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파주 갈릴리농원 장어 소금구이

오체투지해무 2009. 3. 11. 08:13

 

 

 

 

갈릴리 농원 2008. 11.

 

오리의 아우슈비츠가 애니골 가나안농원이라면,

장어의 아우슈비츠는 갈릴리 농원이다.

 

 

 

나는 생선을 못 먹는다.
엄밀히 생선을 못 먹는다고 할 수 없지만, 일단 생선을 못 먹는다고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장어이야기 전에 나의 이중적인 식습관이 비롯된 나름의 이유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어머니에게서 들은 태아 때의 이야기로는 마음 좋은 시어머니지만,

일찍 곳간의 열쇠꾸러미를 큰동서에게 넘기신 덕에 서슬 퍼런 큰동서의 시집살이를 해야만 했단다.
지금도 배가 고픈 것을 참지 못하는 연유에 대해 아이가 울어도 어미 일에서 벗어나게해주려고,

때 맞춰 운다는 큰동서의 뼈 있는 한마디에 눈치 보느라 젖배를 곯아서 일거라고 어머니는 말씀하신다.


꼭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괜히 어른 눈치 보느라 누가 먹지 못하게 한것도 아닐텐데, 고기를 앞에 두고도 싫컷 먹어보지 못했단다.
퇴근 길에 도깨비 시장에서 사온 햄과 소시지를 다른 식구 눈치 챌까 이불 속에서 혼자 다 드셨단 일화는 드라마 속 이야기 같다.

 

가끔 가다 내가 생선을 못 먹는 탓을 어머니의 태교 탓으로 돌리면, 어머니 자신의 탓이 아니란다.
어머니는 지금도 생선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잘드시는데,

나를 임신한 어느날 맛있게 먹던 생선의 비린내가 역겨워 도저히 입에 대지를 못했단다.
그러니 태아를 잉태한 어머니의 식습관이 아이의 평생 식습관을 좌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도 태아의 기호가 반영되어 어머니의 식생활이 이루어 진다는 얘기가 된다.
나를 임신했을 때의 특이한 입덧과는 달리,

동생을 임신했을 때는 아무거나 잘 드신 탓에 동생은 그야말로 잡식성으로 못먹는 음식이 없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느날 생선을 먹다 토한 뒤로 생선튀김, 조림, 국, 찌게, 매운탕은 입도 대질 않았는데

 머리 속에는 꽁치구이의 고소함이 담겨 있는 것이 신기하게 여겨진다.

다른 반찬 다 먹는데 생선 한가지 안먹는 것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언제나 그럼 뭘 먹느냐는 질문을 한다.

생선 말고도 먹을 것이 지천인데,

다만 생선을 안먹는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어느때는 장황하게 이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게 귀찮아 생선을 못먹는다고 애초에 획을 긋고 본다.

 

어느 정도로 생선을 못먹냐 일례를 들면 훈련병 시절의 일이다.
하루 세끼 일식삼찬 중 하루 정도는 꼭 생선이 나올 때가 있다.
국, 탕, 조림, 튀김 다양한 방법으로 조리된 각종 생선 한가지씩 반찬으로 나올 때면 죽을 맛이다.
세,네공기 만큼의 밥을 김치와 된장국 혹은 다른 반찬 두가지로 다 먹어야 하는  배고픈 훈련병에게도 고역이다.
너무도 배가 고파 명태튀김의 밀가루 튀김옷을 먹으려다 미세한 비린내에 위장이 다 꼴리는 고통을 겪고 난 뒤로는 쳐다보지도 않고 짬밥행.

 

 

먹어보려 노력했지만 속에서 받아들이지 않는데야 대책이 없다.
배고픈 군 훈련병 시절에도 그랬던 비위인데 먹을 것이 지천인 사회에서야

대구탕, 동태국, 메기매운탕, 심지어 북어국까지... 입을 댈 수가 없었다.


그러던 것이 사회 초년병 시절 도로현장의 준공서류를 맞추기 위해 국토관리청 인근의 여관에서 밤샘작업을 여러날 해야 할 때가 있었다.
담당감독관은 아침에도 복국, 점심에도 복국, 저녁에도 복수육.
감독의 말이 곧 군법이던 시절 다른 메뉴에 대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복에서 만큼은 비린내를 느끼지 못했다.
현장에서 회 먹으러 가면 함께 나오는 메추리알에 밥만 퍼먹던 내가 복은 잘먹으니 신기할 밖에...

 

밤샘 작업하느라 기력을 보충하러 가자고 해서 먹었던 요리가 장어구이.

 당시만 해도 양식장어가 흔치 않아 장어 자체가 요즘 보다 비싼 시기기였는데...

남들은 질려서 못먹는 만큼의 장어를 한도 끝도 없이 먹게 되었다.

 

아~ 나도 생선을 먹을 수 있구나.
복수육, 복불고기, 장어... 저렇게 잘먹는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로 잘먹는 음식이 됐다.
또 한가지 생선이 식단에 추가 되었으니, 회 raw-fish.

울산에서 이년간 근무 할 시절, 모시던 현장 소장은 한달의 하루의 휴식에도 인색했지만, 먹는것 하나는 잘 챙겨줬다.

3~4일이 멀다하고 소등심에, 복요리에, 자연산 장어에 울산 인근 바닷가에 가서 진탕 회를 먹는데...
바닷가에서 회를 먹을때면 반찬으로 나오는 새우, 소라, 메추리알 안주로 소주를 마시다,
어느날 회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지금도 신선하지 않은 회에서는 비린내를 느끼지만, 참고 먹을만 하다.
욕지기가 올라오면 소주로 다스리면 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
회맛을 안 뒤로 회식 식대가 두배로 올랐다. 당연한 것이 내가 먹는 횟값이 추가 되어서다.
이러니 생선을 못먹는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회 먹고 난 뒤의 매운탕이나 지리는 입에도 못 댄다.
오로지 회. 회로 끝장을 보는데 어느 자리에 가서는 이런 식습관이 환영 받는다.
회가 나오기 전에 나오는 반찬들로 배를 불리고 막상 회가 나왔을 때는 젓가락도 못 대는 소식가들과의 식사자리가 그러하다.
눈치 볼 것도 없이 커다란 회 두점, 세점을 와사비를 적당히 푼 간장에만 찍어 먹는다.

그래야 생선 저마다의 맛을 즐기며 먹을 수 있다. 야채는 혀끝에 된장이 살짝 묻을 만큼만 찍어 따로 먹는다.
젓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회접시가 뭉텅 뭉텅 비어 나가는 것을 보는 소식가들은 대리만족 까지 느끼나 보다.

나로써는 그들이 감사할 따름이다.

 

장어 이야기하다 비린것을 못먹는 식습관에 대한 이야기가 장황해졌다.
작년 여름 아버님이 큰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계셨다.
병문안 온 후배, 보호자가 건강해야 환자를 잘 돌본다고, 먹고 힘내라고 장어를 사줬다.

 

" 정선배, 마음껏 드시고 힘내셔서 아버님 잘보살펴드리세요."

 

마음껏 먹었다. 혼자서 반관, 2kg.
셋이서 1kg으로 밥을 먹거나, 양 많은 사람도 1kg가지고 둘이 술 마시고 밥먹고 하는 제법 실한 장어집이다.

조금 더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과식해서 끅끅거리느니 부족함 없이 먹었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
병실 보호자 침대에서 얇은 이불 덮고 자다 일어나는데,
금방이라도 팽창해서 터질것 같은 발기력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간호사가 검사하러 왔다 이런 모습을 보고 순간 외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 장어구나. 이게 장어의 힘이구나!'

 

어떻게 수습을 해보려 했지만 대책이 없다.
통풍이 용이한 마바지를 입고 있었던 탓에 한껏 부풀어진 그 부분은 감출래도 감출수도 없다.
침대에 걸터 앉아 잠시 묵상을 한다.
그제서야 참새 본연의 모습을 되찾는다.

 

간호사의 아침 검사 전에 일어나면 곤란한 상황을 벗어 날 수 있었겠지만,
병실의 답답한 공기 속에서 불면의 밤을 보내다 잠시 새벽잠이 든 탓에 어쩔수가 없다.
도저히 참기 힘든 아침을 이러고도 삼일을 보내야 했다.
평생 생긴 사리보다 장아 먹고 난 삼일간 생긴 사리가 더 많을 듯 하다.

 

장어 함부로 먹지 말자. 자칫 패가망신 할 수 있는 불상사가 일어날수 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몇몇 친구들, 같은 일이어도 누구에게는 행복한 일이지만
누구에게는 불행한 일 일수도 있겠구만 한다.


두번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에서 배운 교훈은 이렇다.

 

" 힘쓸 일 있으면 꽃보다 장어."

 

 

 

갈릴리 농원 장어는 다른 양식장어와 다르단다.
양식 장어를 임진강 인근 갯뻘(한강도 마찬가지 하류지역은 서해안 조수간만의 영향을 받는다.)에 일년 동안 풀어 놓아 자연산 장어에 버금가는 효능이 있다고 엄청 선전한다.
그래서인지 씹는 장어의 질감이 여타의 양식 장어와 다르게 쫀득하면서 치아 사이 밀착감이 뛰어나다.

1kg 기본 주문량도 여타의 저가 장어집에 비해 월등한 양을 준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장어를 먹으려면 수도권에서 이만한 곳이 없는 듯하다.
돗데기 시장 같은 어수선함과 셀프서비스의 불편한 점이 있지만,
양과 맛에서 다 용서가 되는 불편함이다.

 

주류를 제외한 외부 음식 반입이 가능하다.
알뜰한 당신이라면 밥과 찌게를 준비해오는 부지런함.
랩에 고구마나 감자를 싸 장어를 굽는 사이 숯불 한쪽 곁에서 익혀 먹기도 한다.
이곳에는 소금구이 한 종류만 준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