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SOUL TRAIN

종로 뒤골목 인사동 가는 길

오체투지해무 2007. 7. 12. 18:26

고등학교 1학년 한반에서 7~8명이 제일학원 수학의 정석을 들으러 다닌 일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종로2가에 대부분의 학원이 모여있던 때라 서울의 고교생들은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종로2가로 모여들곤 했다.

 

같은 반 부반장을 했던 애 하나가 여학생을 �아갔다,

그 여학생을 좋아하는 남학생들에게 끌려가 겁을 좀 먹는 일이 생겼었나 보다.

혼자 삭혔으면 될 것을 친분도 없던 뒷줄에 노는 애들에게 가서 꼬치꼬치 이야기를 했다.

 

학교명예에 먹칠을 했다며 쇠파이프며, 마대자루를 꺽어다 교복 등뒤에 넣고 20여 명이 학원 앞에 포진을 했다.

인상착의도 모르면서 겁을 줬다는 학교의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주먹과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사건이 발생했다.

 

인접한 학원들은 비슷한 시간에 강의가 끝나 일정한 시간이 되면 이 골목은

쏟아져 나오는 학생들로 발디딜틈 하나 없는 곳이 되고 만다.

 

그곳에서 특정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에게 느닷없이 주먹과 쇠파이프를 휘둘렀으니

말릴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었다.

평소 그 부반장과 친분도 없고, 학교에서는 비교적 조용한 편이었던 한명은

사람 머리 위를 뛰어 다니며 쇠파이프를 휘두는 장면은 30여년 가까이 된

지금에도 기억이 생생하다.

 

본성이 악한 애들은 아니어서 겁만 잔뜩 줬지, 막상 휘두른 파이프나 마대자루에 맞아 다친 학생들은 없었던 듯 하다.

아무튼 난리법석도 그런 난리법석은 없었으니...

 

그 다음날이 토요일이었는지 공휴일이었는지

전날 일도 있고 해서 강의를 가고 싶지 않았는데,

친구 일승이는 일부러 집에 까지 찾아와 학원에 가야만 했다.

 

아니나 다를까 학원 끝나고 나니

학원 입구에는 전날 두들겨 맞았던 학교 학생들이 문앞을 삥둘러 포진하고

엄한 애들까지 잡아 기세등등하고 있었다.

 

유난히 키가 크고 검었던 친구 일승이가 눈에 딱 들어왔나 보다.

둘은 함께 제일학원 건물 뒤쪽 으슥한데로 끌려갔다.

 

호크를 두개 쯤 풀고 얼굴에는 적당히 불량끼가 있어 보이는 빼샥 말른 애가 캡틴이었나 보다

옆에서는 꼬봉이 이 형이 몇년 꿀어 나이가 몇이라는 둥

영등포 일대에서는 알아준다는 둥

약호를 죽이고 있었다.

 

이윽고 면도날을 지근지근 씹고 있는데

한대 처바르고 두놈만 제끼면 도망갈 수도 있을 듯 싶어

친구에게 눈짓을 보냈더니 가만있자는 신호다.

 

그나저나 면전에서 면도날을 씹고 있으니 얼굴에다 대고 침을 뱉으면 어찌 피하나 생각 중인데

씹던 면도날을 바닥에 뱉더니

몇마디 엄포와 함께 하나도 아프지 않은 주먹질을 몇번 날려 보낸다.

 

기분이 나쁠 뿐이지 아프지는 않은 주먹에 엄살을 떠는 친구.

재미있기도 하고, 기분이 상하기도 하고...

 

기세등등하던 아까와는 달리 순진한것 같아 봐주니 담 부터는 조심하란다는 말을 남기고

조무라기들이 철수한다.

 

" 에이 썅, 재수 드럽게 없네."

 

지가 가자고 해서 왔던 학원이라 괜히 미안한지 허공에다 대고 육두문자를 날린다.

그리고는 속 좋게 껄껄껄 웃는다.

 

창피해서 학교에서 얘기는 못하고,

다음 강의 날 몇놈 눈에 띄면 잡아 족칠 생각을 하고 살펴봤더니

그쪽 학교 학생들은 씨가 말라버렸다.

 

학원 강의 보다 시내 나와 놀러 다니는 맛에 나왔는데.

성적도 그렇고, 재미도 없어지고 한, 두달 더 다니다 말았다.

 

한, 두달 더다니던 사이  제일이나 Y에서 영등포쪽 교복을 입은 학생들을 볼 수 없었다.

 

간혹 지나치는 YMCA 종로 뒷골목

그 생각이 난다.

 

 

 

Y 뒷골목

 

 

선지해장국과 석쇠불고기로 정평이 나 있는 시골집

음식맛도 음식맛이지만, 시골 건넌방 같은 작은 평수의 방에서 먹는 맛이 그만이다.

 

종각역에서 내려 인사동 가는 지름길로 지금도 자주 다니는 골목

 

 

 

종로에서 죽도록 술 마시고 어느 허름한 여관에서 자고 일어나

해장으로 찾았던 광교사철탕집.

사철탕 한그릇에 숙취로 죽어가던 몸이 되살아난 적이 있다.

 

 

산동네도  찾아 보기 힘든 서울

종로에서 한 브럭 뒤로 가면 하꼬방집이 다닥 다닥 붙어 있다.

 

문 앞을 지나칠때면 하꼬방 집 특유의 냄새가 난다.

 

 

골목길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나는 이곳에서 그 향수를 달랜다.

 

찻집 이원은 전형적인 노땅다방이다.

얼마 전에는 온돌을 없애고 7~80년대 시대 쇼파와 테이블을 놔서 더욱 노땅다방스럽게 됐다.

인사동 전통찻집의 차 보다 맛있으면서도 가격은 그 절반에 떡이며, 고구마, 강정, 편강 주는 것도 많다.

이 집 십전대보탕이 끝내준다.

한 미모하던 마담도 가는 세월 앞에서 어쩔수 없는 듯... 볼 적 마다 안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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