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프롤로그 가을의 길목에 떠나는 드라이브 코스
장마철이 끝났다는 기상청 예보를 비웃기라도 하듯 시작된 때 아닌 우기. 폭염주의보에 이어 열대야의 연속으로 몸과 마음이 지칠 무렵 어느날 아침, 가을이 멀지 않았음을 알리는 선선한 바람이 창문 틈으로 불어온다. 대낮의 태양은 이글거리고, 간혹 태평양에서 발달한 강한 태풍이 하나, 둘 한반도에 상륙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한낮의 뜨거움과 아침, 저녁의 산들바람은 사람의 마음을 묘하게 흔드는 신통력이 있다.
하루하루 짧아지는 낮의 길이가 아쉬워서 인가, 뭉게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이라도 내비치면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휴가가 집중된 복더위 때의 여행은 강력한 에어컨의 냉방 효과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드라이브를 나서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더위가 한풀 꺽기고 한낮의 태양도 그 사나움을 슬며시 감출 때 쯤 본격적인 드라이브의 계절이 시작된다. 운전 중의 내부공간은 철저히 개인적인 공간이다. 특히나 장거리 여행 길에서 함께 하는 사람들과는 출발하기 전부터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여행 동반자 중에는 어느 부분에서건 해박한 지식의 소유자가 한명 쯤 동승하게 되고, 오랜 대화 속에 서로 공부되고, 경험이 되어준다.
드라이브 여행에 시작은 지도에서 시작해, 지도에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승자 중 인간네비게이터에 최신여행정보에 밝은 사람이 탑승했다면 금상첨화. 막히는 길도 돌아가고, 이 땅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은 여행지를 코스 중간 중간에 넣는 일은 아무리 성능 좋은 GPS 네비게이션이라도 할 수 없는 일. 장거리 드라이브 여행에 빠질 수 없는 것이 음악이다. 교통방송에 맞춰 지역 정보를 얻는 것은 기본, 평상 시 듣고 싶었던 음악들을 선정해 준비한다면 드라이브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 유려하게 굽은 평지의 곡선로나, 드넓은 평야를 가로지를 때라면 비발디 ‘ 사계 ’ 중 여름 2악장이 제격이다. 마치 굵은 빗줄기가 차창을 때리듯 소리쳐 울려 퍼지는 현악기의 화려한 연주에 빠지다 보면 자칫 과속 딱지가 날라 오는 실수를 감수해야 한다. 해질녁 울려 퍼지는 척맨지오니의 프루겔 혼의 맑고 풍부한 소리는 세속에 찌든 영혼의 때를 씻어 내려준다. 협곡을 따라 깊고 짧은 코너를 돌며 길 좌, 우측의 산림과 기암절벽을 지날 때라면 가벼운 음악이 안성맞춤. 음악에 빠져 들다 전방의 시야를 놓칠까 염려함이다.
9월의 여행지는 산해절승으로 알려진 변산반도와 산 깊고 물 맑은 영월, 메밀꽃 한창인 평창을 두루 둘러 볼 수 있는 여행지로 꾸며져 있다. 아름다운 경관은 사계의 변화에 따라 어느 한 계절 돋보이지 않을 때가 없지만, 드라이브를 목적으로 하는 여행에서 위의 두 곳 여행지는 주마간산 식의 여행에서도 그 진면목에 흠뻑 빠질 수 있는 곳들로 꾸며져 있다.
GMDEAWOO M-city 테마드라이브 정윤배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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