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이성규감독의 오래된 인력거

오체투지해무 2013. 12. 13. 17:52

오래 전 아니 정확히 93년 여름 나는 대청도와 백령도에 있었다. 그곳에서 밤이면 술에 취해 고성방가하고 낮이면 중장비를 메고 대청도와 백령도의 자연을 담는 nhk 다큐팀을 만나게 됐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는 다큐멘트리라는 장르가 없었다고 해야 할 정도로 빈약했다. 기껏해야 동물의 왕국과 디즈니랜드에서 보여주는 다큐가 전부였고, 정권 편의에의해 시사고발 프로 정도였던터라 다큐멘터리에 대한 갈증을 느끼고 있을때 국내 여행객도 잘 찾지 않는 도서벽지의 섬을 샅샅이 뒤지는 그들의 축적되는 국력이 마냥 부러웠다.

 

몇 해 전 오래된 인력거를 보며 떠오른 생각 중 대한민국의 힘이 인도의 한 인력거꾼을 자세히 관찰할 만큼 커졌구나 하면서 봤던 다큐멘터리.

 

보는 내내 인력거꾼과 타인의 고통 속에 들어가 있을 감독의 자기 감정처리를 어떻게 하고, 경비 마련은 또 어떻게 하는지 그가 지고 있는 짐의 무게에 괜히 내 어깨가 짓눌려지는 느낌을 내내 받았다.

 

근래에 페북을 통해 감독의 근황을 알게 됐고, 머리에서 장면 장면이 떠오르는 가운데, 그의 소식이 페북을 통해 전해졌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개봉하게된 유작에 많은 발길이 들기를 바란다.

'기타등등 > 月下獨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 걱정 ㅡ기형도  (0) 2014.02.08
운문사 가는 길 삼보장에서  (0) 2013.12.19
뜬금없는 꿈  (0) 2013.07.22
길은 그때도 보이지 않았다.  (0) 2013.05.07
두오모 세수간  (0) 2013.0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