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바보와 물

오체투지해무 2011. 3. 1. 17:00


큰조카가 유아기 때 가장 좋아 했던 책은 "바보와 물."이라는 동화.

하루에도 몇 번이나 이 책을 읽어달라고 조르곤 했다.

이 물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궁금한 바보는 마을을 떠나 상류로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다.
...
마침내 찾은 발원지에서 바보는 "똑똑똑" 떨어지는 물을 두 손 모아 받쳐든다.

동화책의 말미에 가면 어린 조카는 마치 물방울을 모으는 듯 ,
고사리 같은 두 손을 오무려 물을 받는 시늉을 하곤 했다.

나도, 조카도, 동화 속의 바보가 되어 " 똑똑똑" 떨어지는 상상 속의 물을 받아 마시고 왠지 모를 성취감에 빠져 기뻐했다.

검용소를 찾아 가는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나는 동화책 속의 바보가 되었고,

아주 어릴때 시냇물이 흘러가는 것을 보고 품었던 생각을 그제야 실행에 옮기는 것에 적잖은 실망을했다.

어른이 되면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인데 이제서야 어린 시절 그토록 간절했던 소망을 이루게 되다니하고...

태백 검용소 가는 길에서...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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