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향기에 대해

오체투지해무 2009. 2. 12. 17:37

사람은 오감을 통해 세상의 정보를 받아들인다.

눈으로 보는 세계, 그것은 다분히 명료하다.
청각은 상상력을 동원하게 한다. 시각에 비해 사물을 파악하는데 정확하지가 않다.

미각은 관능적이다. 촉촉히 젖은 혀로 받아들이는 정보는 즉물적이다.

피부로 받아들이는 촉각에 비해 그 농도는 훨씬 진하다.

후각은 정신적인것과 관능적이것 모두를 아우르는 감각이다.
코끝을 스치고 가는 모든 물질의 냄새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지만, 그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좀더 많은 기관이 동원되어야 한다.

세상의 향기를 맡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는지도 모른다.
오늘밤 내 콧속의 감각기관은 오직 한 향기만을 맡기 위해 고대하고, 고대한다.
그 향기는  기억 속에만 있을 뿐  들이쉬고 내쉬는  주위의 공기 속에서는 맡을 수가 없다.

그런 괴리감이 몸서리치게 싫은 밤이 있기 마련이다.

향기에 대해 자판을 두드리기 보다는, 두눈을 감고 머리속 단백질 한구석에 저장되어 있는 냄새의 기억을 코속으로 불러들여본다. 마치 소가 되새김을 하듯... 느긋한 마음으로 천천히,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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