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등등/酒道空間

키타노 타케시의 꿈에 대한 이야기

오체투지해무 2016. 1. 12. 20:38

키타노 타케시의 꿈에 대한 이야기. 우연히 발견하고 대충 번역해 봤습니다.

약간은 한국과는 다른 면도 있겠지만.. 본질은 크게 다르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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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회는, 꿈을 가져라, 자기답게 살아라, 대놓고 그런 말들을 애들에게 강조한다.

도덕수업도 그렇더군.

꿈을 향해 노력하는게 삶의 기쁨이된다, 라고 써있다.

가난했던 시대에는 그런말 안했지.

'청빈(淸貧)'이 그 시대의 도덕이었지.

요즘 도덕 교과서에 그런 말은 안 보여.

맑고 가난하고 아름답게(清く貧しく美しく) 같은건 이젠 별로 인기가 없는듯 해.

절약이니 절제 같은 말도 그다지 안 보이게 됐고.

시대가 변하면 도덕도 변하는거지.

하지만 지금 인류가 놓여진 형편을 생각하면, 꿈을 이루는 것보다, 오히려 청빈 쪽이 중요한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인간이 에너지를 막 써제껴대고, 지구 평균기온이 슬금슬금 올라가서, 이제는 기상이변이 당연하게 돼버렸어.

5월에 태풍이 오거나 기온이 30도를 넘어도, 이제는 아무도 그닥 놀라질 않아.

동일본 대지진 때도, 절전하지 않으면 여름을 못 넘긴다고 해서 도쿄의 밤이 어두워졌었지.

자동판매기가 전기낭비라고 손가락질 당했어.

옛 밤이 돌아온 듯 해서 이런 것도 좋구만 하고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다시 원래대로 번쩍번쩍하는 밤이 돌아왔어. 절전 같은 말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린것 같군.

하지만,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대부분은, 인간이 에너지니 자원이니 식량이니를 너무 불필요하게 낭비하고 있으니까 생긴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

중국의 14억이 미국인과 같은 정도의 에너지를 소비하게 되면, 지구는 못버틸거라고들 하지.

이대로라면 어떻게 생각해봐도 문명은 파멸할거야.

현대인은 지금 당장이라도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하지 않으면 안될텐데

그런 이야기는 전혀 진전이 없어.

절전이나 절약정도로 이 문제가 해결될거라고는 생각안하지만,

그래도 해결을 향한 첫 발이 된다.

그건 누구나가 알고 있을텐데,

그런 것엔 그다지 진지해지질 않아.

절전이니 절약이니. 결국 경제활동의 마이너스가 되니까.

맑고 가난하고 아름답게를 독려해서 모두가 물건을 안사게 되면

소비가 주저앉고 경제성장률이 내려가서 세계에 큰일이 나겠지.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태어났다.

닥치는대로 소비하고 경제성장해서 모두가 풍족해지자는 고도경제성장기의 행복록은,

버블붕괴, 대재해같은 여러 일들이 있고서 한번은 부정되었는데, 지금도 맥이 이어지고 있다.

큰 뜻을 품어라, 꿈을 가져라 하고 아이들에게 하는 말들도 그런 문맥의 이야기다.

어찌됐건 꿈의 대상이 스티브 잡스나 마이클 잭슨 같은 거니까.

이치로도, 혼다 케이스케도 좋지만.

어찌됐든 성공해서 부자가 되서 좋은 차, 집, 자가용 제트기니.

뭐든지 좋은 걸 살 수 있게 된다는게, 결국 보통의 어른이 보통의 아이에게 가르치는 평균적인 큰 뜻과 꿈의 알맹이야.

노골적인 이야기지만.

 

이시카와 료가 나왔을 때에는, 애들한테 골프를 시키는 부모가 늘었지.

요샌 니시코리 케이를 목표로 테니스 학원에 다니는 애들이 늘었겠지.

꿈을 품으라는건, 긍정적으로 살라는 거잖아.

꿈이 이루어질것을 믿고서 열심히 공부하고, 스포츠에 몰두하라는 거지.

애들 코앞에다 꿈이라는 이름의 당근을 매달아 놓는셈이야.

 

하지만, 꿈을 가진다고 누구나가 스포츠 선수가 되거나, 갑부가 되는게 아냐.

개그판에서도 요즘은 무슨 착각을 한건지 그런 성공을 바라고 달려드는 놈들이 잔뜩 있어.

옛날에는 애가 개그맨이 되는건 부모한텐 수치였어.

우리 엄마는 내가 아사쿠사의 프랑스좌에서 일했을 때에,

'아들은 유학갔어요' 하고 이웃에 말했을 정도야.

이젠 그런 짓을 하는 부모는 없어.

개그맨이 되어서 티브이에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건,

자랑스런 직업이 된거 같더군.

 

그것도, 개그맨이 돈벌이가 된다는 이야기가 퍼져서겠지.

실제로 돈을 버는 개그맨은 한줌도 안되는데.

꿈을 이룬, 극히 한줌밖에 안되는 사람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서, 꿈을 부채질한다.

복권 선전 같은 수준의 이야긴데, 학교 선생까지 애들한테 꿈을 가지라고 지껄여.

세상에 여유가 있으니까, 그런 소릴 할 수 있는거지.

 

꿈을 향해 노력하던 아이가,

좌절해서 백수가 되어도, 어떻게든 먹고는 살만한 세상이니까,

꿈을 좇아라 같은 무책임한 소릴 할 수 있다.

'굶주림' 이란 것을 체험한 세대는 이제 거의 없어졌어.

옛날에는 그렇게 만만치가 않았어.

제대로 된 직업을 구하지 못하면,

길바닥에 나 앉는거 아닌가 하고 부모는 걱정했고,

그런 일이 실제로 얼마든지 있었어.

그런 시대에는 꿈을 가지라는 소리는 아무도 안했어.

그보다는 앞뒤없이 꿈을 이야기하는 놈은 부모한테 혼구멍이 났지.

 

'의사가 되고 싶다고? 무슨 헛소리야. 너는 머리가 나쁘고, 우리집엔 돈이 없으니까 될 리가 없잖아!'

'화가가 되고 싶어? 바보새끼가! 환쟁이질 해서 밥먹고 살수 있냐!'

 

뒤통수를 얻어맞고 그걸로 끝.

꿈같은걸 좇지 말고, 발밑을 보라는 얘기지.

난폭하지만, 그게 서민의 지혜였다.

 

요즘에는 아이의 가능성을 버리는 나쁜 부모가 될려나.

만약 정말로 그 애한테 의사나 화가가 될 의지와 능력이 있다면,

그렇게 뒤통수를 얻어맞으면서도 의사나 화가가 되겠지.

정말로 하고 싶은게 있고 열심히 하는 녀석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

성공하건 못하건, 그게 그녀석의 하고 싶은 일이라면, 하고 싶은 만큼 하면 돼.

대개 그런 인간은,

꿈을 가지라는 소릴 안들어도 해낸다.

꿈을 좇으라고 하면 듣기는 좋을지 몰라도,

그건 다시 말해 빛나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라는 말이다.

 

진실을 말하자면, 사람들이 선망하는 '빛나는 내일' 따위는 아무리 가도 오질 않는단 말이지.

사람이 정말로 살 수 있는건 지금이라는 시간 밖에 없다.

그 지금을, 10년후나 20년후 같은 내일을 위해 써서 어쩌겠다는건지.

옛날에는 그런 인간을 땅에 다리가 안붙어 있다고 말했어.

꿈같은거 보다, 지금을 소중히 사는 것을 가르치는 쪽이 중요했지.

아직 놀고 싶은 애들을 학원에 보내고, 수험공부만 시키니까,

대학에 합격한 순간 이제 뭘해야 할지 모르게 되는거지.

 

꿈같은걸 이루지 않아도, 이 세상에 태어나서,

살고, 죽어가는 것 만으로, 인생은 대성공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비싼 와인 보다, 목이 말랐을 때 한잔의 차가운 물 쪽이 맛있다.

엄마가 만들어준 주먹밥보다 맛있는 것은 없다.

사치와 행복은 다른 거야.

얌전하게 살아도, 인생의 소중한 기쁨은 전부 맛볼 수 있다.

인생은 그런식으로 만들어져 있어.

 

그런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소중한 것도 가르치지 않고 꿈을 쫓으라고 한다.

열심히 공부해서, 스포츠를 해서, 창업을 하고, 유명인이 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겁을 준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경제성장이 멈추고, 큰일이 날테니까.

 

하지만, 큰일이 나는건 대체 어디의 누구인가.

적어도 맑고 가난하고 아름답게(清く貧しく美しく) 살아가는 녀석은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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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꿈을 좇는것도, 현재를 사는 것도 아니라 꿈 속에 살고 있군요. ㅎㅎ

가난해져 가고 있긴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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