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칼 끝에 서다.

오체투지해무 2012. 5. 3. 15:08

붐비는 지하철 안, 말쑥한 복장에 준수한 외모의 청년이 의도적으로 손잡이를 잡고 서 있는 여자에게 접근한다.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 순간 아무렇지 않게 여자의 핸드백으로 손이 가고, 거짓말 처럼 핸드백을 열어 지갑을 꺼내는것을 보고 생각할 겨를 도 없이 청년과 여자 사이로 왼쪽 어깨를 들이밀었다. 잠깐 사이 손이 멈칫하더니 핸드백에서 꺼내던 지갑을 돌려놓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을 내려 놓는다. 차렷자세를 하는것도 잠시 좌석에 앉아 있는 정장차림의 남자 안주머니로 손이 쑤욱하고 들어간다. 이번에는 노골적으로 정장 안주머니로 향한 손을 잡고, 짧지만 단호한 말투로 소매치기 청년에게 말을 건냈다.

" 손 치워."

소매치기는 자신의 행동을 가리기라도 하려는 듯 내등을 껴안듯 스쳐 지난 오른손이 내 오른쪽 겨드랑이로 들어왔다. 이윽고 느껴지는 끝이 뾰족하고 차가운 금속성의 물체. 칼임을 알아챘을 때 잠이 깼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순간에도 실제의 경험이었던 양, 칼 끝의 첨예하고 서늘한 느낌이 오른쪽 겨드랑이로 느껴진다. 누군가 나를 겨누는 칼끝에 서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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