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원가네 올갱이해장국

오체투지해무 2009. 5. 11. 22:36

 

한창 술을 먹던 시절, 갈비가 푸짐한 우거지탕, 양과 선지가 듬뿍 들어있는 양평해장국으로 숙취를 달래곤 했는데,

과음에 장사 없다고 어느때 부터인가 속을 비워주는 것이 최선의 숙취해소 방법이 되었다.

냉장고에 들어 있는 차가운 생수로, 전날 마실 술로 부딪기는 속을 달래주고 어느 정도 숙취가 해소 되었을 때,

뜨끈한 국밥 한 그릇 먹어주면 기력이 돌아온다.

 

음성군 생극면은 친구 덕분에 낚시를 하기 위해 저수지를 가지 않았더라면 결코 들릴 일이 없는 동네.

눈 여겨 볼 만한 경치 한군데 없어 지나치고 말았을 동네에 허름한 식당.

지은지 30 여년은 되었음직한 건물에 차를 주차시키고 눈에 처음 들어 온 것은

건물 외벽을 따라 좁다란 화단을 꾸며 놓은 잡동사니들.

 

 

 

 

식당에 들어서자 넓다란 홀은 큼직큼직한 식탁이 넉넉한 공간을 사이에 두고 배치되어 있다.

벽면을 가득 메운, 세월 묵은 잡동사니를 보는 순간 한 아주머니의 앙칼진 잔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 아, 고만 좀 끌어들여.'

 

한창 때는 그랬으리라, 주인아저씨의 별취미가 이제는 식당의 보물 역할을 단단히 하고 있다

오래된 음료수와 술, 역사의 뒤안길로 사리진 삐삐, 악기, 온갖 잡동사니.

나름대로 추천해준 올갱이국의 맛을 추측해 본다.

아침 한끼도 든든히 먹어야 하는 기호 탓에 맛있다고 몇 번 권해줘 먹어 본 올갱이국은 맛있어봐야 거기서 거기.

 

 

원가네 올갱이국을 소개시켜준 친구 김태휘.

 

 

사방 벽면에 빽빽히 들어찬 잡동사니,

하지만 널직한 자리 배치와 질서정연한 탓에 나름 살펴보는 재미를 더 해준다.

 

 

 

 

 

 

 싱싱해서 씹히는 맛이 살아있는 부추를 좋아하지만, 전날 숙취로 힘든 속에는 숨죽은 부추가 제격.

기호에 따라 살짝 익혀 달라고 해도 될 듯 하다.

남한강 수계에서 잡아 올린 올갱이이니 따로 설명 할 필요는 없고,

자잘한 올갱이 크기가 수입 중국산이 아님을 입증 하는 듯해 오히려 안심이 된다.

 

염려하던 대로 반찬은 김치, 깍뚜기에 고춧잎 무침과 풋고추 된장이 전부.

식성 좋은 사람들에게는 부족하게 느끼질만한 반찬류들이다.

 

하루 종일 비운 속에 처음으로 음식물이 들어간다.

식도를 타고 위장까지 찌르르르 전해져 오는 약한 통증,

과음인한 식도와 위장 점막에 약한 염증이 있다는 신체반응이다.

 

올갱이와 부추로 국물 맛을 낸 여타의 올갱이국과 차이가 있다면 된장 맛.

집에서 직접 담았다는 된장 맛이 일품이다.

풋고추를 된장에 찍어 한 입 베어문다.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 베어 물면 물이 툭툭 튀는 싱싱한 고추가 아니여도 된장이 기가막히니 자꾸 손이 간다.

 

입맛도 전문 분야가 따로 있어서, 여타의 올갱이와 차별화를 선별해 낼 만큼 섬세한 미각을 지니고 있지는 않다.

바꿔 말하면 올갱이국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는 얘기, 하지만 장맛은 그 집의 손맛.

이집의 올갱이국은 인근을 지나는 길 식사 때라면 꼭 들려 먹어야 할 음식이다.

 

원가네 해장국 음성군 생극면 신양리 043-882-46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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