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사진관/전람회의그림

tipping point 2010 -관훈갤러리-

오체투지해무 2010. 9. 29. 15:49

 

구명선 ' 왜 말했어.'

 

 

 

김윤아

 

유근오 추천작가

유 근 오 (미술평론 )

 
공간에 그리는 드로잉
A lover may bestride the gossamer
That idles in the wanton summer air,
And yet not fall; so light is vanity.
사랑을 하는 사람은 변덕스러운 여름날에 바람에 흔들거리는 거미줄을 타더라도 떨어지지 않을 게야. 연인과 사랑은 그만큼 가벼운 것이거든.
(Shakespeare, Romeo and Juliet)

 
아아, 사람의 인연은 하늘에서 미리 짜놓은 줄에 서로 연결되고 엮이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미리 짜여진 모양이 정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황석영 『바리데기』중에서)
 
작품의 인상은 그러했다. 허나 자신을 드러내기에는 너무 허약해 보이는 존재감, 공간을 점유하기에는 너무 버거운 가벼움, 3차원의 범주에 속하기를 머뭇거리는 덩어리 같지 않은 덩어리, 그럼에도 모질고 질기게도 얽히고설켜 살아가야만 하는 인간의 인연처럼 김윤아의 작품은 결핍의 신체를 공간과 빛에 의탁하며 삶을 타진한다. 하여 그것은 공간에 그린 드로잉처럼 보이거나 혹은 허상인 그림자를 통하여 자신의 위상을 정립하려는 불완전한 존재로도 보인다.
 
실제로 그것은 그림자를 통해 그 실체를 확인하는 것이 더 용이할 때도 있다. 그림자는 존재의 일그러진 이미지일 뿐 존재판단의 절대명제가 될 수 없음에도 그 관계는 역전된다. 이는 역설적이게도 인간이 허구와 허상인 예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더 드러내듯이, 가벼운 존재와 그 그림자의 관계를 엮어 우리의 고착된 시각을 반성케 하려는 의도로도 보인다.  
 

 

작가 조현익 / 고충환 추천작가

 
고충환 (미술평론)

침대 위에 마구 흩트려져
있는 여성의 머리카락. 그 여성은 흡사 메두사 같고 팜므파탈 같다. 둘 다 유혹과 처벌이 합체된 이율배반적인 욕망의 화신들이다. 여성을 매개로 한 조현익의 작업은 삶과 죽음, 삶의 충동과 죽음충동, 에로스와 타나토스가 상호 작용하는, 인문학의 숨 막히는 한 지점을 예시해준다. 작가는 아예 관을 도입하기도 하는데, 실제의 관에 비닐을 깔아 방수 처리한 다음, 그 안에 물을 채우고, 모델이 드러누워 포즈를 취하게 한 것이다.
 
흡사 <햄릿>에 등장하는 비극적인 여주인공 오필리아의 죽음을 연상시키는 이 일련의 작업들에서 작가는 낭만주의의 상징적 유산을 계승한다. 낭만주의 그림에서 오필리아의 주검은 마치 물속에 잠겨 영원히 잠든 것처럼 묘사되며, 여기서 물은 혼돈과 여성성(아니마), 죽음과 재생을 상징한다. 그리고 작가는 여성의 주검 위에 피(희생제의와 죽음을 상징하는)와 정액(재생을 상징하는)을 뿌려 그 신화적 의미(여성은 신성한 혼돈을 상징한다는)를 완성한다. 여성 자체라기보다는 자연과 주술, 욕망과 무의식을 상징하는 이 여성들을 매개로, 작가는 어쩌면 신성한 혼돈을 복원하고 재생시키고 싶은지도 모를 일이다. 그 기획은 잃어버린, 혹은 잊혀진 감성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신 감성주의로 명명할 수도 있겠다.

 

 

 9월 28일까지 관훈갤러리에서 전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