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Hello blick road

술이 흐르던 강 주천에서

오체투지해무 2015. 9. 8. 20:45

 

 

 

 

 

 

아침 저녁 선선한 바람이 부니 방랑기가 고개를 쳐든다. 다음주는 내내 묶여있어야 하는 몸. 그 다음주는 하는거 아무것도 없어도 추석 명절 압박. 방랑이란 놈이 고삐 풀린 망아지가 되기 전에 지그시 눌러주지 않으면 뒷감당이 안된다.

 

몇해 째 영월동강사진전을 보지 못했다. 햇수가 가면서 초반의 그 기개가 바랜 탓도 있고, 예전 보다 곤궁해진 생활 탓도 있고... 여름 휴가철 성수기 끝났다고 벌써 부터 오라던 사천의 갑장친구도 그렇고...

 

영월의 게스트하우스로 방향을 잡고 의정부 집에서 4시쯤 출발. 따갑던 햇살도 해가 기울자 이내 그 기운이 수그러든다. 메쉬 자켓 속으로 달려드는 바람결에 기분 좋을 만큼 냉기가 느껴진다.

 

의정부 시내를 빠져 나와 사릉 ㅡ 진건 ㅡ 덕소에 이르면 홀가분해진다. 양평 여주를 지나서면 이제야 진짜 여행을 떠났나는 느낌이 든다.

 

여주에서 강천면 삿갓재를 지나 문막 ㅡ 원주 시내에서 오래 전 기억을 더듬어 제천쪽으로 들어서다 도로 초입의 대형 자동차전용도로 입간판에 소스라쳐 놀라 세우고 조심스럽게 갓길을 따라 역주행 30 여 미터. 평창쪽으로 향하는 할리일행 세명과 조우한다.

 

일렉트라그라이더 팻보이 정통아메리칸 바이크에 비엠베GS가 한대 모두 드림바이크다.

 

같은 방향 차선의 대형바이크 기종에게 수인사를 건내봤지만 일종의 패거리 기질이 있어 자기팀이 아니면 배타적이다. 오히려 반대편 차선의 바이크팀들은 수인사를 잘받아준다. 그것도 먼저 인사를 보내야 응답하는 사람이나 응답하지 나처럼 독고다이에 후진바이크에게는 눈길 조차 주지 않는다.

 

원주에서 금대유원지 방향 마지막 주유소 만땅 주유하고 신림까지의 길을 묻자 잠깐이란다

 

정말 잠깐이다.신림터널 ㅡ 솔치재 ㅡ 주천 길은 십오년만이라 거리상 얼마 안되지만 아득하니 멀다.

 

오지마을이던 주천에 이 고장 출신 독지가의 노력의 결실(?)로 한가롭던 주촌의 거리가 번화가가 됐다. 한우집이 들어선것.

 

섶다리 축제 때 먹을거라곤 꼴두국수와 메밀배추전이던 허름한 거리가 한우식당과 정육점으로 화려한 탈바꿈을 했다. 하지만 비수기 평일의 이곳 거리는 마치 드라마셋트장 처럼 느껴졌다. 뭔지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할까.

 

게스트하우스에서 식사가 안될것 같아 주천의 한식당에서 저녁으로 순대국을 주문하고 게스트하우스에 전화하니 만석이란다.

 

이런 산골짜기 오지 평일에 만석이라니..

 

주문한 식사 취소할 수도 없고 시장이 반찬이라고 우걱우걱 살기 위해서 먹는다.

 

영월시내의 게스트하우스까지는 지방도 한시간 해지는 시간 바이크 저조도의 헤드라이트로는 가고 싶지 않은 길이다.

 

식당 인근에 숙소를 잡았다. 얄짤없이 삼만원. 게하에서 자면 아침식사주고 이만오천원인데...없는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니 건네주는 사람이 민망하게 손이 떨린다. 그만큼 요즘 어렵다.

 

방잡고 해지기 전 법흥사계곡 투어. 어둑어둑해지자 하늘은 코발트블루. 중학교 때 즐겨쓰던 만년필 잉크빛이다.

 

어디쯤일까 이른 봄 양지바른 밭에 소로 밭을 가는 노인네가 있어 달리던 차를 돌려 세우고 그 모습을 담으렸다가 혼난 적이 있다. 돈을 내고 찍던가 아니면 갈 길 가라던 밭 가는 촌로의 서슬 퍼런 기세에 그만 아연실색한 곳이 법흥사 계곡 어디쯤이다. 촌로가 그러기 까지에는 사연이 있었을 것이고 상황이 이해가 가지만 화가 나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다.

 

전화했던 게하는 문이 닫혀있고 외출중이라는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그래 평일 누가 여기까지 오겠나 그것도 비철에. 만석이던 외출중이던 내가 잘 수 없는 상황은 마찬가지.

 

메쉬프로텍터 위에 고어자켓을 입는 것만으로도 계곡의 냉기를 막을 수 있다. 6~70km로 달려서 그렇지 백킬로 이상이면 다운쟈켓을 마져 입어야 될 듯 싶다. 쉴드에 입김이 서린다. 더위가 물러서니 추위와 습기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주천 숙서로 돌아오는 길. 북두칠성 국자모양이 진행 방향으로 보인다. 바이크를 타고 달리며 즐길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머리 위의 별자리를 보며 달릴 수 있는 것이다.

 

ㅡㅡㅡㅡㅡ 게스트하우스에 가면 이것저것 할 것이 있거나 사람과 이야기 할 수 있는데 여관에 묵으면 이것말고 할 것이 없다. 읽는 분에게 미안하지만 오탈자 수정 없이 업로드하니 이해주시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