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TRAIN/SOUL TRAIN

[스크랩] 1982년 오대산 소금강-하조대 해수욕장

오체투지해무 2012. 12. 6. 16:05

 

오대산 소금강 언덕위의 하얀집이라는 민박에서 일승이 큰누나와 큰매형 일행들과 함께.

  

한여름이어도 강원도 산속 추위가 대단했다.

등산화 발로 밟아도 퍼덕거리는 새보다 큰 나방이 전등으로 달려오고,

기타를 빌려 준 여자 둘, 남자 하나가 묵었던 방에서 여자 한명이 툇마루에 오랜동안 나와 앉아 있는 동안,

안에서 남녀가 무슨 얘기가 그렇게 길었는지 궁금해 했고,

말 한마디 한마디 마다, 행동 하나 하나 마다 웃음이 끊이질 않던 그리운 시절이다.

 

 

일승이가 입고 있는 바지가 고1 때 동대문에서 산 스모루 바지라는 것이다. <진짜인지 아닌지 알고 싶음 클릭

내가 입고 있는 패딩점퍼는 싸이클 타고 종엽이네 놀러갔다 추워서 빌려

입었던 곽종엽의 옷이다.

 

 

 

 

 

지금은 찾아 볼 수 없는 식스팩이 너나 없이 있을때다.

아마 하조대 해수욕장인 듯 하다.

 

 

오대산 동피골야영장.

어찌나 춥던지 텐트 안에서 옵티머스 석유버너를 펴놓고도 밤새 떨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http://blog.daum.net/kotour/7152973 <- 오대산 혹한기 산행에서 발췌.

 

82년 대학 2학년 여름 카시오 전자계산기를 전당포에 맡겨 받은 1만원으로 동해안 해수욕장을 섭렵하던 중 강원도 여행의 끝마무리를 오대산 비로봉에서 하고자 마지막으로 남은 친구 일승이와 이 길을 걸어 간 적이 있었다.


작열하는 태양열로 달구어질 때로 달구어진 황토길과 허파꽈리 하나 하나 마다 찌는 듯한 풀 냄새로 가득 채워질 것 같은 길을 걷다, 문득 일승이가 배낭을 내려놓는다. 휴식을 취한지 채 10분도 안된 터에 나보다 건장한 이 친구가 벌써 쉬자고 한다. 날씨가 덥긴 더운가 보다 했더니, 갑자기 속이 안 좋다며 휴지를 챙겨들고 숲으로 접어든다.


작은 일은 아닌 것 같아 카메라를 들고 그 뒤를 숨죽여 쫓아갔다. 이윽고 적당한 장소를 발견한듯 자세를 잡고 일을 보기 시작 할 무렵 카메라 앵글을 맞추기 위해 풀숲을 헤치고 일어서는 나를 발견했지만, 때는 이미 돌이킬수 없게 치뤄지고 있었다.


적당한 장소에 고구마를 찌고 있던 중이라 용빼는 재주가 있다 한들  다른 곳으로 이동 할수는 없는 노릇이였기 때문이다. 카메라를 들이대는 순간 투석전으로 맞섰지만 어정쩡하게 앉은 자세에서 던지는 돌이 나를 맞출리 없다.

갖은 욕설과 애원을 했지만 난 이미 태양의 각도와 피사체의 적나라한 포즈를 머리 속에 넣고 촛점을 맞춰 셔터의 손을 옮겨가는 순간 일승이가 할수 있는 행동은 목을 두르고 있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는, 그때 당시로선 가장 적절한 행동을 취하는 것이였다.


그 이후 여행 끝날때 까지 필름을 일승이에게서 보관하려는 노력은 마치 광주사태 사진을 담은 필름을 지키려는 보도사진기자의 노력에 버금 갔다. 그 한컷의 사진은 필름과 함게 극악무도한 일승이의 손에 의해 갈기 갈기 찟어졌지만 이십년이 다되어, 홀로이 눈 덮인 오대산길을 걷는 무료함을 달래주기엔 좋은 추억꺼리이다.

출처 : 홍익사대부고 27회 동창회
글쓴이 : 정윤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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