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엄마 걱정 ㅡ기형도

오체투지해무 2014. 2. 8. 00:21

열무 삼십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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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이 시를 읽게 되었는데, 가슴이 먹먹해져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기형도라는 시인이 언젠가 네가 보여준  두째 오빠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었고,

 네가 가졌을 어린 시절의 아픔이나, 내가 가졌을 어린 시절의 아픔이나,

누구나가 가졌을 어린시절의 아픔이 남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너무도 가슴이 먹먹하여,

마치 누군가가 내 감추고 싶은 수치심을 들여다 본 것 같았고,

거기서 멀리 도망치려는 나와 거기서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동시에 알게 되어,

그런 내가 싫은 만큼 너도 싫지 않을까 생각은 했다.

 

내가 잔혹해서도 아니고 새디즘이 있어서도 아니라,

왠지 나는 네가 이 시를 읽어 주었으면 싶다.

 

내가 이 시를 통해 위안 받은 만큼, 너도 이 시를 통해 위안을 받았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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