송충이가 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촉감이 느껴진다.

 

생활비를 위해 주방에 들어 섰을 때 첫 느낌은 군 시절 어쩌다 간부의 밥을 타기 위해 군기 쎈 주방에 들어 섰을 때의 기분 보다 U보트나 해군 영화의 기관실에 들어선 그런 기분이 들었다.

 

이 좁은 공간에서 누구와 부딪힐까...

 

부딪히는 첫 사람과 공존 할 수 있는 관계는 딱 하나다. 간밤에 잠 못들고 내린 결론은 서로 필요 없는 관계라는 결론.

 

몸은 피곤한데 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 몇번의 꿈을 꿨는데,

 

꽃놀이를 모시고 갔던가 엄마가 계신데 고데 올린 머리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불이 붙었다.

 

집을 나서는 아파트 출입 차단기를 지나는데 경적소리에 바라보니 아버지가 생전에 화사한 정장 차림에 차창을 열면서

 

" 윤배야 어디가니?" 하신다

 

출근하러가요.하고 대답하려는데 아버지가 살아계셨구나 생각이 드는 순간 아버지 돌아 가셨잖어. 근데 집에 잘 찾아 오셨네 하고 함박웃음을 웃었다.

 

장면은 바뀌어 충징의 아주 오래된 비탈진 계단의 판자집 골목 같은 곳에서 아주 더러운 행색의 여자를 만나 격렬한 성관계를 나누는데, 여자의 몸에서 그을음이 가득한 기름이 흘러 내렸다.

 

묘하게도 속궁합 잘맞는 여자와의 그것 처럼 몸놀림 한번에도 흡족한 성감을 느끼다 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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