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4일 25일
주요 경유지 제천 - 영월 - 봉화 - 안동 - 영덕 - 울진 - 삼척 - 강릉 - 정선 - 평창 - 영월 - 감곡 - 여주 - 의정부
어제 무리했다. 승용차라면 하루 주행거리로 별 무리 없겠지만, 십여 년 만에 타는 바이크, 그것도 생에 처음 타는 아메리칸 스타일로 오전 8시 부터 점심으로 짜장면 한그릇 먹을 시간과 잠시 바이크에서 내려 사진을 찍는 시간 외에는 꼬박 바이크에 앉아 지냈다.
특히나 영월 덕구리에서 봉화 우구치리로 넘는 백두대간 트레일 삼동치를 넘는 오프로드에 대한 추억에 따라 넘었던 것이 손아귀와 손목에 무리가 많이 왔다. 아메리칸 바이크로 그 길을 넘은 라이더가 나 말고 또 누가 있을까?
그 여파 때문인지 오전 5시 30분 삼척을 출발, 추암에서 일출 보고 해안도로를 따라 강릉 커피의 메카 보헤미안 까지 오는 길에도 기어 체인지를 하기 위한 왼발 조작이 거북하고 클러치를 잡았다 놓는 왼손 검지가 시큰시큰한게 인대가 살짝 끊어진것 같다.
보헤미안에서 아침에 있었던 일을 SNS에 올리고 잠시 길을 탐색해본다. 물론 이번 여행에서는 지도 한번 보지 않고, 옛 기억과 도로 이정표에 의해서만 방향을 잡고 길을 나아 갔다.
노안이라 일일이 돋보기 안경을 꺼내 지도를 보기도 어렵지만, 이번 여행은 오래 전 나의 족적을 찾는 것이니 지도가 필요치 않은 여행이기도 해서이다.
북쪽으로 갈까? 다시 남쪽으로 갔다 불영계곡을 지나 고치령, 마구령을 지나 동강으로 향할까?
강릉에서 그 위쪽으로는 한달 전에도 왔던 길이고, 불영계곡의 연두잎 새순이 올라온 풍경이 보고도 싶지만,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내려가기는 싫다.
해서 잡은 것이 강릉 - 닭목령 - 배나드리 - 구절리 - 정선 - 동강.
강릉의 구시가만 지나 다니다 신시가지의 대단위 아파트 단지를 지나가며 세상 참 많이 변했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시내를 통과 할 때면 한산한 국도를 지나는 것 보다 몇배 더 주위를 살펴야 한다.
느닷없이 차선을 변경해 밀고 들어 오는 놈, 뻔히 전방에 직진 신호인데도 전조등을 켠 바이크를 보고도 불법 유턴하는 놈, 도대체 예측 할 수 없게 도출운전하는 년, 추월 차선에서 화물차와 나란히 사이 좋게 어깨를 마주하고 달려주는 아가씨.
차량 운전자들은 모르겠지만, 대형화물차 뒤에는 도로에 깔린 이물질, 돌조각, 쇳조각들이 바퀴에 딸려 올라와 뒤로 튄다.
이번 여행길에도 몇번 헬멧에 맞고, 어깨에 맞은 적도 있다. 그래서 대형 화물차 는 재빨리 추월해야 하는데, 길 안비켜주는 추월차선의 차량은 사고의 위험을 안고 달린다. 뒤따르며 돌조각 맞아야 하는 그런 사정을 알리도 없지만, 추월 차선에서는 제발 나란히 달리지 마시기를
거리의 무법자라고 하는 오토바이 보다 훨씬 더 위협적인 자동차 운전자들.
강릉 성산을 지나 임계방향 35번 국도로 들어서자 길은 나를 위해 펼쳐 진 듯 하더니, 굼벵이 같은 부산 번호 차량의 관광버스가 세월아 네월아. 구절양장 같은 사각지대 길이여서 추월도 못하겠다. 왕산팔경 헤어핀에서는 두차선을 다 먹어 들어 온다.
이곳의 헤어핀은 몸이 기억하는 곳, 틈이 보인다. 저단 기어 변속 후 구동력이 후륜에 전달되는 순간 욱~하고 치고 나간다. 노면의 마찰력을 실어 구심력과 원심력, 중력 G값의 조화. 아침 나절 코너에서 몸이 움츠려 들던 것이 풀렸나 보다.
풀어줬다, 감아 나가고, 풀어줬다, 감아 나가고... 길과 머쉰과 나와의 일체감.
이번 투어에서 두번째 넘는 백두대간 고개, 닭목령이다. 그 첫번째는 삼동치 였고, 동해를 향할 때는 내륙의 서에서 동으로 넘는 가장 순한 횡단 국도인 34번 국도를 탔던터라 백두대간과는 연결 되지 않는다.
닭목령에 도착하자 단촐한 복장에 산객이 사진을 찍고 있어 부탁해서 기록으로 남긴다. 횡계에서 자고 대관령에서 출발 이곳에 도착했단다. 작년 봄에 백두대간 구간 종주를 시작 올해 칠월이면 전구간 완주한다는데 대단한 일이다.
잠깐 안반덕에 들려 인증샷 하나 남기고, 골골이 눈도장 찍기 위해 배나들리 - 송천 계곡 - 오장폭포 - 구절리 돌아 정선.
광하리에서 동강으로 접어 들었다. 올 초 칠족령에서 내려다 봤던 그 동강을 따라 날린다. 가수분교 느티나무와 오송정 낙락장송에게도 안부.
콘크리트 와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 있다고는 하나 거의 비포장 인 셈. 아니 비단 이길 만이 아니라 자동차 전용도로를 제외한 국도와 지방도는 누더기에 오프로드 그 자체.
높이가 다른 맨홀뚜껑, 과도한 과속방지턱, 곳곳에 땜빵과 홈. 쇽업져버가 몇번이나 끝까지 가 닿는 느낌은 뼈가 갈리는 기분이다.
맨 아래 사진은 동강 구간을 통과하다 바이크 쉴드에 장착된 블랙박스가 노면 충격으로 부러져 나간 것이다.
십 수년 전 이맘때 취재를 나왔다 이틀간 봄비가 내려 사진 촬영을 공치고 돌아가는 길에 동강을 간 적이 있다.
교통비 정도의 취재비를 받아 쓰는 여행기사, 그나마 공 치고 다시 와야 한다는 그 우울함에 위로라도 받을까 하고 들린 동강은 눈물이 왈칵 나도록 아름다웠다.
비에 젖은 벚꽃, 새손이 오르는 어린 잎사귀, 간혹 때 늦은 매화향. 봄비에 촉촉히 젖어 좁은 길 한쪽에 차를 세우고 바짓단 비 맞은 풀숲에 적셔 가며 내려선 동강.
비만 안왔지 딱 그때의 동강이다. 눈물을 쏟았던 그 장소에 내려 서려다 길을 재촉한다. 이십년 전 오프로드를 시작 할 때 처음 동강에 들어서 뼝대를 본 곳이 나리소. 이제는 전망대가 세워져 있어 한층 감상하기 편하다.
올 초 올랐던 칠족령 전망대를 찾아 보고, 능선 길을 헤집다, 그토록 와보고 싶었던 길을 십수년 만에 다시 찾았단 감회에 젖었다. 이렇게 올 수도 있는 곳인데...
예미에서 제천까지 자동차전용도로를 타면 금방인 것을 모터싸이클은 진입 불가. 오프로드와 다름 없는 구길을 따라 이리 몸을 기울이고, 저리 몸을 기울이고... 귀경 길은 피로의 연속.
제천 지나 장호원까지 편도 2차선에 들어서야 속도를 높이며 다시 긴장한다. 주행풍으로 헬멧이 누르고 있는 턱과 목에 압력이 느껴진다. 힘을 줘서 앞으로 달린다. 바이크도 앞으로 달리지만, 턱과 목고 그에 따라 앞으로 달려줘야 한다. 안그러면 주행풍에 휙하고 뒤로 돌아 갈 것만 같다.
감곡 근처 앞서던 골드윙을 추월 하는 순간 R 1500 정도 되는 완만하게 돌아가는 구간. 어엇 하는 순간 몸이 중앙선 가드레일로 붙는다. 미리 속력을 줄이고 들어왔어야 했는데 늦었다. 위험을 인지하는 것 보다 몸이 먼저 긴장한다. 안돼 이러다 튀어 나간다. 긴장을 풀고 시선처리... 어깨 힘빼고 니그립 오른쪽으로 눞혀... 눞혀야 산다. 핸드레일에 거의 왼쪽 핸들바를 스치듯 4~50미터를 돌아 나갔다.
무사히 이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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