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世上萬思

불쾌감 주는 배낭회사 솔트렉의 AS

오체투지해무 2009. 10. 2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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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배낭회사인 솔트렉의 사스페 30리터 배낭을  구입 한지는 햇수로 7~8년.

당시 통기성 등판구조로 되어 있고, 용량에 비해 튼튼한 재질로 만들어져 있다.

구매 당시 이런저런 이유로 솔트렉의 배낭을 주변에 많이 권해 비슷한 제품이나,

큰 용량의 배낭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지금도 몇몇있다.

 

사스페 구매 당시 허리를 덧대고 있는 부분이 약해 보였는데, 이부분이 얼마 안돼 헤지기 시작한 것이다.

구매한지 채 일년도 되지 않아, 겉에서 보면 멀쩡한 배낭이 등판쪽만 보면 누추해보이기 까지 했다.

하지만 등판시스템이나, 기타재질이 튼튼하고 일단 체형에 잘 맞아 그런대로 당일산행용으로 사용했다.

 

얼마 전 산행에 이 배낭을 메고 나갔다가 친구들에게서 핀잔을 들었다.

누더기 같은 배낭의 등판을 보니 사람까지 누추해 보인다는 것이다.

허리를 싸메고 있는 부분과 옆주머니의 고무줄이 늘어진 것 외에는

어디 하나 손색없는 배낭이여서 도봉산 입구의 장비점에 AS를 맡겼다.

 

요즘  배낭 AS를 맡기면서 까지 사용하는 사람들은 없는 듯 하다.

사용하다 어디가 헤지거나 낡으면 내다버리고 유행하는 배낭을 구매하는 풍토에 나 같은 사람은 없거나 드물거나.

솔트렉 취급점임에도 선뜻 배낭 AS를 맡아 주려 하지 않는 태도 자체가 탐탁치가 않다.

이러저런 이유를 들어 AS를 의뢰하는데 의뢰표도 끊어주지 않는다.

 

그러려니 하고 며일 기다린 끝에 솔트렉 AS 담당이라며 전화가 왔다.

 

" 사용하신지 꽤 되신 것 같은데, 등쪽 허리부분과 옆주머니 고무줄 교환하는데 26,000원은 내셔야 하겠습니다."

" 타회사 배낭도 AS를 받아봤지만 따로 요금을 내 본적은 없는데... 배낭 값이 얼마라고 26,000원 씩 냅니까?"

" 생각해보세요. 이거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데..."

" 작업이 어렵고 안어렵고, 무슨 제품을 그렇게 허술하게 만들어 놓고 이제와서 AS 비용을 26,000원이나 내라니...

  AS를 이제 맡겨서 그렇지 그거 헤지기 시작한게 구매한지 얼마 안돼서 부터라고, 만들기를 그렇게 만들고 돈을 내라니."

" 그렇게 말씀하지마시고 작업이 어렵다니까..."

" 타 회사 배낭도 사용 중이고 여러차례 AS해봤지만 돈 내라는 소리는 한번도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만들기를 허술하게 만들고 제품이 오래됐다고 비용을 소비자한테 부담시키면 누가 그 제품 사겠습니까?

  돈 주고 AS는 받을 수 없으니 내다 버리던가 당신들 마음대로 하시오."

 

좋게 얘기해도 될 것을 비용부담 얘기가 나오면서 언성이 높아졌고,

원칙을 고수하는 담당자의 아둔함에 고개가 가로저어졌다.

 

구매 당시 재질과 부자재가 튼튼해서 두고 두고 쓰려고 샀던 건데 염려했던 부분이 닳아져 못쓰게 되었다.

요즘 작은 용량의 배낭도 2~30만원 하는 수입브랜드가 보편적이 된게 사실이다.

그런 브랜드를 구매하는 사람들은 브랜드 가치나 장비에 대한 애착보다도 남의 이목을 의식해 구매하는 불나비떼 같은 소비자다.

장비업자의 시선으로 봉으로 보이는 그런 소비자가 나같이 장비 하나하나를 아끼고 사용하는 사람을 볼 때는 돈 안되는 소비자로 보일 것이다.

 

과연 그럴까? 내가 홍보를 해서 팔아준 솔트렉의 배낭만 해도 10 여개가 넘는다.

제품디자인과 꼼꼼히 만든 매무새를 보고 선택한것이다.

등판이 헤어져도 서미트나 밀레 배낭의 AS 경험으로 미루어 당연히 AS를 받으리라 생각했다.

신제품을 생산하는 일보다 AS의 품이 더 든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AS 담당자는 품이 얼마나 드는지에 대해 AS 비용의 타당성을 설득시키려고 했지만,

불쾌함만 더더욱 부채질 했다.

 

기분 나쁜 기억은 빨리 지워 버리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조금 전 휴대전화로  모르는 전화번호가 걸려왔다.

도봉산에 있는 장비점인데 솔트렉 배낭 AS가 되지 않아 반품되어 있으니 찾아가라는 것이다.

 

잊으려 했던 불쾌함이 되살아나며 부아가 치밀어 오른다.

친절하게 전화 걸어준 도봉산 장비점 아가씨에게 구구절절 이야기 할수도 없는 일이고, 내다버리라고 했다.

솔트렉에 대한 배낭회사의 신임도와 함께 내다버려졌을 것이다.

산에 다니는 주변 사람들에게 배낭 이야기가 나올때 마다 잊지 않고 이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서미트 배낭과 솔트렉 배낭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AS 비용 26,000원의 타당성을 설득하려 했던 AS 담당자는 아마 모를 것이다.

솔트렉이라는 회사가 배낭 10여개를 팔게 해줬던 소비자를 적으로 만들게 되었다는 사실을...

 

 

 어느 외국의 한  할아버지가 젊은날 지니고 다녔던 한국산 장비를 자랑스럽게 손주에게 물려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이 국내회사에서 생산되어 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