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月下獨酌

바이크 타고 눈물 흘린 날.

오체투지해무 2021. 9. 28. 00:22



그랬다.
삼십년 전 친구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해서 월급을 받자 제일 먼저 하는 것이 여력이 닿는데로 차를 사는 것이었다. 엑셀 프라이드 맵시 르망. 난 바이크를 샀다.

정보도 하나도 없이 그저 동네 오토바이쎈타의 효성 대림 기업체의 브로마이드가 알고 있는 정보의 다였을 때다.

카드 할부로 산 Mx125 hustler를 타고 보호장구 하나 없이 군훈련장인 장흥탱크장으로 들어 갔다 집중호우를 맞고 쏟아지는 물주기에 산사태가 난 길을 흙물에 휩씁려 내려왔던 기억은 삼십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다.

중구청에서 반나절을 꼬박 걸려 이전등록을 받고 자하문고개 송추를 거쳐 말머리고개 코너링을 나도 모르게 돌고 있다, 고개 정상에서 노고단을 바라봤다.

미라쥬를 타고도
MT 를 타고도
CBR을 타고도 봤던 노고산 정상이 유난히도 마음을 이끈다.

기산저수지 ㅡ 마장저수지 ㅡ 발랑저수지를 돌아 빡세우게를 지나 레미콘공장에서 노고산 정상을 향하다 오래 전 빡세우게 싱글트랙에 콘크리트길이 났다.

얼마만에 와 보는 길인지.
공차중량 213kg가 감당이 안되는데 나도 모르게 바이크는 그 작전도로로 접어 들었다

간혹 서 있는 fwd를 지나 긴오르막에 길이 패일데로 패인 곳에서 멈춰섰다.

첫날이다.
갈 수 있는 길과 없는 길의 판단이 애매한 난이도지만 솔로에 바이크 탄지 첫날 흙길에 나딩들고 싶지는 않다.

아니 정확히는 흙길에 나딩글고 싶었는데 충무로 보도에서 약 30여미터 바이크를 끌었는데 감당 할 수 있는 무게가 아니다.

되돌아 나오다 노아산 능선 위로 도봉산 북한산 파노라마가 펼쳐졌다. 얼마나 바라 보고 싶던 풍경이었던가 거의 십오륙년 만이다.

갑자기 감당 할 수 없는 감정의 기복이 일어났고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예전 같으면 놀랬을 텐데 헬멧 속에서 터져 나오는 울음소리를 그대로 나뒀다.

잠깐이겠지 했던 감정기복의 순간은 예상 보다 길어 레미콘공장을 지나서야 멎었다.

눈물이 흐른 자위가 따가워 집에 오자마자 세수를 해야했다.

@ 노고산 정상 201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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