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世上萬思

연탄개스와 식초요법.

오체투지해무 2015. 11. 10. 09:25

 

어린시절 연탄을 갈았던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보면 환취를 맡을 수도 있다. 밑불이 되어주는 아래탄과 위탄의 구멍을 맞추기 위해서는 시커먼 새연탄 아래 벌건 아래탄의 구멍을 외눈으로 가늠하고 잘맞춰주어야 한다.

 

위탄과 아래탄을 맞춰야 하는 그리 길지 않은 시간, 호흡조절을 못해 올라오는 연탄개스라도 흡입하게 되면 코와 목, 폐에서 극심한 통증을 격게 된다. 그만큼 연탄개스는 유독하고 위험해서 아까운 생명을 빼앗아 가기도 했다.

 

국민학교 시절 방안으로 스며드는 연탄개스를 흡입하고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아버지의 등에 업혀 병원에 간 적이 있다. 외출 하셨던 부모님이 돌아와 보니 동생는 방한가운데에서 자고 나는 문앞에서 잤는데 아궁이에서 올라온 일산화개스가 문틈으로 들어와 그앞에서 자고 있던 내가 중독이 된것이다.

 

흙기운을 맡으면 살아난다고 차가운 흙바닥에 엎드려 있었고, 그래도 정신을 못차리자 아버지가 나를 업고 인근의 병원으로 뛰어 간 것이다. 아버지의 등에 업힌 최초의 기억이다.

몸을 못가누는 내가 아버지의 움직임에 이리저리 축쳐저 흔들렸던 기억과 병원 진료침상에 누워 불빛을 봐라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아버지 등에 업혀 갈 때 개스에 취해 혼잣소리로 " 나 죽을 것 같애"라는 말을 했단다. 등에 업혀 갔던 기억과 등에 업혀 가며 죽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아버지의 심정을 후일담으로 듣게 됐는데 그 이후로도 그 이전에도 받아 보지 못했던 아버지의 정을 느꼈던 유일한 추억이다.

 

그때 당시 연탄개스로 죽는 사람이 비일비재해서 동치미국물을 마시고 살아났다는 민간요법이 유행했고, 매스컴에서는 식초요법이라고 식초를 천이나 솜에 묻혀 코에 대면 개스 해독이 된다고 연일 방송에서 시연과 함께 홍보에 열을 올렸다.

 

연탄개스 중독 경험에서인지는 모르겠으나 어린생각에도 식초요법은 택도 없는 소리라고 막연히 여겼다. 그리고는 고압산소요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나이에도 주변에서 연탄개스 중독이 되면 무조건 고압산소가 있는 병원으로 가라고 강변했다. 당시 국민학생인 내 주장이 주변에 받아 들일리 만무했고 대세는 동치미국물과 식초요법이었다.

 

티브에서 환자 대역에게 식초요법을 시범 보이는 의사의 진지함을 보고 있으면 그 방법이 연탄개스를 중화시키기라도 할 것 같았다.

 

내 생각과 티브에서 보이는 공신력의 차이에서 괴리감을 맛봐야 했는데...아마도 이 사회가 얼마나 우중을 만들기 위해 뻥치고 있는지 깨닫게 된 그 첫번째 계기가 되었던 듯 싶다

 

의사라는 작자가 연탄개스 중독환자에게 식초를 맡게 하는 그 뻔뻔함을 넘어 극악스러움이란... 너무도 잘알고 있을 의사라는 놈이 말이다.

 

연탄을 보면 연탄재 발로 차지말라는 시 보다 티브에 나와 식초요법을 시연해 보이던 그 장면이 오버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