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맛따라멋따라

춘천 숯불닭갈비.

오체투지해무 2020. 12. 26. 13:34

강원 춘천 명동. 참숯 위에 담백하고 매큼한 순살 닭고기.

음식점 옆 대기실에서 발골 과정을 지켜 볼 수 있다.

 

춘천 닭갈비에는 어린시절 풀지못한 숙원이 하나 있다.

중 3 때로 기억하는데 시험을 앞에 두고 있어, 아버지 부부동반 남이섬 야유회에 동생만 가야했다. 야유회에 다녀온 동생이 남이섬과 점심으로 나온 닭갈비 먹은 것을 자랑하는데... 그때만 해도 서울에서 닭갈비라는 음식이 전혀 낯선 음식이여서 초등학교 6학년 동생의 이야기로만 전해 듣는 숯불닭갈비는 너무나도 먹어 보고 싶은 음식이었다. 77년도의 일이지만 닭갈비 맛을 설명하는 동생의 진지한 얼굴이 떠 오를 만큼 생생하다.

 

그 이후 춘천을 찾을 때 마다 명동 닭갈비를 먹어보고 그 양과 맛에 감탄을 하기는 했지만, 어린시절 들은 그 숯불닭갈비는 찾아 볼 수 없었고... 한 군데 있었지만, 어쩌다 일행들과 양 많은 철판닭갈비에 만족해야만 했다.

 

영하 14도로 곤두박질 치던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의 춘천 명동거리. 그 추위에도 식당 앞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이 눈에 띄어 호기심 발동, 커다란 화로에 가득 담기 숯불에 추위를 녹이면서 각각 따로 온 사람들이 이집 닭갈비 맛에 대해 설왕설래.

 

대기표를 받고 세시간을 기다려 먹고 나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대만족이라며 추위에 떨며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의욕을 북돋아 주기 까지 한다. 어린시절 동생의 남이섬 야유회에서 숯불에 구워 먹고 온 닭갈비 자랑을 안들었다면 그 추위에 순서를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다.

 

순살닭갈비 1인분에 만원, 2012년 당시. 양이 적다.

 

건너편 테이블의 사람은 대기표 받은지 3시간여 만에 그자리에 앉게 되었단다. 그것도 조금이라도 빨리 먹기 위해서(그 추위에 털모자도 없이 꼬박 한시간을 밖에서 떨며 기다렸다 그러기 전 두시간은 명동골목과 커피샵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단다.) 앞팀의 한커플과 합석했다 형님아우님이 되어 연락처를 주고 받고 의기투합 노래방 까지 함께 가게 되었다.

 

공중파 삼사 방송에 연짝 3일 이곳이 소개되었단다. 젋은 커플들도, 50십을 훌쩍 넘긴 가족들도 그 방송을 보고 온 사람들.  어린시절 동생에게서 전해들은 남이섬 유원지에서의 숯불닭갈비의 염원을 그 줄에 끼어들어 40분을 기다려 35년만에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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